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제2 도시인 치앙마이는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뿐 아니라, 쇼핑샵, 맛집과 감성 가득한 카페거리 등 전 세계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문화인프라가 밀집돼 있다. 저렴한 물가와 고산 지대 특유의 쾌적하고 청명한 날씨, 독특하고 수려한 자연경관 또한 한 달 살기와 같은 장기체류에 알맞은 조건으로 뒷받침된다. 또 태국 치앙마이는 웰니스(Wellness) 여행의 최적지이기도 하다. 길거리 곳곳에는 마사지샵, 고급 스파들이 넘쳐난다. 태국 전통 마사지부터 발사마지, 란나왕국 고유의 치료를 적용한 마사지, 아로마 테라피도 유명하며 태국 전통 허브와 약재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몸과 마음을 이완할 수 있는 요가와 명상 수련도 관광객들과 디지털노마드와 같은 워케이션 이용객들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치앙마이 외곽의 조용한 마을에서 이뤄지는 요가와 명상 수업 이후 논길을 거닐며 마을의 자연을 느껴보고, 다국적 사람들과 함께 불교 사원을 둘러보고 채식 식사를 즐기다 보면, 마음엔 평화와 안정이 자연스레 깃든다.
외국에서 온 한 여행객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깨달음을 얻고 싶다면 치앙마이에서 요가와 명상은 꼭 해야만 하는 경험”이라며, “각계각층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요가와 명상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다음에 치앙마이에 또 오고 싶은 이유가 될 정도”라고 말했다.
실내·야외 어우러진 쉼 공간 ‘인기’
웰니스 콘텐츠가 풍부해서인지, 치앙마이 여행객들은 삶의 균형을 되찾고 영감을 얻어간다는 평이 많다. 그래서 치앙마이는 ‘디지털노마드의 성지’뿐 아니라, 늘 새로운 영감을 얻어야 하는 ‘예술가들의 아지트’라는 별칭도 있다. 현대까지도 란나 왕조의 오랜 전통을 뿌리 삼아 문화 예술이 발달한 만큼, 전 세계의 많은 예술가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면서 치앙마이 고유의 문화와 현대의 감각적인 예술이 어우러지며 여행객들과 생활인구의 발길을 사로잡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캄 빌리지(Kalm Village)’ 입구.
치앙마이에서는 작고 큰 문화예술복합공간을 만나볼 수 있는데,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올드타운의 ‘캄 빌리지(Kalm village)’와 예술인 공동체 마을인 ‘반캉왓(Bann Kang Wat)’을 찾아가 보았다.
‘캄 빌리지’는 갤러리, 도서관, 식당, 카페, 라이프스토어샵 등이 마을처럼 모여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미로처럼 얽힌 공간에 울창한 나무와 식물들, 우아한 전통과 현대식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먼저 사로잡는다. 탁 트인 느낌보다는 미로처럼 얽혀 있는 통로에 숨은 공간 공간마다 패브릭 매장, 의류, 그릇, 소품 등 볼거리가 풍부해 건물 전체가 꽉 찬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치앙마이 올드타운의 복합문화공간인 ‘캄 빌리지(Kalm Village)’ 내부 모습.
‘캄 빌리지’는 태국의 옛날 주택처럼 각각 다른 기능을 하는 여러 개의 주택이 붙어 있는 형태로, 2~3층에서 내려다보면 가운데에 가족 전체가 모여 활동했던 옛 문화를 반영한 듯한 안뜰이 있다. 건축 자재는 짙은 회색 벽돌과 오래된 집에서 나온 나무 데크를 재활용해 인테리어 디자인에 반영했다고 한다. 가장 윗층의 유리 파빌리온에서는 매주 금~일마다 선셋 요가 클래스가 열리는데, 미리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인기가 많다. ‘캄 빌리지’는 공식적으로 지역 사회와 현지 지역 예술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을 목표로 운영한다고 밝힌 만큼, 공간 대여와 워크숍, 이벤트 등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복합문화공간 ‘캄 빌리지’에서는 지역 예술인들의 전시와 전통 수공예품, 패브릭 상품, 의류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캄 빌리지’가 실내 공간 위주로 운영된다면, 예술인 공동체마을인 ‘반캉왓’은 주로 야외에 볼거리가 펼쳐진다. 치앙마이 중심부에서 차로 20분 정도 이동하면 다다르는 ‘반캉왓’은 태국 아티스트들이 뜻을 모아 지난 2014년 조성했다. 치앙마이 현지 예술가들의 수익 창출과 창작 활동을 위한 곳으로, 현지 수공예품과 디저트, 음식, 편집숍 등 서로 품목이 다른 41개의 작은 상점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마을 전체에 녹음이 우거져 있어 여행객들은 마치 숲속에 온 듯한 느낌이라는 반응이 많다. 평일에도 늘 방문객들로 북적여 매일 플리마켓이 열리는 느낌이지만, 상점 아래쪽에는 계단식으로 된 원형 공연장을 따라 매주 일요일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선데이 마켓이 열린다고 한다.
