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하신 아버지 생신을 기리기 위해 조카네와 인흥에 위치한 부모님묘소에 다녀오면서 나눴던 이야기다.
우렁이가 자기 몸 안에 수십 개의 알을 낳으면 그 부화한 새끼들이 제 어미의 살을 파먹으며 성장하는데 어미 우렁이는 한 점의 살도 없이 자식들에게 먹이가 되어 빈 껍데기만 남는다.
이와 달리 가물치의 경우, 수천 개의 알을 낳은 후 바로 눈이 멀게 되고 그 후 어미 가물치는 먹이사냥을 할 수 없어 부화되어 나온 새끼들이 먹이사냥을 할 수 없는 어미 가물치의 입으로 스스로 들어가 어미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며 생명을 연장시킨다. 그렇게 출산 초기 새끼들의 희생에 의존하다 눈을 뜨고 회복할 때쯤 되면 새끼들은 10%정도 생존해 있고 90%정도는 기꺼이 자신들의 어미를 위해 희생한다. 그래서 세인들은 가물치를 “효자 물고기”라 한다. 관련하여, 필자가 의장시절 자주 전달했던 축사 내용 중 하나를 소개한다.
반포지효(反哺之孝)는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孝)라는 뜻의 고사성어다. 사람들은 까마귀를 흉조라 하며 기피한다. 그러나 까마귀는 반포보은의 갸륵한 심성을 지니고 있다. 하물며 미물인 까마귀도 이럴진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어찌 사람의 도리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람이 태어나 근본적으로 해야 할 덕목 중에 하나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다. 자식들이 출가하여 홀로 계시는 부모를 찾지 않는 불효야말로 주변에서 안타깝고 측은해한다. 우리는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할 수 있는 효성을 다해야 한다고 교육하지만 세상이 변했는지 살기 힘들어졌는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무릇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니 바람 잘 날이 없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니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각자에게, 돌아가시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부모님이다. 돌아가신 다음에 후회한들 슬픔만 남게 된다.
부모의 사랑은 동그라미와 같다고 한다. 시작도 끝도 없음을 말하는 것이겠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면서 부모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것이 부모의 책무라 생각한다니 말문이 막힌다. 부모는 자식에게 받은 용돈조차도 아까워서 쓰지 못하고 꾸깃꾸깃 깊숙한 곳에 감춰놓고 결국에는 손자/손녀에게 환원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모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다. 그것이 가족관계다.
기꺼이,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자식들 교육과 결혼 비용을 위해 평생 자기에게 투자하지 못한 절약의 인생이었다. 부모가 우리의 어린 시절을 가꾸어 주셨으니 이제는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가 부모의 말년을 아름답게 꾸며드려야 마땅하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까마귀에게서 배울 점이 있고 우렁이와 같은 모성애를 받고 살아 왔으면서 가물치와 같은 효심의 행동을 얼마나 했을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겨울 길목이다.
진정한 효도란, 부모가 뭘 좋아하는지 살피고 돌보는 마음에 정성이 담겨 있어야 하고 나아가 진심이어야 한다. 쓴 것은 자신이 먹고 맛있는 것은 아이에게 먹였던 하늘같은 것이 부모님 은혜다. 옛날과 지금 시절이 변했다고 무시하지 말고 세상의 변화를 접할 수 있도록 감사한 마음과 대화의 시간을 늘리고 퉁명스럽지 않은 순종함이 효도 아닐까?
부모없이 태어난 자식은 없다.
오늘도 홀로 계시는 부모는 가물거리는 눈으로 어릴 적 함께 했던 사진첩을 뒤척이며 전화기를 바라보고 계실지 모른다. 조카네와 인흥 부모님 산소에 다녀오며 나눴던 이야기가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김진기 전 속초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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