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루트 단원들이 <우리 동네 시인, 이성선> 공연의 사회를 보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7시와 10일 오후 5시, 이틀간 고성문화원에서 <우리 동네 시인, 이성선>이라는 이름으로 고인이 된 시인을 기리는 행사가 많은 사람의 관심과 기대 속에 진행됐다. 고인의 생가가 있는 고성군 성대리 주민이라는 조희봉 배우의 기발한 연출로 다큐 형식의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별과 달, 우주, 설악의 시인으로 불리며 사랑을 받고 있는 고 이성선 시인(1941~2001). 그의 시는 척박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며 지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지만 오히려 고성지역 사람들은 그의 시를 잘 모르고 있었다. 이에 고성에서 활동 중인 극단 루트는 이성선 시인의 삶과 삶으로부터 나온 시를 알리고 싶어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고 한다. 시인의 일대기를 담은 연극을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기존 보기만 하는 공연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이 시를 즐기고, 삶 속에서 시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했으면 하는 의도에서 ‘시 한 편을 외우면 10만원을 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과연 그렇게 해서 이 지역에 던져진 돌멩이가 어떤 물결을 만드는지 지켜보았고, ‘시를 좋아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10만원 받고 싶어서’ 등등의 각자만의 이유로 초등학생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이들이 암송을 신청했고, 10명이 선정되어 10편의 시가 스크린에 담겼다.
10명의 암송자가 한 달 동안 이성선 시인의 시와 함께 한 후, 카메라 앞에서 시를 외웠고, 떨리는 입술과 촉촉한 눈, 그리고 시를 외우며 풍성해진 삶에 대한 증언을 고스란히 영상에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시가 있는 삶은 어떠셨나요?”라는 질문에 “사랑이었고, 추억이었고, 희망이었고, 기쁨이었다”고 대답하는 10명의 암송자의 얼굴은 화면 속에서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우리 동네 시인, 이성선>에서는 시를 외우기도 했고, 시로 노래를 불렀으며, 시로 춤을 추었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도 모두가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시를 즐기길 원했기에 관객들이 시를 짓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하재숙 배우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극단루트는 올해 아름답게 쏘아 올렸으니 후속 작업을 거친 후 내년에는 국내영화제 출품에도 도전해보고 전국 곳곳을 다니며 상영회를 열어 볼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연출을 맡은 조희봉 배우는 “시인 이성선은 유례없는 영화와 드라마 시장의 불황 속에서 길을 잃을 뻔한 나 자신을 잡아 준 고마운 분이었어요. 요번 작품을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머릿속에만 그려져 있던 일들이 하나둘씩 이루어지고 특히 그 일들이 온전히 타인의 의지로 인해 착착 진행되는 모든 순간이 감동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성선 시인의 마지막 시집 <우주가 내 몸에 손을 얹었다>의 서문을 보면 “문을 열면 언제나/ 거기 달이 떠 있다./ 그에게 차 한 잔 대접하듯이/ 이 시집을 나의 평생친구/ 달에게 바친다.”는 글귀가 나온다. 우리가 이성선 시인을 어떻게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되셨을까.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 고장의 시인, 이성선을 알아가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이성선 시인의 삶이, 이성선 시인의 시가 우리의 삶에 스며들었기를 기대해 본다.
김향숙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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