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본사는 올해도 속초종합사회복지관과 공동으로 ‘연말연시를 어려운 우리이웃과 함께’라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지난 1994년 이후 매년 12월 한 달간 벌이고 있는 이 캠페인은 설악권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보도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독지가와 연결시키는 캠페인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성금입금 계좌> 농협 222-01-009191 설악신문사 ◆문의 033-636-2222
■ 속초 노학동 양승민(가명) 씨
부채 1억 못 갚고 각종 지병으로 ‘신음’
지난달 27일 속초종합사회복지관 김나연 사회복지사가 양승민 씨를 상담하고 있다.
속초시 노학동의 허름한 주택에서 홀로 살고 있는 양승민(가명, 53) 씨는 장기간 모텔에서 생활하다, 최근 노학동 행정복지센터의 도움을 받아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했다. 지난달 27일 찾은 그의 집은 날씨가 급격히 쌀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난방을 떼지 않은 채로 겨울 이불에 의지해 지내고 있었다. 오래된 집이어서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다 보니, 값비싼 기름값도 그에겐 큰 부담이다. 집안에는 별다른 살림살이나 가구, 가전제품 없이 행정복지센터와 사회복지관에서 지원해준 식량과 물품들만 곳곳에 놓여 있었다.
그의 옆에는 여러 개의 약봉지가 눈에 띄었다. 최근 영양실조와 위궤양으로 아산병원에서 내시경을 받고 치료받았다고 한다. 모텔에 거주하던 당시 모텔주인이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던 양 씨를 발견해 강릉아산병원으로 긴급 이송한 후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현재는 사회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문제는 영양실조로 잔존 치아가 몇 개 남아 있지 않아 음식을 씹는 것은 물론 발음이 부정확해 사람들과 대화하며 어울리는 것 조차 어려운 일이다. 틀니가 필요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과 치료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돼야만 경제적 부담이 덜한데, 65세 이상부터 지원이 되기 때문에 승민 씨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자부담으로 치료해야 하는 형편이다.
양 씨는 작년 상반기까지 아파트 등 시설관리부에서 일했지만 이직하는 과정에서 잘 되지 않았고, 조건부 수급으로 자활근로에도 참여했지만 그마저도 적응하지 못해 그만둔 상황이다. 오래전 생활비로 사용하며 생긴 부채가 약 1억 정도며, 지난 2021년경 개인 회생을 신청해 성실히 납부해 왔지만, 이직이 잘 되지 않자 납부하지 못하고 회생은 종료돼 부채가 그대로 남은 상태라고 한다.
20여년 전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이 다 끊긴 채 홀로 힘겹게 살아가는 양승민 씨의 눈빛에서는 짙은 외로움이 느껴졌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그에게는 무기력한 마음과 무료한 일상을 딛고 일어설 삶의 희망이 절실하다. 그나마 행정복지센터와 사회복지관의 여러 도움을 받게 되면서 다시 힘내보려고 한다며 힘겹게 말을 꺼낸 양 씨는 다시 자활근로에 참여해보려고 준비 중이다.
양승민 씨를 함께 찾은 김나연 사회복지사는 “양 씨가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충분한 영양 섭취와 안정이 필요한 상태”라며 “조건부 수급으로 생계비를 받고 있지만 월세와 생활비를 사용하고 나면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삶의 질이 조금 더 향상될 수 있는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 고성 거진읍 김대건(가명) 씨
조현병 아버지와 장애 딸의 막막한 겨울나기
정경숙 고성군 통합사례관리사가 김대건 씨와 상담을 하며 어려운 상황들을 청취하고 있다.
고성군 거진읍의 경사가 가파른 한 주택가 꼭대기.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게 기울어진 낡은 월셋집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김대건(43, 가명) 씨가 지적장애를 지닌 딸과 함께 어렵게 겨울을 맞고 있다.
어린 나이에 막노동을 하며 일찍 가정을 꾸려 두 자녀를 얻은 그는 갑작스러운 아내와의 이별과 경제적 어려움을 동시에 겪으면서 절망에 빠져 지내다, 결국 조현병까지 앓게 됐다.
병을 얻고 막막했던 김 씨는 두 자녀를 데리고 고향인 거진읍의 홀어머니 집에 돌아와 생활을 의지하게 됐다. 오랜 기간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에 전념했지만, 병세는 차도를 보이지 못하고 현재까지 오랜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지내 오던 이 가족은 지난 6월 가족의 버팀목이었던 김 씨의 모친이 사망하면서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됐고, 최근에는 김 씨의 조현병 증세마저 더욱 악화된 데다, 우울증까지 와 심각한 상황이다.
긴 투병 생활로 현재 경제활동 능력마저 상실한 김 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과 갓 성인이 된 딸의 주 2회 아르바이트 수입 등으로 근근이 어려운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
현재 이 가족이 살고 있는 13만원의 월셋집은 지난해 여름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토사가 흘러내려 천장이 내려앉은 상태로, 부녀는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다가올 겨울 폭설과 한파에 걱정이 태산이다.
하지만, 해외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된 집주인은 사실상 건물을 방치하고 있어 조치를 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며, 이에 김 씨는 이사를 고려하고 있으나 현재보다 높은 주거 비용과 이사비용 등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취재에 동행한 고성군청 정경숙 통합사례관리사는 “이 가족은 현재 주거지 이동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데다, 식료품, 생활용품, 진료이동 등 우선적으로 지원 가능한 부분들을 살펴 지원할 예정”이라며, “주거지 이동은 주변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다방면으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임천식 인턴기자 limcun32@naver.com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