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집회 광경.
갑진년 마지막 달인 지난 12월 14일 오후 4시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부의됐다. 이에 따라 여의도는 진보단체가 ‘탄핵 찬성’ 집회를, 광화문에서는 보수단체가 집결해 ‘탄핵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우리지역 주민들도 자기 의견에 따라 직접 참석은 못 하지만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서울에서 벌어진 탄핵 찬·반의 분위기를 전하고자 취재했다.
필자는 이날 오후 1시경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벌써 확성기는 최대 볼륨으로 고막을 찢는다. 높은 연단 위에는 연사가 올라 ‘탄핵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곳곳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였다. 차도는 왕복 10차선에 양쪽 보도가 있어 도로 폭은 50m이며 광화문 네거리에서 숭례문(남대문)까지 1.1km 구간에 집회 참석자들이 점령하기 시작했고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500m 거리를 20여분이 걸려서 군중 속을 헤집고 갈 수 있었다. 바람이 약하게 불고 쌀쌀한 날씨에도 인원은 이제 집회가 시작인데 벌써 3~4만명 정도였으며 역시 장년층, 노년층이 다수였다.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경찰은 전 차로를 집회 측에 내어줬다고 방송이 나왔다. 많은 유튜버들이 군중을 헤집고 동분서주하며 영상을 제작한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몇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쉽게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그중에 경남 진주에서 새벽에 출발해 왔다는 정재훈(지방국립대 정치외교학과) 학생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탄핵 횡포와 예산 삭감에 분노한다”고 말하며 ‘젊은 보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참가하게 됐다고 한다.그는 몸에 태극기를 두르고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이라는 피켓을 들고 인터뷰에 응했다.
광화문 집회 광경과 참여한 젊은이.
이번에는 10여m를 걷다가 자유 마을 회원이라고 소개하는 경북 경주에서 7시반경에 출발해 올라왔다는 이상표(회사원, 50대) 씨를 만났다. 4주째 집회에 참석한다는 그는 “오늘은 특별히 대통령 탄핵소추를 한다고 해, 반대 의사를 전하려고 참석했다”고 했다. 집회 장소 한쪽에는 사고에 대비해 앰뷸런스와 의무요원들이 대기 중이었다.
이 집회 상황을 보고 오후 2시경에 용산 대통령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삼각지에서 이태원로 큰길 가로 100m에는 윤 대통령을 격려하는 화환이 서 있었다. 화환에는 ‘계엄은 필요했습니다’ ‘대통령님 힘내세요’ 등의 리본이 걸려있었다. 지역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들이 곳곳에 보이고 지나는 행인만 있어 한산했다. 경비담당 경찰에게 신분을 알리고 사진 촬영하는데 한 장은 보안 구역이라고 제지당하는 일 외에는 별일이 없었다.
필자는 다시 오후 2시 반경에 여의도로 출발했다. 여의도를 지나는 지하철은 여의도역에서 정차하지 않는다는 공지가 있어 공덕역 전철에서 내려 도보로 여의대교를 건너 순복음교회를 지나 국회대로 서강대교 쪽에 오후 3시 35분에 도착해 의사당 앞까지 가다가 인파에 막혀 의사당 대로로 밀려나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 도착했다.
진보 단체의 특성은 주로 2030세대들로 여성이 주를 이루고 소규모 집단으로 아이돌의 노래를 부르며 불빛이 반짝이는 응원봉과 주황 풍선을 들고 집회를 즐겼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윤석열을 구속하라’ ‘김건희를 구속하라’ ‘국힘당은 해산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결 인원은 국회 앞에서 여의대로까지 운집해 있고 헤아릴 수가 없이 어마어마(약 30만명 정도)했다. 여기에도 유튜버들이 성능 좋은 망원렌즈로 무장한 카메라와 받침대, 녹음기를 들고 발 빠르게 취재를 하고 있었다.
국민의 힘 당사 앞에서 송파구 위례에서 탄핵 찬성 집회에 참가한 이우철(회사원, 50대) 씨를 만나 탄핵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자신은 ‘노사모’ 소속으로 “윤 대통령은 잘하는 게 없다. 평가할 여지가 없다. 보수 언론지인 조·중·동도 읽지 않는다. 즉각 탄핵 구속해야 한다”고 흥분했다. 집회 장소 곳곳엔 무료 음료와 핫팩을 나눠주고 선도원도 배치하여 조직적이고 체계 있게 집회를 진행했다. 여러 곳에 긴급 의료원들이 대기하고 있고, 대형 모니터가 여러 곳에 설치돼 집회 참가자들의 율동과 열정적인 회원들을 모니터로 보여줬다. 이어 오후 4시 25분경 대형 전광판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이라는 결과를 우원식 국회의장이 발표하자, 모여있던 군중들은 환호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하고 축제를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이제는 윤석열을 구속해야 한다”고 구호를 외쳤다.
김승수 설악신문 서울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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