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뉴스를 보다가, 왜인지 모르게 날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보면 날개는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상상력을 동반한 문학, 미술 등 예술 전 분야에 걸쳐 중요한 하나의 상징이었다. 하늘을 나는 능력은 그렇지 못한 인간에게 끊임없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자유로움과 한계를 초월하는 힘을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적인 요소였다. 날개는 인간에게 단순히 신체적인 특징이 아니라 자유와 꿈을 실현하는 도구로 여겨졌다.
날개와 관련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의 이야기이다. 신화 속에서 이카로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만들어 준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태양에 더 가까이 가고 싶어 했던 이카로스는 결국 태양의 뜨거운 열기에 밀랍이 녹아내리면서 날개를 잃고 바다로 떨어져 죽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한계와 자유를 향한 갈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는 이야기일 것이다. 날개와 관련해서 생각나는 또 다른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 시절, 식민지 지식인의 무기력한 삶을 잘 표현해낸, 작가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이다. 그의 소설의 마지막 구절인 ‘날자, 날자, 한 번 더 날아 보자꾸나’는 암울한 현실을 탈피해 보고자 하는 작자의 마지막 소망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 떠올랐던 생각은 작가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였다. 이문열이 써낸 많은 작품들 가운데서도 거의 연애소설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였고 제목의 독특함과 더불어 영화로도 각색되어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었다.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종종 배경으로 등장하는 날개 그림도 떠오른다. 천사를 묘사할 때 우리는 항상 날개를 그리기도 하니까. 땅 위의 인간과 천상 위의 천사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날개의 유무 아니던가. 그래서인가 연이어 가수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라는 곡이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날개는 한쪽만으로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곤충이라도 아무리 큰 새라도 날개는 좌우 양쪽으로 있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를 뜻하는 좌익과 우익이라는 말이 날개 익(翼)자를 포함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렇기에 보수와 진보는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걸쳐 존재하게 되는 것이고, 균형을 이루고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한 쪽 날개가 다른 쪽 날개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사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수용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친한 친구들끼리도 정치적인 견해가 다르면 분란이 일어나기 쉽고 그 관계가 평온하게 존속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영업 현장에서도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피해야 할 가장 큰 논제 중의 하나가 정치 얘기와 종교 얘기라고들 하지 않던가.
좌우 날개가 다 있더라도 그 크기가 극단적인 차이가 나서도 제대로 날 수 없을 것이다. 너무 한 쪽이 비대해지는 등 극단에 치우칠 때 새는 온전히 날 수 없다. 그 차이를 없애고자 극단적인 폭력이 행사될 때도 날개는 상처를 입게 되고 새는 제대로 날 수 없게 된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수는 없는 것일까?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이 있긴 할까? 어느 유머 사이트에서 보았던 한 초등학생의 답안지에서 답을 찾게 되었다. ‘로케트!’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다양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목표가 정해지고, 로케트를 구성하는 각각의 부품처럼 우리나라가 또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다면….
어쩌면, 날개 없이도 하늘로 높이 날아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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