예술인공동체마을 ‘반캉왓’에서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소품 등의 작은 상점들과 예술 공방이 한데 모여 있다.
미슐랭도 인정한 ‘로컬 미식투어’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들이 치앙마이 생활에 만족하는 것 중 하나로 태국의 풍부한 음식 문화를 꼽는다. 태국 음식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세계 6대 요리 중 하나로도 손꼽힌다. 수백 가지의 향신료와 나뭇잎, 열대과일이 빚어내는 독특한 향이 자극적이지만 톡 쏘는 매운맛과 신맛, 달고 짠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지리적으로 인도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태국 안에서도 크게 네 개의 식문화권으로 나뉘는데, 태국 북부인 치앙마이의 대표 요리로는 커리와 코코넛 밀크, 닭고기와 해산물 등을 넣어 끓인 국물에 튀긴 면을 얹어 먹는 카오쏘이가 유명하다. 태국 음식을 맛보기 위해 미식 투어를 중심으로 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꽤 많은 수를 차지해 태국 관광청에서도 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과 연계한 지역 먹거리 체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치앙마이 쿠킹클래스는 대부분 수업 전 현지 마켓에 들러 로컬 식재료 투어를 한다.
특히, 태국과 치앙마이 로컬의 맛을 알차게 경험할 수 있는 쿠킹클래스와 미슐랭 투어, 현지인과 함께하는 길거리 음식 투어 등 여행 상품이 대중화돼 있어 미식 관광도 인기가 높다. 태국의 미식 관광을 체험해보기 위해 미리 예약했던 당일, 쿠킹 스쿨에서 픽업 차량이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왕복 픽업, 드롭 서비스와 요리 재료값, 마켓 투어 등이 포함돼 있어 이동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쿠킹 스쿨로 이동하기 전 마켓에 들려 영어 구사 가능한 클래스 강사가 로컬 식재료와 향신료에 대해 다국적 여행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해주는 점도 이색적이었다. 태국식 고춧가루인 프릭본, 땅콩가루 투어, 고추를 얇게 썰어 식초에 담가 놓은 남쏨프릭, 생선간장과 같은 남빠 등 항상 소스를 곁들어 먹는다고 한다. 여러 클래스가 동시에 펼쳐지는 쿠킹스쿨은 넓고 푸릇한 정원과 깨끗한 시설에 사진을 찍기에도 좋았다. 특히 바질, 레몬그라스 등 음식에 쓰이는 향신료들을 직접 키우고 있어 직접 보고 향을 맡아볼 수 있었다. 태국의 대표 스프 요리인 똠양꿍, 태국식 볶음 쌀국수 팟타이, 디저트로 먹는 망고 찰밥까지 직접 만들어 먹다 보면 짧은 시간 태국의 미식 문화에 깊이 매료된다.
쿠킹클래스에서 직접 만든 태국 볶음 쌀국수 ‘팟타이’(왼쪽)와 디저트인 ‘망고 찰밥’
“볼거리가 그리울 때면 찾는 곳”
치앙마이 님만해민에 위치한 쇼핑몰 ‘원님만’에서는 매주 금,토,일마다 ‘화이트마켓’이 열린다.
치앙마이는 야시장과 마켓들이 매우 활성화돼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대표 야시장인 나이트바자, 징자이 마켓, 선데이마켓, 토요마켓 등 매일 시장을 여는 곳도 있지만, 특히 치앙마이 여러 장소에서 주말에 열리는 마켓이 굉장히 많다. 각 시장마다 특색도 조금씩 달라서 여행자들이 하루 이틀이나 단기 여행으로 모두 둘러보기 힘들 정도다. 저렴하고 아기자기한 수공예품, 소품들을 쇼핑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이고, 푸드코트, 공연이 늘 마켓에서 빠지지 않아 치앙마이에 머무는 동안 매일 축제가 열리는 느낌이다. 디지털 노마드들이 상주하는 님만해민에는 웅장한 성당 건축물의 느낌인 복합 쇼핑몰 ‘원님만’이 거리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데, 주말 플리마켓인 화이트마켓이 열린다. 현지인들도 많았지만 한 달 살기나 장기체류 워케이션 중인 디지털 노마드가 몰린 곳인 만큼, 반 정도가 외국인으로 보였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업무에 몰입하다가 북적이는 사람들의 활기와 눈과 귀를 사로잡는 볼거리들이 그리울 때면 어디든 걸어서 마켓에 다다를 수 있는 점이 치앙마이 워케이션이 지닌 꽤나 큰 메리트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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