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영 대표
“문화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잖아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즐길 수 있어야죠.”
속초에서 문화기획을 하는 ‘영랑 A&C’의 대표 하은영 씨가 말을 이어갔다. 단순한 문화 소비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창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녀. 속초라는 도시가 가진 자연과 사람, 그리고 생활 속 이야기들이 문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사람이 곧 문화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문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지난해 10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영랑 A&C’를 만들었다.
“속초는 관광도시로 유명하지만, 정작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문화가 일상이 되는 경험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생활과 동떨어진 문화가 아니라, ‘내 삶과 맞닿은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문화 속에서 해답을 찾다’
지난 4일, 속초시근로자복지관 2층에서는 영랑 A&C가 주최한 강연이 열렸다. 주제는 ‘돈을 정리하는 법, 마음을 정리하는 법’. 겉으로 보기엔 다소 철학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 강연을 기다려온 듯한 시민들이 모여 자리를 가득 채웠다.
“요즘 같은 시대에 돈 관리는 필수잖아요. 그런데 막상 돈을 어떻게 모을지에만 집중했지, ‘돈의 흐름이 곧 마음의 흐름’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어요. 많이 공감됐어요.”
강연을 듣고 나서 한 시민이 이렇게 말했다. 강의실 곳곳에서는 사람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메모하는 모습이 보였다. 영랑 A&C는 단순히 예술과 문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맞닿아 있는 문화’를 다루고자 했다. 그래서 이번 강연도 ‘돈’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문화적으로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으며, 외부 강사를 자비로 초청해 진행됐다.
“속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돈에 대한 걱정을 하더라고요.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어려운데 어떻게 하면 건강한 소비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래서 외부 강사를 어렵게 초청해 이 강연을 준비했어요.”
강연을 기획한 하 대표는 속초 시민들의 일상 속 고민을 문화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야말로 속초가 ‘문화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믿었다.
지난 4일 속초시근로자복지관 2층에서는 영랑A&C가 기획한 ‘돈을 정리하는 법, 마음을 정리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문화도시는 시민이 만든다
영랑 A&C는 특정 예술인 중심이 아닌,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전시회 역시 전문가만의 무대가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작가가 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속초·고성·양양만의 특색을 담은 로컬 스토리를 전시 문화 영역으로 확장하여,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살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속초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많지만,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 공간 및 사업은 많지 않아요. 저희는 ‘전문가만의 전시’가 아니라,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영랑 A&C는 ‘사람이 곧 문화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전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고, 시민이 원하는 문화 강연과 워크숍을 적극적으로 기획할 예정이다. 문화 활동이 특정 기관이나 전문가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만들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방향이다. 최근에는 작지만 보자기 공예, 캘리그라피 전시를 비롯하여 작은 음악회 등을 개최하며, 공공성을 띄기 위해 재단이나 예총과 협업을 이끌어내는 기반을 닦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진짜 문화도시가 되려면?
실제로, 속초시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민국 문화도시 공모에서 법정 문화도시로 최종 지정됐다. 이를 통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총 198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여, 속초만의 고유한 음식문화를 도시의 미래 가치와 결합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문화도시를 향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영랑 A&C와 같은 지역 단체들의 노력이 결합되어 속초의 문화적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연이 끝난 뒤, 속초가 더 나은 문화도시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한 질문에 시민들은 이렇게 답했다.
“까다로운 절차 없이 누구나 쉽게 문화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문 예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사업이 많아졌으면 해요.”
“속초만의 색깔을 살린 문화 콘텐츠가 필요해요. 관광객만이 아니라, 시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이요.”
시민들은 문화가 특정한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질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속초가 진짜 문화도시가 되려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해요. 공공기관 주도의 행사도 좋지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
“문화는 거창한 게 아니에요”
하은영 대표는 백범 김구 선생의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문화가 특정한 계층이나 전문가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러한 철학이 영랑 A&C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하은영 대표에게 영랑A&C가 시민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지 묻자 그녀는 웃으며 답했다.
“우리끼리 편하게 이야기하고, 나누고,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공동체였으면 좋겠어요. 문화는 거창한 게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이미 있는 거니까요.”
영랑 A&C가 만들어가고 싶은 문화도시 속초. 그 변화의 시작은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