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작가가 직접 촬영한 물총새(좌측)와 바다직박구리.
“사진 속의 이 친구는 굴뚝새인데 엄청 귀여워요. 또 이 사진은 루시즘 황조롱인데, 온몸이 백색이에요. 굉장히 아껴 찍었다고 할까요. 재밌게 촬영했습니다.”
사진작가 김민성(21) 씨가 보여준 사진 속 새들은 핸드폰을 뚫고 나올 것처럼 생생했다. 날갯짓하는 깃털의 선명한 색과 매끄러운 결, 통통한 몸집이 프레임 한가득 담겨 살아 숨쉬는 것만 같다. 모두 속초에서 촬영한 사진이라고 한다.
김민성 씨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카메라와 600mm 망원렌즈를 들고 청초천이나 청초호로 발걸음을 옮긴다. 보편적으로 대도시의 화려한 문화생활과 변화무쌍한 놀거리를 찾아다닐 나이임에도 그의 사진에는 한결같이 속초의 자연과 생태계, 지역사회와 이웃들을 향한 순수하면서도 남다른 시선이 녹아들어 있다.
김민성 씨가 처음 사진을 접한 것은 고등학생 때다. 반지나 목걸이 같은 금속공예 작품을 만들며 자그맣게 네이버스토어를 운영했던 그는 제품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카메라를 빌렸다. 카메라의 기능을 배우고 직접 촬영해보면서 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마침 금속공예는 체력 소모가 많고 은가루가 몸에 좋지 않은 점이 고민이던 차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사진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팍팍한 도시 생활에 지쳐 휴학하고 속초에 돌아왔다. 여름에는 서핑샵에서 스냅사진 촬영 일을 하며, 반려견 문화축제 사진전에도 참여하는 등 일상에서 사진으로 즐거움을 되찾았다.
“사계절 새 관찰할 수 있는 곳”
“속초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600mm 망원렌즈도 장만한 이후로 새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1년 정도밖에 안 되었어요. 한국에는 500종 이상이 서식하는데 속초에서만 벌써 200종이 넘는 새들을 보았어요. 너무 예쁜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속초에서는 철새와 텃새가 공존하며, 사계절 내내 다양한 새를 관찰할 수 있다.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청초천에 서식하는 물총새, 루시즘 황조롱이 등 그의 사진만 보아도 속초에 얼마나 다양한 새들이 사는지 알 수 있다. 민성 씨는 생각보다 엄청 귀여운 새들이 청초호 주변과 청초천에 많이 산다며 사진을 보여주면서도 애정 어린 웃음을 지었다. 특히 멸종위기종 1급인 ‘송골매’를 우연히 촬영했을 때 가장 기뻤고, 현재도 소중한 사진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망원렌즈로 보고 있는데 정면으로 가까이 다가올 때 화면이 꽉 차서 떨릴 때도 있어요. 눈으로 떨어져서 보는 것과 뷰파인더로 보는 게 다르니까요. 조금 놀라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자기 갈 길을 가는 유유자적한 모습이 좋더라고요. 아무런 구애 받지 않고 자기가 날고 싶을 때 날고 먹고 싶을 때 먹는 자유로운 모습들이 제 마음 속의 빈 공간도 채워주는 느낌인 것 같아요.”
그는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새들의 이동 경로가 변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 여름 철새인 물총새가 겨울인 요즘도 계속 관찰되면서 텃새화되고 있고, 남쪽에서 주로 발견되던 구렛나루제비갈매기를 최근 속초에서 처음 보았다고 한다. 자연 관찰을 기록하고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플랫폼인 ‘네이처링’에도 민성 씨가 첫 관찰자로 올라가 있다. 하지만 청초천이 얼어 물총새가 사냥도 못하고 겨울을 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김민성 사진작가.
속초의 새들 더 많이 알려지길
“만약 물총새가 사냥을 힘들어하면, 그 모습도 자연의 섭리로 담으려고 해요. 새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켜보면서 다큐멘터리처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다만, 그는 새들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을 아는 만큼,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촬영할 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관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아침 9시에 촬영 나가면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오후 늦게까지 식사도 하지 않는다. 청초천에 버려진 쓰레기 위에 앉아 있는 새들을 보며 소소하지만 임팩트 있게 속초의 생태계 모습을 허물없이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민성 씨의 최종 목표는 속초에서 새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여는 것이다. 속초를 기록하는 사진전이 많지만, 새를 주제로 한 전시는 거의 없다. 속초의 자연을 기록할 때 동물들도 중요한 부분이고, 해마다 국내에서 새로운 종이 발견되는 점을 고려하면, 그는 조류 사진을 통해 기후 변화와 생태계의 변화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는 자신의 사진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직접 새를 보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요즘 아이들이 핸드폰 속에서만 세상을 접하는 경우가 많아요. 미디어에만 빠져들기보다 실제로 걷다가 드높은 하늘을 보고, 새를 관찰하면서 자연 있는 그대로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속초의 자연을 렌즈에 담으며, 조류의 변화를 기록하는 새내기 조류 사진작가 김민성 씨. 그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든다. 그의 꿈이 현실이 되어 속초의 새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기대해 본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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