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자들이 많이 하는 대화 중의 하나가 군대이야기인데, 이는 힘들고 고생스러웠지만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참모, 지휘관, 교관으로 9년여 복무한 장교출신이라 어쩌다 군대이야기가 나오면 아무 말 안하고 있어도 친구들로부터 이유 없이 미움(?)을 받는다. 노인들은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 이루지 못한 애틋한 첫사랑 이야기, 맛있게 먹었던 음식, 즐거웠던 여행담, 성공담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추억을 되새기곤 한다. 이렇게 과거의 좋고 아름다웠던 것만 생각하고 추억하려는 경향을 심리학에서는 므두셀라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라고 한다. 이 증후군은 퇴행(退行, regression) 및 현실도피 증상으로써 과거의 아름답고 좋았던 것만 추억하려는 현상을 말한다. 이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좋았던 것만 기억하려 하며, 좋지 않던 기억은 지우거나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방향으로 사실을 왜곡(歪曲, distortion)해 버린다. 자신이 가장 행복했다고 여기던 때와 즐거웠다고 생각되는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런 증상은 대체로 60대 이상의 노년층에게 많이 생기고, 현실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과거로의 회귀본능(回歸本能)을 보이며 자신의 현재 상태에 불만족한 경우에는 과거의 좋았던 기억에 의존하려는 경향(傾向)을 강하게 나타난다.
‘므두셀라’라는 이름은 예수님께서 태어나기 전의 이스라엘 역사와 하느님의 구원의 약속, 계시(啓示, revelation) 등이 담긴 경전(經典)인 구약성서(舊約聖書)에 등장하는 인물인데, 그는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 산 사람이다. 구약성서에 의하면 ‘므두셀라’는 187세에 ‘라멕’을 낳고 ‘라멕’은 180세에 ‘노아의 방주’를 만든 ‘노아’를 낳았다. 노아의 할아버지인 ‘므두셀라’는 ‘라멕’을 낳은 후 780년을 더 살고 969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은 해에 대홍수로 말미암아 세계가 물에 잠기게 되는데 그는 ‘노아의 방주’에 들어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수명이 수백 년 이상인 것이 황당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노아의 대홍수사건 이전에는 인간의 수명이 수백 년 이상이었으나 노아의 대홍수사건 이후에 현재와 같은 인간수명으로 되었다고 한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수명이 긴 나무의 이름이 소나무과의 ’므두셀라’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비숍 화이트 산에 있는데 4,700년 이상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고달픈 현실을 잊고자 과거를 아름답고 찬란했던 것만 기억하려고 하는 경향에 대해 ‘므두셀라’라는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는데 대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추론해 보면 ‘므두셀라’는 969년의 삶을 살면서 수많은 경험을 했을 것이며 그 속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좋은 것만 기억하면서 살려고 노력했을 것이며 스트레스를 적게 받아 오래 살 수 있었다고 짐작된다. 인간은 나이가 많이 들수록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신드롬이 므두셀라증후군이며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 ‘므두셀라’이기에 그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 같다.
현재의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과거의 좋은 것만 기억하려는 것은 개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매우 좋은 일이고, 개인적인 인간관계나 가족관계에서는 므두셀라증후군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막연한 향수가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외면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향수에 젖어 재미있게 추억을 이야기하는 청년시절의 군대이야기나 노인들의 고생스럽던 시절 이야기, 첫사랑 이야기 도중에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래? 하고 물으면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의사들은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항상 좋은 것을 보려고 노력하고, 좋은 생각으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힐링(healing)하며 즐겁게 살면 행복하고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살 수 있으며, 세상의 모든 일은 우리들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최영걸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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