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본사는 올해도 속초종합사회복지관과 공동으로 ‘연말연시를 어려운 우리이웃과 함께’라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지난 1994년 이후 매년 12월 한 달간 벌이고 있는 이 캠페인은 설악권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보도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독지가와 연결시키는 캠페인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성금입금 계좌> 농협 222-01-009191 설악신문사 ◆문의 033-636-2222
■ 속초 교동 김성수(가명) 씨
하루 두 끼로 끼니 때우며 근근한 삶 연명
지난 4일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이진숙 사회복지사가 김성수 씨의 주거지를 방문해 상담하는 모습.
속초시 교동의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성수(가명, 65) 씨의 집안에 들어서자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 거실에 매달려 있는 전등은 켜진 듯 만 듯 희미한 누런빛만 발한 지 오래. 주방 형광등도 들어오지 않아 성수 씨의 집안은 한낮에도 어두컴컴했다. 집의 난방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가스보일러를 작동해도 따뜻해지지 않는다고 하며 열선을 따라 껍질이 다 벗겨진 전기장판 위에서만 생활하는 성수 씨의 어깨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방안의 재떨이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는 그가 느끼는 쓸쓸함과 무기력함을 대변하는 듯 했다.
속초가 고향인 성수 씨는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지만, 가족도, 배우자도 없이 홀로 살아가고 있다. 도움을 받을만한 친구나 지인도 없다. 그나마 중앙동에 4살 많은 형이 있지만, 자신에게 수백만원의 돈을 빌리고 나서 갚지도 않은 채, 연락도, 왕래도 없던 시간이 오래됐다고 한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빌려 가 갚지 않은 것도 화가 나는데 가족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만 해도 그는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초등학교 중퇴 후 어려서부터 청호동에서 뱃일을 하며 지냈던 성수 씨는 올해 봄까지 일용직 일을 하며 나름 빚지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 갔다. 그러던 중 척추를 다쳐 일용직 일은 그만두고 6월부터 12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으며 생활했다. 하지만 여전히 몸 여기저기가 아파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식비와 월세, 공과금과 핸드폰 요금 등을 해결하면 생활비가 부족하다 보니 병원 진료는 꿈도 못 꾸고 척추질환도 약으로만 버티고 있다고 한다.
끼니도 하루에 두 끼 정도만 겨우 해결한다는 성수 씨의 집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가끔은 라면을 끓여 먹거나 밖에서 해결한다.
최근 이웃 주민이 김 씨의 사정을 알고 사회복지관의 도시락 지원을 대신 신청했지만, 거동이 아예 불가능한 대상자들만 지원을 해주는 사업이라, 약간의 거동만 가능한 성수 씨는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더욱이 사회복지관을 직접 왕래하기에는 차가 없어 사회복지사가 1주일에 한두 번씩 그의 집에 들른다고 한다.
성수 씨의 경우, 실업급여 수급이 끝나도 건강 문제로 여전히 취직이 어려워 현재는 동사무소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신청해 놓은 상황이며 내년 1월에 지원 대상 발표가 난다.
문제는 어두운 집안과 난방·온수가 나오지 않는 보일러, 오래된 벽지와 페인트칠이 벗겨진 베란다 등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매서운 한파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겨울에 찬물로 씻기도 어려워 위생관리와 건강 악화가 염려되는 상황이다.
김 씨를 함께 찾은 이진숙 사회복지사는 “성수 씨의 경우, 처음 찾아뵀을 때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운 채로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또 12월 이후 경제적 지원도 없어 생계유지와 열악한 주거환경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무 없이 꾸준히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오신 만큼 도움의 손길을 보태면 지금 상황보다 충분히 나아지실 수 있는 분이니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 양양읍 서문리 김서라(가명) 씨
장애 안고 홀로 아들 키워…겨울나기 막막
양양군청 드림청소년팀 김미숙 사례관리사가 김서라 씨를 위로하고 있다.
“아이만이라도 행복하게 잘 성장해줬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양양읍 서문리의 옛날 가옥에서 어렵게 홀로 아들을 키우며 지내고 있는 김서라(가명, 44) 씨는 추운 겨울을 맞아 난방비 걱정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과 헤어진 후 혼자 아들을 돌보고 있는 그는 시각장애에 협심증까지 앓고 있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못해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7평 남짓한 월세방은 기름보일러를 때지만 건물이 노후화돼 겨울을 나려면 난방비가 많이 들어가 매년 겨울이면 걱정이 태산이다.
한부모 가정인 김서라 씨는 정부 보조금으로 나오는 20만원으로 월세를 내고 나면, 사실상 쓸 수 있는 돈이 전무한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치킨과 피자도 마음껏 사 줄 수 없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이가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피아노를 배우는데, 정말 재밌고 즐겁다고 좋아해요. 하지만 형편이 안 되니, 학원을 보낼 수 없어 정말 아들한테 미안할 뿐입니다.”
요즘 감기 때문에 건강이 더 안 좋다는 김서라 씨는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들이 멀리서 “엄마”를 부르며 품에 뛰어들 때가 가장 행복하지만, 가장 미안하고 슬퍼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아들에게 가끔은 맛난 간식을 사주기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1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쌀도 자주 떨어진다는 김 씨는 주변 지인들이 어렵게 사는 형편을 알고는 쌀과 반찬을 틈틈이 전해줘 그나마 굶지 않고 있다고 한다.
“매년 겨울만 되면, 보일러를 돌릴 기름이 얼마나 줄었는지, 들여다보는 게 일상이 된 지 오랩니다. 앞으로 더 추워질 텐데, 걱정이 많아요.”
서라 씨의 걱정은 이제 곧 시작하는 겨울방학에 아들에게 만들어줄 간식거리와 방과 후 피아노를 대신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아들과 함께 온종일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에 겨울방학이 엄마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이날 취재에 함께 동행한 양양군청 드림청소년팀 김미숙 사례관리사는 “이분의 경우에는 정말 상황이 어려워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에 자주 안부를 묻곤 한다”며 “사는 집이 워낙 오래돼 우풍이 세서 보일러를 돌려도 잠시 따뜻할 뿐이라서 겨울철 난방비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을 해서라도 하나뿐인 아들을 잘 챙겨주고 싶지만, 김서라 씨는 건강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연신 굵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들이 엄마만 곁에 있으면, 치킨이나 피자를 안 먹어도 되고, 피아노도 안 쳐도 된다고 위로할 때 정말 너무 슬프고 미안하다”며, “형편이 어려운 걸 진작에 알았는지, 일찍 철이 들어가는 아들을 보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밤이 일찍 찾아오는 긴 겨울밤에 모자는 그나마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의지한 채 삶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양양풍력발전(주), 현남면사무소에 생활물품 후원
양양풍력발전(대표 박기완)이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을 후원하고자 지난 5일 온열매트 10개, 생활용품 세트(휴지, 물티슈, 세제 등) 10개 등의 생활물품(200만원 상당)을 현남면사무소에 기탁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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