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본사는 올해도 속초종합사회복지관과 공동으로 ‘연말연시를 어려운 우리이웃과 함께’라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지난 1994년 이후 매년 12월 한 달간 벌이고 있는 이 캠페인은 설악권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보도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독지가와 연결시키는 캠페인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성금입금 계좌> 농협 222-01-009191 설악신문사 ◆문의 033-636-2222
■ 속초시 교동 김희숙(가명) 씨
“아이들에게 못 먹이고 못 입혀 미어져”
김나연 사회복지사가 속초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한 김희숙 씨의 사연을 경청하고 있다.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것을 사주지 못할 때가 가장 속상해요.”
속초시 교동에 거주하는 김희숙(가명) 씨는 사는 것이 너무 버겁지만, 최대한 감정을 억눌러야 한다며 애써 쓴웃음을 지었다. 배우자의 경제적 지원도 없는 데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 자녀들을 위해 자신이라도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도대체 어떻게 버텨오셨냐고 조심스레 묻자, 그녀는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죽음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근데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러면 또 애들한테 더 상처를 주는 거니까요. ‘조금만 버티면 또 좋은 날이 있겠지’ 하고 그런 생각으로 그냥, 그냥 버틴 것 같아요.”
희숙 씨는 젊은 시절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 슬하에 다자녀를 키우며 살아왔다. 그녀는 배우자가 자신과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휘두르자, 이혼을 결심했고, 현재는 홀로 아이들의 양육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평일 하루 9시간 근무해 월 200만 원을 벌고 있지만, 다자녀가 모두 학령기 아동이다 보니, 교통비와 간식비, 의복비 등 모두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큰 아이는 자신을 신경 쓰지 말라며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벌고 있지만, 엄마로서 학비조차 지원해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한창 쑥쑥 크는 나머지 자녀들에게 겨울옷조차 사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며 안고 있던 아이의 드러난 배를 가리려 짧은 상의의 끝단을 당겨 내렸다. 자녀들끼리 터울이 커 옷을 물려입게끔 하지도 못했다.
치과 진료나 폐렴 등 병원 진료조차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지만, 해맑은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라탕이나 피자 등 날마다 먹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조른다고 한다.
“생활비와 양육비가 너무 부족해 빚을 낼 수밖에 없었는데 이마저 갚지도 못하고 핸드폰 요금도 제때 내지 못해 개인회생절차를 밟고 있어요. 아이들이 주 5일 학교만 왔다 갔다 해도 한 아이당 한 달에 10만원씩 나가더라고요. 일할 때 연체 독촉 전화를 계속 받을 때면, 압박감을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어요.”
그녀는 회사 근무 시간에도 냉혹한 현실을 마주할 때면 생각이 많아진다. ‘아차’하는 순간 실수가 발생하면, 이미지가 깎여 근무를 계속하기 어렵게 될까 조마조마하다. 사실 김 씨의 몸도 허리디스크와 협착증에 인공관절을 껴야 할 정도로 일을 지속하기에는 성치 않은 상황이다. 한 달치 약을 타 버티면서 생활비 때문에 일을 관둘 수 없으니 계속 다니는 것이라 말했다.
“저는 괜찮은데 아이들부터 살리자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어요. 먹는 것도 넉넉히 못해 줘 미안하지만, 무엇보다 저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하는 게 제일로 마음이 아파요.”
김 씨를 상담한 김나연 사회복지사는 “희숙 씨의 경우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려고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도 성실히 근로활동을 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혼자 여러 명의 자녀를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아이들도 오랜 시간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경제적, 정서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따뜻한 지원의 손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 고성 현내면 김판호(가명) 씨
난방·끼니 걱정하며 추운 겨울 홀로 버텨
정경숙 고성군 통합사례관리사가 김판호 씨와 상담을 통해 지원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에서 홀로 사는 김판호(78, 가명) 씨는 오래된 월세 집에서 앙상한 몸으로 추위에 떨며 추운 겨울을 어렵게 보내고 있다.
그가 사는 집은 현관에서부터 종이상자와 각종 짐으로 가득 차 있어, 손님이 자리할 공간조차 없을 정도로 협소한 데다, 위생적이지도 않아 건강이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김 씨는 젊었을 적, 서울 수도방위사령부 기동대에서 22년 동안 직업군인 생활을 했었다고 한다.
그 시절에는 가정도 이뤘지만, 가정불화로 가족은 해체됐고, 그 이후로 현재까지 가족이나 친척들과 단절된 채로 25년을 홀로 어렵게 살아오고 있다.
군 기동대에서 근무했던 그에게 ‘모토사이클’이란 취미는 삶의 유일한 낙이었고, 동호회 활동을 하며 생활하던 중 최북단 고성군과 인연을 맺었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처음 고성군 초도리에 둥지를 튼 김 씨는 당시 건물을 빌려 민박 사업을 했지만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려 큰 손해를 입어 실패하게 됐고, 오갈 데가 없어져 싼 월세방을 터전 삼아 지금은 명파리에서 지내고 있다.
사업 실패로 모든 재산을 잃은 그는 정신적·육체적으로도 쇠약해졌고, 주변과 교류 역시 단절하며 삶을 이어오고 있으며, 민박을 운영할 당시 낙상사고로 척추를 크게 다쳐 현재 거동조차 어려운 상황이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고성으로 이주하기 전 운수회사에 근무하던 경력 때문에 차량 말소처리가 안 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신청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현재는 기초 연금과 군에서 운영하는 해변정화 활동을 통한 약간의 수입으로 근근한 생활을 하고 있다. 월세를 제하면 난방과 끼니를 해결하기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김 씨는 집 내부의 쌓여있는 짐들을 보며 “난방을 하지 못해 한기를 막아보고자 낸 자구책이자 지난날 실패한 사업에 차마 버리지 못한 미련”이라고 말했다.
꿈과 희망을 품고 고성에 이주했지만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올겨울 도움의 손길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이번 취재에 동행한 고성군청 정경숙 통합사례관리사는 “현재 이 어르신은 내년에 군이 진행하는 ‘바다 지킴이’ 활동에 신청했지만, 경쟁이 치열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 거주 비용과 공과금을 줄일 수 있는 주거지 이동도 고려하고 있다”며, “우선 추워지는 올겨울을 버티실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천식 인턴기자 limcun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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