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출신의 신은숙 시인
양양 출신의 신은숙 시인이 첫 그림에세이 <굳세어라 의기양양>을 펴냈다. 작가 자신이 그린 그림에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시인이 이를 실행에 옮기려 틈틈이 화실을 드나들며 그림을 그린 첫 결과물이다. 시인은 “시가 되지 못한 그림도 있고 그림으로 풀어쓴 시도 있지만 굳이 그 경계를 가르기보다는 함께 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양양군 서면 장승리에서 철광산 노동자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시인은 고향이 있는 영동의 양양군과 현 거주지인 영서의 원주를 오가며 살아가는 동안 강원도의 그 숱한 고갯길과 풍경들이 시와 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특히 유년의 장승리 철광산을 다시 찾았을 때 철광산을 비롯해 모든 게 사라졌고 사택도 분교도 상점도 무엇 하나 남아있지 않아 그림을 그릴 때 인터넷 기록과 저서를 참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책의 제1장 ‘철광산이 있던 자리’와 제2장 ‘너를 보면 가슴에 비가 내린다’는 철의 동네 장승리와 양양에 대한 기억들이 녹아 있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혼자만 입었던 색동저고리 한복, 초등학교 한쪽에 서 있던 책 읽는 소녀 동상과 작은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일, 하나밖에 없는 목욕탕, 철광산과 놀이터였던 폐석장, 생필품을 팔았던 낙산상회 등 고향에 대한 기억을 그림과 함께 기록했다.
신은숙 시인이 첫 그림에세이 <굳세어라 의기양양> 표지.
제3장 ‘기차는 00시 30분에 떠나고’와 제4장 ‘바다로 걸어간 이젤’에는 생활의 터전인 원주와 고향 양양을 오가며 만난 곳인 귀래(貴來), 문막(文幕), 흥업(興業), 그리고 묵호와 태백, 남애(南涯), 강과 바다가 만나는 남대천 등의 얽힌 사연과 두 딸과 함께 떠났던 해외여행 이야기도 담았다.
제1장 뒷부분에 있는 이 책의 제목인 ‘굳세어라 의기양양’과 ‘직녀에게’는 오랜 기억을 더듬으며 지난한 삶을 한 권의 노트에 기록해둔 신은숙 시인의 어머니가 쓴 일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신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평생을 광산 노동자로 산 아버지와 대식구 살림을 도맡아온 어머니, 그 두 분이 아니었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나의 시도 그림도 그 존재의 뿌리 깊숙이 두 분이 계신다. 시나 그림으로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산문집으로 묶는다”며 “사라져간 철광의 사람들, 그리고 나의 아버지와 나의 어머니께 이 글을 바친다”고 썼다.
시인은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 ‘히말라야시다’가 당선되었고, 2020년 첫 시집 <모란이 가면 작약이 온다>를 펴냈다. 2021년 5월 원주시립도서관에서 유화 첫 개인전 〈시, 그리다〉를 열었고, 2022년 2월 혜화아트센터에서 열린 <시가 꽃으로 피어날 때> 시화 동인전에 참여했다. 한국작가회의와 강원작가 회원으로 활동하며 <강원작가> 편집장을 역임했다. 2023년부터 시동인 ‘여여’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원주에서 시를 쓰면서 시의 소재나 이미지에 연관된 유화 작업을 하고 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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