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보민 동해쌀국수 대표가 ‘달그락 활력소’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달그락활력소는 자신의 사업장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 보는 프로젝트다.
“지금 보면 재료가 여기만 뒤집혔죠. 어느 정도 열이 받았을 때는 중간중간 뒤집어줘야 해요.”
한창 브레이크타임으로 조용할 한 식당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러 사람의 왁자지껄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프라이팬에 느타리버섯과 버터, 소금 등을 넣고 간단한 요리를 만드는 듯 했지만, 좁은 주방에서는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다 만들어진 버섯볶음요리를 두고 모인 이들이 열띤 토의를 이어갔다. 약 두 달간 속초 엑스포공원 인근에 위치한 동해쌀국수에서는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 손님들이 빠지는 시간에 ‘달그락 활력소’ 프로그램이 열렸다. 속초문화관광재단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의 일환인 ‘달그락 활력소’는 가게 사장님이 자신의 사업장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직접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강보민(33) 동해쌀국수 대표는 지역의 요식업 종사자들과 함께 지역 식재료를 이용해 ‘속초의 맛과 멋’ 메뉴 개발을 콘셉트로 새로운 도전장을 냈다. 최근 프로그램 종료 후 성과공유회까지 마친 강보민 대표와 속초에 오게 된 계기와 속초의 맛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취미로 시작해 직업으로”
강보민 대표는 동해쌀국수를 개업하기 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항공 정비를 배우고 해군에 입대해 항공기술부사관으로 5년간 근무했다고 한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정비 일 외에 행정이나 부수적인 일을 하기에는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그만두고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요리를 배워보기로 했다. 또 군 생활하면서 전국 각지를 다니다 보니, 혼자 자취하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시간이 많았던 것도 자연스레 요리의 길로 들어서는 데 한몫했다고 말했다.
“중사로 전역하고 나서 식당이 돌아가는 분위기도 알고 싶어 직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갑자기 점장을 맡게 됐었죠. 3년간 열심히 일했고, 가게 운영과 직원 관리, 사건‧사고 났을 때 대처 방법 등 많은 걸 배웠어요.”
대도시에서 요식업의 다양한 분야를 배운 그는 창업의 뜻을 품고 먼저 양양에 터를 잡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이곳에 오게 됐다. 양양에 가게를 열려고 했지만, 그 당시 부동산에 마땅한 자리가 없어 속초에서 오픈했다.
동해쌀국수에서는 속초‧고성‧양양 등 동해안에서 나는 신선한 로컬 식재료를 활용해 강 대표가 직접 개발한 메뉴를 선보인다. 한우쌀국수, 마라쌀국수, 동해홍게쌀국수, 째복해장쌀국수 등 독특하면서도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감칠맛으로 가게를 연지 1년 정도 밖에 안 됐지만, 벌써 현지인 미식가들로부터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지역 특색을 선보일 메뉴로 홍게쌀국수를 선택했는데 껍데기가 있어 맛을 빼기가 힘들었죠. 근데 직접 고기 국물을 우려 쓰다 보니까 베이스가 좋아서 그런지 금방 성공했어요. 물이 바뀌면 음식 맛이 바뀐다는 얘기를 잘 안 믿었는데, 전에 인천 쪽에 살 때 개발했던 똑같은 레시피를 여기서 만들어보니까 맛이 완전 다르더라고요. 속초‧고성‧양양이 음식하기에는 되게 괜찮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가을 설악문화제와 연계해 열렸던 ‘2024 마숩다속초 속초음식축제’에서도 야외부스를 열었던 것이 그는 값진 경험이었다. 강 대표의 가게를 찾았던 한 손님이 음식을 맛보고 ‘너무 맛있다’고 칭찬하며 엑스포에서 음식 축제를 하는데 나가보지 않겠냐고 추천한 게 인연이 됐다고 한다. 당시 서울에서 온 지 얼마 안 돼 지역에 연고도 없고 행사 소식을 듣거나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그는 고민 끝에 경험 삼아 해보자는 생각에 도전했다.
“쉽게 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행사가 열리는 야외에서 음식하는 건 처음 해봤거든요.
첫날에 생각보다 손님이 몰려 몸은 힘들었지만, 옛날 식당에서 일할 때 생각도 나고 시간도 엄청 잘 가고 오랜만에 그런 느낌을 받아서 재밌었어요.”
달그락활력소 프로그램 교육자료.
기본에 충실하면 맛도 최고
강보민 대표는 속초에 처음 와서 음식문화제와 달그락활력소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동해안 지역의 식재료에 대한 관심과 이해, 추가적인 발굴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달그락활력소에서 한 주에 한 가지 레시피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요리의 기본과 식재료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계속 프로그램 내용도 수정하게 됐다.
“동해안에서 잡을 수 있을 째복 같은 경우도 조개류이고 껍질이 두꺼워 쓰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지역 식재료의 특징에 요리의 기본을 적용하니 2주 안에 새로운 메뉴를 뚝딱 만들 수 있었어요.”
동해안 하면 수산물 위주로만 생각하지만,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면 양양에 버섯 농장도 많고, 감자, 옥수수, 콩 등 대중적이지만 요리의 기본을 충분히 활용하면 로컬 재료의 신선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그락 활력소 참여자들에게 양양산 느타리버섯에 버터와 올리브유 등으로 간단하지만 풍미 있고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이유다. 프로젝트를 또 하게 된다면 지역주민들에게 요리의 기본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제 프로그램에 오셨던 분들도 다 음식문화제에 함께 하셨던 분들이에요. 다들 음식점 사장님들이다 보니, 음식에 대한 평가도 많이 다르고 이렇게도 팔면 맛있겠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색다른 느낌으로 재밌었어요. 저도 가르쳐주면서도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속초시가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을사년 새해를 맞아 음식문화도시로서 새 출발하는 만큼, 강보민 씨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속초의 대표 식재료로 홍게를 꼽지만, 진정한 음식문화도시로 발전하려면 다양한 식재료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초에서 나는 식재료의 매력과 특징을 지역민들이 먼저 알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가게에 속초의 맛이 있다고 알려왔다면, 그런 가게들을 만들어내는 베이스를 알고 기반을 다져가는 것이 중요해요. 저도 첫 창업이지만 제일 걱정했던 것이 식재료 유통이었어요. 우리 지역의 식재료를 값싼 가격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로 다양한 레시피도 나오고 속초의 맛도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먼저 창업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 동해안의 식재료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을 돕고 나누고 싶습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