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속초 청호해변에서 열린 ‘2024 속초국제음식영화제’.
지난해 12월 속초시는 ‘맛으로 엮어가는 도시의 멋, 문화도시 속초(Culinary City SOKCHO)’를 비전으로 대한민국 법정 문화도시에 최종 선정됐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비 99억원을 확보하고 총사업비 198억원을 들여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음식문화를 기반으로 글로벌 문화도시를 향해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한다. 이번 사업은 고유의 ‘맛과 멋’을 통해 영북지역을 하나의 문화권과 생활권으로 묶는 만큼, 속초뿐 아니라 인근 지자체인 고성· 양양과 함께 연계사업으로 추진하게 된다. 다채로운 지역 고유의 맛을 바탕으로 ‘글로벌 미식관광도시’로 도약하는 속초의 지난 여정을 되짚어보고 새로운 미래를 그려본다.
속초시는 지난 2019년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을 시작으로 문화도시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2020년 속초문화재단(현 속초문화관광재단)이 출범해 관련 사업을 위탁받아 추진해 오고 있는 가운데 2021년 문화도시 지정에 처음 도전했던 속초시는 제4차 예비문화도시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어 시행착오를 거름 삼아 2022년 제5차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되며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다. 2023년 제5차 예비문화도시 지정 평가 중단으로 난항을 겪었지만, 새로운 법정문화도시 지정 사업인 대한민국 문화도시 지정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며 지난해 마침내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사업 승인대상지로 최종 지정됐다. 이후 지자체 공동연수회와 방문 컨설팅을 통해 도시 비전과 사업목표 및 내용을 음식문화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왜 ‘맛’과 ‘멋’인가?”
음식문화는 한 지역의 정체성과 자연환경,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며 역사와 전통을 전달하는 주요 매개체가 된다. 속초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제공하는 다양하고 신선한 수산물과 임산물 등의 재료들을 활용한 계절별 음식이 다채롭게 발달해 있다. 또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실향민들이 속초에 정착하며 함경도 음식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속초관광수산시장을 중심으로 여행자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향토 음식과 어우러져 현재 속초의 음식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문화도시 속초의 비전을 영어로는 ‘컬리널리(Culinary) 속초’라고도 표현하는데, 컬리너리(Culinary)는 ‘요리의’, ‘음식의’라는 뜻이지만, 요리사들 사이에서는 미식, 음식문화 등을 포함한 포괄적 의미로 활용된다.
또 대상이 자아내는 매력이나 품격, 생김새가 세련되고 조화로운 상태를 뜻하는 ‘멋’이 음식을 먹을 때 많이 쓰는 단어인 ‘맛’에서 유래한 것처럼, 음식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지는 문화도시를 지향한다. 단순히 음식 소개 이상으로 미각과 후각을 사용한 맛에서 시각과 청각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멋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도시 최종 지정 이전부터 속초시와 속초문화관광재단은 복합적인 음식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해 다각도로 시도했다.
2023년까지 9년간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음식영화제를 지난해 속초로 옮겨와 청호해변에서 처음 열면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 ‘동쪽의 밥상’이라는 퍼포먼스 다이닝 프로그램을 시연하며 지역주민들과 전문 셰프들이 머리를 맞대고 사라져가는 식문화를 발굴했고, 이는 체계화된 레시피와 메뉴 개발로 이어졌다. 속초연극협회와 음식 관련 에피소드를 공연으로 풀어낸 콘텐츠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또 영북지역은 이전부터 하나의 생활권으로 다양한 음식문화가 공유되고 있는 만큼, 광역형 연계사업을 추진해 맛과 멋으로 영북지역의 상생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는 ‘컬리너리속초 앵커사업’의 일환으로 속초·고성·양양 영북지역의 컬리너리 상품 개발, 컬리너리타운 조성, 컬리너리 아카데미 등 음식문화 관련 시설 조성 등을 추진하며 문화도시로서의 성장 기반을 차근차근 다졌다.
특히, ‘북위 38도 문화권’ 광역연계사업으로 속초·고성·양양의 로컬브랜드가 참여해 팝업 전시, 마켓, 콘퍼런스 등 다채로운 행사로 구성됐던 ‘시너지(SynerGY)위크’는 영북지역의 상생발전을 비롯해 시민들과 소상공인이 이끄는 문화도시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또 ‘동행아트 프로젝트’는 전국 곳곳의 작가들과 속초·고성·양양에서 활동하는 지역 작가들이 교류하며 단순히 작품 전시를 뛰어넘어 스터디 투어와 각종 체험프로그램 등 연계 행사로 승화됐다.
속초시는 이번 문화도시 지정을 계기로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고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회를 마련하는 전환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지역의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연결해 지역 고유의 정체성도 지키고 지역경제를 이끌 수 있도록 문화·사회·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속초의 고유한 음식문화와 도시 미래가치를 결합해 새롭게 브랜딩할 목적으로 향후 3년간 4개 분야 9개 사업에 198억원을 투입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또 광역연계사업 추진 시 고성군과 양양군이 일정 부분 지자체 군비를 투입해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난해보다 획기적이고 보다 확대된 규모로 연계사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속초시가 가진 음식문화의 매력을 국내·외로 널리 알리고 지속적으로 발굴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글로벌 음식문화도시로 발돋움하길 기대해본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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