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양양교육지원청 전경.
새 학기를 앞두고 도내 중학교 입학 배정이 일제히 이뤄진 가운데, 속초중학교 지망생이 관내 타 중학교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중학교 입학 시 일반배정 학생들은 1지망에서 6지망까지 지원한 뒤 입학 배정 프로그램을 통해 추첨으로 결정된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중학교 입학 배정에서 도내 전체 학생의 90.28%가 1지망 학교에 배정됐으나, 속초지역의 상황은 이 같은 추세와는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올해 속초지역의 중학교 입학 예정 인원은 758명으로, 4개 중학교가 각각 7학급(약 196명)씩 배정받았다. 설온중학교는 1지망 지원자들로 정원이 조기에 마감됐고, 다른 학교들도 별 차이가 없었지만, 유독 속초중학교만 1지망 지원자가 150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지망에 들지 못한 학생들이 속초중학교로 대거 배정됐고, 4지망으로 배정된 학생만도 49명에 달해 나머지 3개 중학교의 배정 추세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속초중학교입학 배정을 꺼리는 현상에 대해 학교 이미지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속초중학교 배정 기피 현상은 이전 대상 학교로 확정된 지난 2018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지망 미달이 2021년 39명에서 2025년 101명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강정호 강원특별자치도의원은 최근 본지의 기고 글을 통해 교육지원청과 속초중의 철저한 분석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속초중학교의 2025학년도 배정 정원은 169명이다. 하지만 1지망으로 지원한 학생은 68명(남학생 42명, 여학생 26명)에 불과하며, 이 중 17명은 축구부 입학을 목적으로 한 지원자다. 일반 학생들의 지원율은 타 학교에 비해 크게 저조한 상황으로, 특히 여학생 지원율이 더욱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중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가 속초중학교에 배정된 한 학부모는 “속초중학교가 안 좋다기보다 4순위 학교에 배정돼 속상하다. 남자아이 비율도 확실히 많다 보니까 여자아이를 둔 엄마 입장에서는 사춘기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힘이 세고 학교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도 다양하다 보니 위험에 노출될까 안전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또 속초중학교가 이전을 앞두고 있다 보니, 시설 투자나 교육 환경도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속초중학교는 지난 2018년 속초 남부권(조양동)으로 이전이 결정됐지만, 행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개교 일정이 당초보다 미뤄지고 있다.
교육청은 당초 2027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했으나, 최근 토지보상 등의 문제로 개교 시기를 2028년 3월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신축 이전을 기다리는 동안 현 속초중학교에 대한 시설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속초중학교의 시설사업 예산편성 현황을 살펴보면, 2023년 21억6,196만원, 2024년 3억3,472만원, 올해는 옥상방수, 장애인편의시설, 스탠드와 배수로 보수 등 최소한으로 1억8,415만원을 편성했다.
한명진 속초양양교육장은 “이전 대상인 속초중학교를 기존 학교들과 똑같이 투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처럼 큰 개선은 매몰 비용이 되기 때문에 안 되고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의 환경을 유지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망하지 않는 학교로 배정됐다며 교육청에 불만이 있는 분들도 있지만 학교들이 건강한 경쟁을 해야 속초의 교육 환경도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연태 속초중학교 교장은 “속초중학교에서는 인성문화부의 학생자치회에서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학교에서 하는 교육 활동이나 특화 프로그램에 대해 학부모들과 지역사회에서 알 수 있도록 가정통신문은 물론 더 나은 방향으로 알릴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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