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만의 ‘불탄 감자빵’을 런칭한 강성식(왼쪽부터), 안병재, 김학현, 이상철 공동대표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삶은 감자 냄새와 고소한 향기가 구미를 자극한다. 언제 맡아도 갓 구운 신선한 빵 내음은 기분을 들뜨게 한다. 한 손에 쏙 들어가는 크기, 둥글넓적한 감자 모양의 이 빵은 특이하게도 겉이 까맣다. 얇은 피 안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 소가 가득 들었다.
“감자 빵은 감자 색이, 고구마 빵은 고구마 색깔이 나야 하는 게 맞죠. 그런데 우리가 옛날에 실제로 감자를 구워 먹을 때 새카매지던 모습을 떠올렸어요. ‘좋은 아이디어다!’하며 ‘불타는 감자빵’으로 의견을 모았어요.”
불탄 감자빵이 속초명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60대 은퇴자들이 똘똘 뭉쳐 인생 2막의 닻으로 내린 ‘불탄감자빵’은 그렇게 탄생했다. 오랜 연구와 시도 끝에 ‘불탄감자빵’을 런칭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 강성식(61), 김학현(62), 이상철(61), 안병재(61) 4인방은 속초에 정착한 지 갓 3개월밖에는 안 됐지만, 벌써 하루에 150에서 200박스의 감자빵을 만들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속초 BTS’, 곧 ‘불타는 시니어’로 불러달라며 웃는 이들의 감자빵처럼 따끈하고 속이 꽉 찬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저희는 대학교 산악동아리에서 만났는데 졸업 후 엔지니어, 광고 감독 등 하는 일은 서로 달랐지만, 30년 만에 다시 만나 종종 함께 등산을 다니곤 했어요. 은퇴 후에 제2의 삶으로 한 번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사업을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안병재 셰프가 분당에서 2년째 작은 빵집을 운영하고 있었죠. 요새 핫한 감자빵을 만들어 봐 달라고 부탁해 함께 시식했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우리만의 차별화된 감자빵을 만들어 내놓아도 좋겠다 싶었죠.”
함께 산을 타며 작은 불씨처럼 툭툭 던지던 아이디어들은 네 명이 머리를 맞대니 불일 듯 실현되기 시작했다. 속초가 고향인 강성식 씨가 먼저 속초에 현재의 매장공간을 마련해 친구들을 설득했다. 함께 해마다 설악산에 애정을 가지고 공룡능선을 등반했던 친구들도 큰 망설임 없이 속초로 귀촌을 택했다. 그래서인지, 탁 트인 매장에서는 설악산 능선이 한눈에 보이고, 한쪽 벽면에는 산에서 함께 한 이들의 사진들이 액자로 보기 좋게 걸려 있다. 가게 내부 인테리어를 담당한 김학현 씨는 추억회상 겸 불탄감자빵 브랜드가 탄생한 스토리를 기념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대학 산악동아리 동기들 ‘의기투합’
이들은 감자빵을 많이 파는 것도 좋지만, 자신들이 먼저 즐겁고 재밌게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해주자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며, 착하고 건강한 빵을 모토로 합성첨가물과 같은 인공 재료는 모두 제외했다. 촉촉하면서도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한 개만 먹어도 식사 대용으로 가능할 만큼 속이 든든하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강원에 감자빵을 파는 곳은 많아요. ‘불탄감자빵’이 조금 다른 점은 찹쌀가루를 반죽해 피를 한층 더 쫀득쫀득하게 만들고 거기에 오징어 먹물을 넣어서 검은색을 표현했어요. 감자 소는 매일 국내산 감자를 들여와 그대로 굽고 껍질을 하나하나 까서 만듭니다. 너무 달고 짠 것보다 건강한 맛을 표현하려고 담백하게 만들었는데 젊은이들의 입맛에 조금 더 맞춰야 할지 아직 고민 중에 있습니다.”
‘불타는 시니어’ 네 명은 올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불탄감자빵을 선보였다. 8월 8일에는 속초수산관광시장에 들어가 쇼케이스 하나 펼쳐놓고 가오픈으로 판매했을 때 반응이 정말 좋았다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시장 안에 작은 매장도 마련했지만, 네 명의 아지트이기도 한 노학동의 대형 매장에서는 카페도 운영하면서 손님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도 꾸려가는 중이다.
‘불타는 시니어’ 네 사람은 속초에 뿌리를 내려 튼튼하게 가게를 잡고 속초 불탄감자빵을 전국의 명물로 만들겠다는 꿈을 그리고 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뻗어나갈 비전을 생각해 상품명에 ‘속초’ 브랜드를 덧붙였다.
강성식 씨는 관광객들이 감자빵을 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속초 사람들이 먼저 ‘불탄감자빵 참 맛있더라’ 하며,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평가와 인정받는 소비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남원에서는 농산물이 그 지역 안에서 다 소비가 되어서 서울로 못 올라온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속초 지역 내에서 먼저 감자빵 브랜드가 활성화되어야 속초 밖에서는 사 먹고 싶어도 못 사 먹는다는 인식이 생기죠. 이 지역에 와야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포지셔닝을 해야 진짜 로컬 브랜드가 된다고 생각해요. 젊은 로컬 크리에이터들도 많지만 속초를 사랑하는 시니어들이 만들어가는 로컬브랜드도 한껏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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