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재발견, 순국열사 유관순을 충남 공주에서 만났다. 많은 사람이 유관순 열사를 아우내 장터의 3.1독립만세로 기억한다. 유관순 열사의 성장과 교육환경, 가족관계 그리고 나라사랑 민족정신은 누구의 어떠한 가르침에서 형성되었는지는 아는 바가 별로 없다. 학교교육에서 상세하게 다루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8~9일 1박2일 일정의 속초시기독교 장로연합회 국내선교지 탐방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이번 탐방은 공주제일교회의 옛 성전인 공주기독교박물관이 핵심이었다. 1931년 건립되어 일제 억압과 한국전쟁의 참화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무엇보다 충청도 근대교육의 어머니 사애리시(1871~1972)의 교육헌신에 몰입되었다. 첫째, 사애리시 선교사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캐나다 출생 미국 선교사 사애리시가 없었다면 유관순 열사도 없었다. 사애리시는 미국 오하이오에서 교역자로 있다가 미국 북감리회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되었다. 1903년 이화학당에서 로버트 샤프 선교사와 결혼하였고, 1904년 초등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 특히 소녀들을 위해 충남 최초의 근대학교 공주영명학교를 세웠다. 사애리시 선교사가 지역순회 중 1914년 병천 지령리교회(현 매봉교회)에서 12살의 총명한 유관순을 만났다. 유관순을 수양딸 삼아 영명학교와 서울이화학당에서 고등교육을 받게 했다. 사애리시 선교사의 교육을 통해 순국열사 순교자 유관순의 민족정신이 길러진 것이다.
둘째, 사애리시 선교사의 평생의 헌신과 희생을 몰랐다. 남편 로버트 샤프 선교사(1872~1906)는 한국에서 결혼한 지 3년 만에 겨울날 강경, 논산지역 전도여행 중 진눈깨비를 피해 상여집에 머물렀다가 장티푸스에 전염되어 순직했다. 지금 공주영명동산에 잠들어 있다. 또한 공주영명학교 우리암 선교사의 아들로 하지장군의 보좌관 우광복과 그의 여동생 8살 올리브, 아멘트 선교사의 아들 2살 로저, 테일러 선교사 부부의 5살 딸 에스더가 영명동산에 잠들어 있다. 유관순 열사가 태극기를 만들었다는 샤프 선교사 양옥집도 그곳에 있다.
셋째, 독립운동가 가문인 유관순 열사의 가족관계에 대해 무지했다. 유관순의 아버지 유중권과 어머니 이소제는 천안홍호학교를 설립하였고, 두 분 모두 아우내 3.1만세운동 현장에서 순국했다. 뿐만 아니라 숙부 유중무도 아우내 3.1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유관순의 아버지 유중권의 시신을 둘러메고 주재소에서 항의하다 옥고를 치렀다. 유관순 열사의 오빠 유우석도 영명학교 출신으로 1919년 4월 1일 공주만세운동을 주도하였으며, 유우석의 부인 조화벽 열사는 양양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사촌언니 유예도는 1919년 3월 1일 서울 파고다공원 독립선언문 선포식에 유관순과 참가하고 천안에서 거사를 모의, 주도, 동원했다가 간신히 피신했다.
유관순 열사는 건국훈장 독립장(1962) 이후 뒤늦게 대한민국장(2019)이 추서되었다. 가족 추서는 유중권(애국장), 이소제(애국장), 유중무(애족장), 유예도(애족장), 유우석(애국장), 조화벽(애족장)이다. 독립유공자 훈격은 대한민국장(1등급), 대통령장(2등급), 독립장(3등급), 애국장(4등급), 애족장(5등급), 건국포장, 대통령표창 순이다. 그러니까 유관순 열사의 훈격은 오랫동안 3등급이었다. 규정에 따랐겠지만 국민의 무관심 탓이다.
2018년에 “유관순 열사가 울고 있다”는 모신문 기사가 있었다. ‘유관순 열사’에 대한 교과서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2015년에 교육부가 권고했지만 일부 역사학자들이 순국을 악의적으로 왜곡·폄훼했기 때문이라고 기사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전히 한국사교과서 대부분은 유관순의 순국을 기록하는 데 매우 인색했다고 했다. 충남 공주에 가보기는 했나?
최철재 경동대 온사람교양교육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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