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에 ‘2024 강원 시니어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주상윤 농부시인.
80대 후반에 시 공부를 시작해 90세에 ‘2024 강원 시니어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내년에는 시집도 발간할 계획이다.
속초시 금호동에 살고 있는 농부시인 주상윤(속초고 2회) 씨의 이야기다. 주 시인은 1999년 동광농공고 교장으로 퇴임한 이후 농사에 전념하다가 3년 전부터 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청춘시니어 詩모임’ 회원들과 함께 한 주상윤 시인.
사제 간 모임에서 웰다잉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자서전이나 시 쓰기에 대한 제자의 권유를 받았다. 처음에는 “이 나이에 무슨~” 하면서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그러다 제자의 지속적인 권유로 시집 읽기를 거쳐 지난해 말부터는 사제 간의 정기적인 시 모임을 하게 되었다. 60대와 90대가 함께하는 ‘청춘시니어 詩모임’이다.
주상윤 시인은 지난 1년간 매주, 혹은 격주 모임을 하면서 시 쓰기의 어려움에 포기할 생각도 몇 번 했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시 읽기와 시 모임에 참여했다고 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모든 언어와 사물을 다시 보게 하고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을 줍니다. 어휘력을 기르기 위해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주상윤 시인은 구순의 나이에도 농사를 지으며 시도 쓸 수 있다는 ‘청춘노인’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시인은 요양보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변에서 이제 그만 쉬라고 만류해도 요양보호사 일은 매우 의미 있는 봉사활동이라며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겠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2017년에는 우수요양보호사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그야말로 나이 90은 숫자에 불과하고, 꿈이 있고 목표가 있으면 아직 청춘임을 실감케 한다.
농사를 지으며 흙과 대화하고 농작물과 교감하며 건져 올린 감수성과 요양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생로병사에 대한 깨달음을 시로 표현해내는 구순의 시인은 “시를 배우면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인생을 사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주상윤 시인이 지난 14일 2024 강원 시니어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2024 강원 시니어문학상 시상식은 지난 14일 ‘2024 강원 시니어 산업박람회’가 열린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렸다. 주상윤 시인의 수상작은 ‘호박 덩굴손’이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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