이성몽(왼쪽 첫 번째) 교사가 지난해 현서분교에서 학생들과 봄맞이 사진을 찍고 있다.
속초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성몽(35) 교사는 청대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다시 청대초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자신이 배우며 자란 학교에서 교사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는 묘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청대초에서 만났던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의 개별 특성을 존중하며 스스로 학습하도록 돕는 교육 방식을 실천했다. 이 교사는 그 영향을 깊이 받아, 이후 양양 상평초등학교 현서분교로 발령된 뒤에도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관심사를 반영한 수업을 펼쳤다.
2년간 혼자 아이들을 가르치며 작은 학교만의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1942년 9월 2일 개교한 현서분교는 결국 올해 3월 폐교를 맞았다.
마지막까지 4명의 학생들과 함께 현서분교를 지킨 교사로서의 소회, 그리고 작은 학교에서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 들어보았다.
폐교 앞에서 느낀 복합적인 감정
“처음에는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막막했어요.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하며 학교 운영 자체를 학생 중심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죠.”
현서분교에서 2년을 보낸 이 교사는 학교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학급 단위가 아닌 학교 전체를 운영해야 했고, 행정 업무까지 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보람도 컸다.
폐교 결정이 난 이후에도 그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폐교 전 마지막 발표회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눈물을 보일 때도 그는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짐을 정리하고 비어 있는 교실을 바라보는 순간, 깊은 아쉬움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작은 학교의 가능성과 한계
현서분교는 소규모 학교의 특성을 살려 맞춤형 교육을 진행했다. 학생 수가 적어 개별 맞춤 교육이 가능했고, 체험 중심의 학습도 쉽게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가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학생이 없으면 유지가 어렵습니다. 전학을 오고 싶어도 거주할 집이 없거나 부모님들의 일자리가 마땅치 않으면 결국 선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죠.”
또한, 작은 학교만의 특색을 강화하는 정책들이 진행되었지만, 지역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지원금이 있어도 활용할 공간이 부족하거나, 교통이 불편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교사로서의 소임과 변화하는 환경
현서분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그는 교육자로서의 철학을 다시금 정립했다. 학생들에게 기초 학습 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기본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며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교는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월요일이 즐거운 학교, 아이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체험을 통해 배우는 방식에 집중했죠.”
처음에는 혼자 수업과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점점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아 기획하게 되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했고, 학부모들의 만족도 또한 높아졌다.
이러한 교육 과정이 가능했던 것은 많은 이들의 지원 덕분이었다.
상평초 교장의 전폭적인 지원, 현서분교 학부모들의 열띤 성원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한 강사들, 현서분교 동문회와 양수발전소에서 기탁한 장학금, 그리고 자전거 라이딩 프로그램을 지원해 준 노루표페인트 김재식 사장까지 여러 사람의 협력이 있었기에 현서분교 4명의 학생들은 소중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제 고성군 대진초교로 발령을 받아 새로운 환경에서 교육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을 해 나가고 싶어요.
특히 저학년을 맡게 되어 기본적인 학습 습관과 생활 태도를 잘 잡아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폐교된 학교, 그 이후
오는 3월부터 폐교되는 학교는 현서분교장과 고성 대진초 명파분교장 두 곳이다. 폐교된 현서분교의 건물은 아직 활용 방안이 정해지지 않았다.
교육청에서 추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많은 폐교가 방치되거나 민간에 임대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활용도가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취재 말미에 이 교사는 작은 학교가 폐교로 사라지지 않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으로 남기를 바라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함께 타임캡슐을 묻었어요. 10년 뒤에 다시 모여서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때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그는 교사로서 작은 학교의 의미를 지키고 싶었다. 폐교라는 현실 앞에서도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속초에서 나고 자라 다시 속초에서 교사로서 역할을 해 나가는 그는, 변화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고민하는 진정한 지역 교사였다.
홍기성 기자 cogshi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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