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마지막 날. 컴퓨터 앞에 앉아 ‘올해의 사자성어’와 ‘2024년 10대 뉴스’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검색해 본다.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뛰다’라는 뜻을 가진 ‘도량발호(跳梁跋扈)’가 꼽혔다. 교수들은 “권력자는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데 권력을 선용해야 함에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량발호는 단일 사자성어가 아닌 ‘도량(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뛰어 다님)’과 ‘발호(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뜀)’ 등으로 각각 달리 활용하던 고어가 붙으며 만들어졌다.
도량발호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권력자가 지켜야 할 규범의 본질은 위임 받은 권력을 선용해서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판이하다. 권력자들은 자신이 곧 권력의 원천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을 사유화하는 위정자가 많을수록 국민의 삶은 팍팍하고 고단하다”며 “권력자가 위임받은 권력으로 주인을 지배하는 형국, 즉 주객이 뒤바뀐 상황에서 국민이 행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2위는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을 가진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올랐다. 3위에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석서위려(碩鼠危旅)’가 올랐다. 4위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5위에는 ‘본이 서야 길이 생긴다’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이 올랐다.
2024년의 10대 뉴스는 언론사의 편집 시각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났다. 그러나 모든 언론사의 10대 뉴스의 첫 번째 자리는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언론사에 따라 순위는 차이가 나지만 공통적으로 10대 뉴스 안에 든 사건은 ‘무안 제주항공 대참사… 179명 사망’ 기사와 ‘한강, 한국인 첫 노벨문학상 수상’, ‘의대 증원 갈등 심화… 의료 대란 지속’, ‘4·10 총선 여당 참패, 거대 야당 탄생’ 등이 선정되었다.
우울하게도 긍정적인 기사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기사 외에는 찾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갑진년 한 해가 힘들고 어수선했다는 뜻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중동 정세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자영업자는 고물가로 인한 영업부담과 매출 감소로 1년내내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민생을 책임져야 할 정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차기정권 창출이라는 당리당략에 따라 오로지 ‘탄핵’과 ‘방탄’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있었다.
설악권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민의 모범이 되어야 할 지역의 리더들이 불법행위로 줄줄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주요 시책사업들이 오히려 시민들을 둘로 갈라놓고 있다.
그러나 어둠 속에도 빛은 늘 살아있고, 먹구름 속에도 푸른 하늘은 여전히 푸르르듯, 내일이 늘 어두운 것은 아니다. 연말에 들려온 ‘대한민국 문화도시 속초’의 선정 소식과 접경지역 추가지정 소식은 그 푸른 하늘이다.
날자! 푸른 새날로/ 김종헌
온다!/ 푸르른 새날이// 걷자!/ 뜨겁게 붉은 오늘과/ 푸른 내일을 손잡고// 가자!/ 어제에서 오늘로 오는/ 기억의 다리를 건너/ 오늘에서 내일로 가는/ 꿈의 사다리로// 그리하여 마침내/ 날자!/ 을사년 검푸른 파도위로/ 2025년 울울창창 높은 산 위로//
다가오는 을사년 2025년을 기대하며 졸시 한 편으로 가느다란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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