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본사는 올해도 속초종합사회복지관과 공동으로 ‘연말연시를 어려운 우리이웃과 함께’라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지난 1994년 이후 매년 12월 한 달간 벌이고 있는 이 캠페인은 설악권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보도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독지가와 연결시키는 캠페인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성금입금 계좌> 농협 222-01-009191 설악신문사 ◆문의 033-636-2222
■ 속초시 노학동 윤종식(가명) 씨
“생활고에 파킨슨병까지 앓아 막막”
조준미 사회복지사가 윤종식(가명) 씨를 만나 상담하고 있다.
윤종식(가명, 69) 씨가 거주하는 동네는 속초시 노학동에 위치해 한 때는 동우대 학생들로 활기를 띠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경동대와 통합되면서 약 10년 전부터 젊은이들의 발길이 뚝 끊기며 윤 씨와 같은 독거노인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1인 가구들이 주로 살게 됐다. 조용한 길거리에는 쓸쓸한 정적만 감돌았다.
윤종식 씨는 영서지방에 살았지만 알콜 중독으로 아내와 이혼하면서 오래전부터 홀로 지내왔다. 아들과 딸이 있긴 하지만 오래전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는 생계급여와 노령연금을 받고 있으나,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도 보증금은 없지만 월세 27만원을 내고 나면 부식비와 병원비 등 최소한의 지출도 버겁다.
그동안 생활비 사용으로 빚을 져 현재는 파산신청을 한 상황이다.
그가 일을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6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은 뇌 특정 부위의 도파민계 신경이 손상돼 거동이 어려운 질환이다.
윤 씨의 경우, 강릉아산병원까지 꾸준히 오가며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보호자가 없어 입원할 수도 없고 교통비와 병원비 부담이 크다 보니, 통원 치료도 제때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몸 상태가 악화되면서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툭하면 넘어지고 부딪히곤 한다. 그의 얼굴과 몸 곳곳에 상처가 아문 흔적이 눈에 띄었다.
윤 씨에게 어디가 가장 불편한지 묻자, 다리를 가누기 어려운 게 가장 답답하다고 했다.
이전에는 집주인으로부터 작은 텃밭을 받아 옥수수와 고추 등 소소하게 농사를 지으며 적은 액수의 수익을 내기도 했지만, 현재는 지팡이를 짚고 겨우 일어설 정도로 악화됐다.
올여름에는 한 번 쓰러져 지나가는 사람이 119에 신고해 실려 가기도 했다.
얼굴 근육이 뻣뻣하고 입과 손이 벌벌 떨려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어렵다면서 한마디 한마디를 힘겹게 이어가는 그의 목소리에서 무력함과 좌절감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뿐 아니라, 왼쪽 다리 고관절 수술, 고혈압성 심장병, 고지혈증 등 성한 곳이 없어 다량의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만 한다.
윤 씨의 작은 희망은 사회복지관이 가까운 주공임대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다. 현재 거주하는 곳은 전반적으로 열악한 환경에다, 시내와 떨어진 외곽에 있어 병원이나 복지시설을 이용하기가 어려울뿐더러 주위 이웃들과의 왕래도 없다시피 하다.
가끔 자비를 들여 윤 씨를 강릉아산병원까지 오가는 것을 돕는 요양보호사와 종종 도시락을 들고 집을 찾아주는 사회복지사들에게 그는 늘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말하기가 어려워 표현이 없는 듯 오해를 받아도 소소한 후원이 들어올 때마다 윤 씨는 복지사들에게 꼭 사진을 찍어 문자로 거듭 고맙다는 뜻을 전하곤 한다.
윤종식 씨의 집에 함께 방문한 조준미 사회복지사는 “이분은 꾸준한 식단관리를 통한 영양 섭취와 안정을 취하면서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대아파트 입주가 시급한데 보증금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고, 건강상 활동이 제한적인 만큼 일상생활에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 강현면 하복리 최수정(가명) 씨
딸 상처 받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모정’
양양군청 드림청소년팀 김미숙 사례관리사가 최수정 씨의 요즘 생활을 들으며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양양 강현면 하복리 한 펜션의 월세방에서 딸과 함께 지내고 있는 최수정(52) 씨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올겨울이 막막하기만 하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게 많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에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샌다.
“지난해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살다, 아무 연고가 없는 양양으로 이사를 왔어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가 아직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할 때가 있어 함께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제주가 고향인 최수정 씨는 일본에서 유학하다 만난 재일교포 남편과 결혼 후 딸을 낳아 오사카에서 지내다, 지난해 8월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는 딸과 함께 한부모 가정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 가정은 한부모 가정 지원수당 20만원과 주거비 20만원을 합쳐 40만원 정도 지원을 받지만, 월세 40만원을 내면 더 이상 쓸 돈이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최 씨도 얼마 전까지는 자활센터에서 일을 했지만, 고질적인 허리통증으로 인해 현재는 돈벌이를 못 하는 실정이다.
“원래 허리가 안 좋았는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더 안 좋아져 오래 일하기가 힘든 상태에요. 딸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일자리를 찾아야 하지만, 겨울이라 더 어렵네요.”
요즘 들어 더 몸이 안 좋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최 씨는 그래도 딸의 미래를 위해 웃음치료사, 웰다잉심리치료, 아로마테라피 등 자격증을 3개나 따낼 정도로 삶에 대한 애착심이 강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자격증으로 취업할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 모녀는 올겨울을 따뜻하게 잘 보내는 것만이 작은 소망이다.
방과 후를 마치고 돌아오는 딸의 모습을 보는 게 일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최 씨는 “그래도 우리 가정의 사정을 파악한 선생님들이 딸을 위해 많은 조언과 관심을 가져줘 그나마 안심이 된다”며, “아이가 빨리 이곳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은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학교 적응에 시간이 더 필요한 데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여서 최 씨에게는 올겨울이 더욱 힘들게만 느껴진다. 특히, 댄스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뭐라도 해줄 수 없는 엄마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녀의 마음은 늘 미안함으로 미어진다.
아이가 자고 나면, 눈물로 기도한다는 최수정 씨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딸이 자신만을 믿고 낯선 곳에서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늘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수정 씨는 “아이가 학교생활 중에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커 주기만을 두 손 모아 기도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