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9일 오후 2시 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납북귀환어부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가 끝난 후, 법정 앞 대기실에서 원고 측 최정규 변호사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선고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50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납북귀환어부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선고 배상액이 너무 적어 피해자와 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월 9일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서는 지난 2023년 5월 12일 춘천지방법원 재심에서 반공법위반 등 사건에 대해 무죄선고를 받은 1972년 9월 7일 돌아온 납북귀환어부 김춘삼 등 4명과 가족들이 제기한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공판이 열렸다.
이날 선고공판에서 속초지원은 대한민국 정부가 피해 당사자에게 2,200여만원~2,700여만원, 피해자 가족들에게 150만원~1,700여만원 수준의 손해배상금을 각각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날 선고 금액은 재심 무죄선고에 따라 이미 피해 당사자에게 지급된 형사보상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날 선고는 지난 2021년 11월 11일 창동호 선원 4명의 유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 이후 속초지원에서 4년여 만에 이뤄진 납북귀환어부 국가배상청구소송 선고이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납북귀환어부들이 겪은 불법구금과 고문 가혹행위, 불법 사찰과 감시, 연좌제 피해 등을 조사해 진실규명 결정이 이뤄진 후에 제기된 손해배상청구소송이라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배상액이 선고될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날 선고된 국가배상액은 피해자들이 청구한 금액의 1/5 또는 1/1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이날 재판 선고가 내려진 후,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와 가족들은 “납북귀환 후 국가로부터 간첩으로 몰려 겪은 피해에 비하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배상액이 선고되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재판이 끝난 후 피해자와 가족들은 법정 밖에서 변호사의 면담을 진행해 “정당한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항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에 앞서 김현곤 재판장은 간략하게 판결 이유를 밝혔다.
김 재판장은 △불법구금 상태에서 구타와 각종 고문 등 극심한 가혹 행위 및 허위 진술 강요 △부당한 형사처벌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불법 감시와 사찰 △주변에 간첩으로 알려져 명예 훼손당한 피해를 인정하고, 대한민국은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재판장은 “대한민국이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소홀히 해 납북피해를 입게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정치, 경제적 여건, 국방력을 고려하면 납북을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대한민국에 묻기 어려워 국가의 불법행위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김 재판장은 위자료와 관련해 “납북귀환어부와 가족들이 입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 국가에 의해 자행된 반인권적인 행위의 위법성 정도가 중대한 점을 고려해 산정했지만, 유사한 국가배상 판결에서 인정된 위자료 액수와의 형평성을 고려했고, 가족 중에 사찰이 종료된 후에 가족관계를 형성한 피해자의 위자료는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재판장은 원고측이 요청한 검찰총장의 사과문 게재 청구는 “법리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 후에 김현곤 재판장은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의 발언을 덧붙였다. 김 재판장은 “과거 50여년 전 법원을 비롯해 국가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기본권 보장 책무를 다하지 않은 점에 대하여 국가기관과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국가 폭력에 희생당하신 납북피해 어부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쏟아지는 비를 피하게 하지도, 같이 맞아주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버티고 있으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현재 2기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진실결정을 받아 진행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납북귀환어부들이 제기한 국가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서울지방법원과 춘천지법 속초지원 등에서 다수 진행되고 있다. 속초지원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모두 32건에 대해 심리공판을 마쳤으며, 새해 들어 처음으로 이날 4건에 대해 선고가 먼저 이뤄졌다.
다른 소송도 오는 3월부터 순차적으로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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