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유케어센터 직원들과 생활지원사들은 현장에서 지역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사업을 수행하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병원동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당에 물이 차 들어와. 살려줘 물! 물!!”
“119가 못 온 대. 물이 다 차서 나가지도 못해”
지난 2023년 8월 10일 태풍 카눈으로 인한 폭우로 침수 피해가 잇따르면서 속초시 전역이 아수라장이 됐다. 어르신들에게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지원하는 속초 U-care(유케어)센터에서도 실시간 상황을 모니터링하던 중 119호출이 빗발쳤다. 어르신들의 유일한 구조 수단인 응급호출기로부터 온 구조신호다. 119상황실에서는 접수된 신고들이 밀려 출동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었고, 유케어센터에는 청호동 일대 상습 침수지역에 거주하는 어르신들로부터 빗물이 방안으로 들이치는 사진이 전송됐다. 사무실에 있던 조아현 실장은 두려움에 떨고 있을 어르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체 없이 자차를 끌고 현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차량 바퀴가 잠기는 것도 모른 채 도착해 가슴까지 차오른 빗물을 헤치고 어르신 자택에 들어섰다.
“어르신, 119새댁인데 알아보죠? 어르신이 우리 장비호출 눌러서 제가 구조하러 왔어요. 얼른 저랑 대피해요.”
조아현 실장은 어르신을 부축해 가까스로 대피장소로 이동했고, 조 실장은 이날 응급관리요원으로 총 7명의 어르신 자택을 방문해 안전을 확인하고 어르신 4명의 대피를 도왔다. 이에 속초유케어센터는 속초시청 경로지원팀과 협업해 적극 대응했던 현장 구조 사례가 높은 평가를 받으며 보건복지부 주관 ‘2023년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전국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조아현 실장은 ‘119 새댁 덕분에 살았다’며 눈물을 보이던 어르신들의 말씀을 떠올리면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복지는 생각이 아닌 실천’이라는 마음으로 새해에도 어르신들의 안전과 고독사 제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 뛰는 조아현 실장과 속초유케어센터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한 고독사 예방 활동으로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사망자 수가 감소하고, 증가 속도도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고독사 발생 연평균 증가율이 5.6%인 것에 비해, 강원권은 2021년 110명, 2022년 146명, 2023년 156명으로 증가율 11.2%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보다 두 배가량 높은 데다,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속초시는 고독사 제로 도시 조성에 힘쓰는 가운데 속초유케어센터가 앞장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곳은 (사)설악기독교 종합복지회 산하기관이자 속초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수행기관으로, 그 외에도 독거노인과 중증장애인분들을 위한 응급안전안심서비스와 어르신병원동행서비스까지 65세 이상 어르신들 위주로 3가지 사업을 제공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어르신들의 안전지원과 생활교육을 비롯해 은둔, 우울감 등 마음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해 개별상담, 집단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저희가 조양동, 청호동, 대포동, 설악동 이쪽까지 다 관리하는데 서비스를 안 받는 분들이 훨씬 많아요. 몰라서 못 받는 분들도 있고, 알아도 귀찮으니 혼자 있다 가시겠다 하시는 분들도 실제로 있어요. 초고령화 사회 가속화가 체감은 되는데 그저 저희가 조금 더 빨리 알아드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속초유케어센터는 ‘2023년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전국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종종 고독사 현장 마주해”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독거노인, 조손가구, 중증 장애인 어르신들이 위급 상황에 처했을 때를 대비해 자택에 응급 호출장비와 화재 및 활동감지기 설치를 돕는다. 어르신들이 119호출 버튼만 누르면 바로 소방서로 신고접수가 되고 화재감지 시에도 자동신고 접수가 된다.
조 실장은 일하다 보면 종종 실제 고독사 현장을 마주하게 돼 직접 신고한 경우도 있고 최초 발견자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저희 장비 중에 활동량감지기라고 있는데 어르신들의 활동이 미감지되면 몇 시간이 경과됐다고 떠요. 근데, 한 어르신의 ‘활동미감지’가 떠 있더라고요. 항상 전화는 받으셨던 분인데 전화도 안 받으시고 이상하다 싶어 응급 장비로 영상 통화를 걸었는데 어르신 뒤통수는 보이지만 말씀이 없으신 거예요. 그때 감이 딱 왔죠.”
주변에서는 왜 더 빨리 발견하지 못했느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복지 인력보다 돌봐 드려야 할 어르신들이 훨씬 많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1월 10일 기준 속초유케어센터에서만 673명의 어르신을 돌보고 있고, 응급 장비만 설치되어 있는 분들도 무려 1,215명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수행인력은 총 63명, 현장에서 어르신들 댁을 직접 방문하는 생활지원사들은 47명 정도로 한 명당 최소 10명에서 15명의 어르신을 케어해야 한다. 힘겨울 법도 하지만 조아현 실장을 비롯해 모든 수행인력은 어르신들의 응급 연락을 받으면 곧장 현장으로 뛰어나간다. 연락이라도 되면 상황 파악을 하고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연락이 안 되거나 활동미감지가 뜨면 사무실에 있는 인력도, 현장에서 일하는 선생님들도 발을 동동 구르며 애가 탄다.
“응급 상황에 어르신 자택에 들어갈 때도 보호자 동의가 없으면 문을 안 뜯어요. 119와 경찰에서도 제가 동의를 하거나 사회복지사가 동의를 해야 문을 뜯고 119랑 경찰 동반하에 자택에 들어갈 수 있죠. 실제로 저혈당으로 쓰러져서 의식 없이 있는 어르신을 들어가서 구조한 적도 있어요.”
조아현 실장과 유케어센터 직원들은 센터 초창기부터 홍보물을 들고 나가서 어르신 일자리마다 찾아다니며 직접 홍보를 다녔다고 한다. 몰라서 서비스를 못 받는 분들이 나오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홍보를 다닌 결과 최근 대상자가 확 늘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홍보가 많이 부족하다며 올해는 ‘어르신 병원동행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병원동행서비스는 병원을 혼자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 보호자 역할을 자처해 말그대로 함께 동행하는 서비스다. 벌써 지난해 12월 100명 이상이 이용했으며 만족도도 꽤 높은 편이다.
다만, 속초에 상급병원이 없어 춘천, 원주 등 차량을 이용해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량을 후원받았더라도 규정상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서비스 이용 시 차량이 별도로 제공되지 않다 보니 희망택시나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용자의 부담이 적지 않다.
강원특별자치도에 꾸준히 건의하고 있지만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에 마음이 쓰인 생활지원사 또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자비를 들여 직접 어르신을 병원으로 모시고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조아현 실장은 어르신들을 돌보는 것은 당연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초고령화 사회가 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날수록 이웃간의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이를 떠나 서로 간의 크고 작은 관심이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도 속초에 온 지 12년 정도 되었는데, 다들 누가 옆집에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요. 저희 옆집에 할머니 한 분이 계시는데 왔다 갔다 하면서 인사 정도만 하게 되거든요. 사실 보면 나이를 떠나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조금만 관심을 갖고 ‘옆집 어르신이 오늘따라 표정이나 걸음걸이가 이상해 보인다’고 하면,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좀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게 되고 소외감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저희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고독사 제로는 시민 모두의 크고 작은 관심과 소통에서 비로소 실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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