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가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는 낭보로 2025년 새해가 밝았다. 속초시는 2022년 9월 ‘관광 산업과 지역주민의 문화적 삶이 함께하는 공존문화도시’를 표방하며 문화도시 예비도시로 지정받은 이래 청호동 오징어 할복장을 활용한 문화공간 조성 및 전시 등 다양한 문화도시 예비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지난 12월 26일 법정문화도시로 최종 지정되었다.
‘문화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루고 주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데 이번 지정으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19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하게 되었다.
이번 문화도시 공모에 실향민들의 함경도 지방 음식문화와 현대적 음식문화 등이 어우러진 <‘맛’으로 엮어가는 도시의‘멋’, 음식문화도시 속초>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였는데 이렇듯 ‘법정문화도시 속초’에서 가장 바탕이 되는 부분은 함경도 음식문화 등 실향민 문화이다.
속초는 설악산, 동해바다, 호수, 온천, 천혜의 자원을 가진 관광지이지만 역사적 문화유산이나 지역주민이 향유할 만한 문화공간이나 문화 콘텐츠는 부족하였다. 하지만 청호동 아바이마을과 거기에 거주하는 실향민들의 삶이 어디서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문화가 되었고, 그 문화적 가치는 날로 조명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실향민 문화축제는 단순히 실향민들의 애환을 위로하는 행사를 넘어 지역의 실향민뿐 아니라 전국의 실향민들이 찾는 한국판 디아스포라 축제로, 전국 유일의 실향민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
청호동은 원래 동해바다와 석호인 청초호 사이의 모래톱으로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북진하는 국군을 따라 고향으로 가기 위해 5~6평의 움막이나 판잣집을 짓고 잠시 머물던 곳이었다.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휴전선으로 남북이 나뉘게 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정착하면서 자기집이 되고 또 마을이 되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모래사장이었지만 소유개념도 없이 머물던 10평도 안 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거형태와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골목 등 실향민의 삶의 잔재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피난민들은 이곳에 친척이나 고향사람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소식을 듣고 모여들어 단천마을, 신포마을, 영흥마을, 이원마을 등 이북 고향마을 사람들끼리 집단을 이루며 살게 되면서 마을 이름도 고향마을 이름으로 불렸다.
그곳에서 테어난 자녀도 부모를 따라 함경도 사투리를 쓰고, 또 냉면, 식해, 순대 등 고향음식을 먹으며, 북청사자놀이 등의 민속을 즐기기도 하였다. 1959년 발간된 속초읍의 <읍세일람>에도 속초읍 주민의 78%가 실향민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속초시 조사자료에는 6·25전쟁 이후 속초 주변 피난민의 규모는 4만8,722명이며 당시 청호동에 거주하던 사람들의 출신지는 92.9%가 함경도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들은 주로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였다. 실향민들의 고단한 삶의 궤적에 전쟁 이후의 70년 세월이 더해지며 문학, 연극, 미술에 영감을 주고 문화예술이 되었다.
이러한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인 특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독특한 청호동 아바이마을 실향민문화는 우리 속초만의 특색 있는 문화자원이며 속초문화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전쟁 남북분단의 아픔으로 태어난 청호동 아바이마을은 2011년 폭 100m의 신수로가 관통하면서 또 한 번의 분단을 맞았다. 마을을 잇는 제2 갯배의 설치 등 주민들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안전사고 우려, 강풍 우려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반영되지 않았다.
청호동 아바이마을의 단절로 실향민문화도 반쪽짜리가 되었다. 두 동강 난 아바이마을이 연결되어야만 아바이마을 실향민문화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고 청호동 아바이마을 전체를 민속촌과 같은 실향민문화관광 테마마을로 조성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본 의원은 <설악신문>(1월 13일 발행) 기고를 통해 아바이마을을 잇는 방안으로 개폐식 보도교(영도다리처럼 위아래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다리가 아닌 양쪽 옆으로 슬라이딩하면서 열렸다 닫혔다 하는 사람만 통행하는 다리)를 제안했다.
속초법정문화도시 조성계획에 개폐식 보도교 설치를 포함하는 청호동 아바이마을 실향민문화관광 테마마을 조성이 포함되어야 한다. 관광이 제1 산업인 속초가 관광산업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설악산, 동해바다, 호수, 온천 등 천혜의 자연환경에 더하여 고부가가치 문화가 융합된 관광산업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냄으로써 관광1번지 속초의 위상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원미희 강원특별자치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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