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를 쓰다’ 두 번째 속초여행 글모음집을 발간한 속초여행작가의 이강복 회장(왼쪽부터), 박명숙 작가, 홍순복 작가, 고유미 전 사무국장.
“가고 싶은 곳이 정해지면 장소에 따라 주제와 일정을 계획하고 그곳을 찾아간다. 저마다 느끼고 감상하면서 사진을 찍어 한 편의 글을 쓰고 함께하는 그 시간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속초여행작가 김영옥 씨 ‘속초를 쓰다’ 글모음집에 덧붙인 작가의 말 일부이다. 그의 말대로 ‘속초를 쓰다’는 22인의 여행작가들이 저마다 느끼고 겪은 속초를 글과 사진으로 담았다.
같은 지역을 살고 있지만, 도시를 벗어나 속초의 자연이 간절했던 이주민과 사라져가는 속초의 지난날을 기록하고픈 토박이의 글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깊이의 울림을 전달한다.
여행 글 모음집이라 속초의 먹거리와 볼거리, 자연을 간결히 소개하는 여행정보 책자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여행의 본질과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 자신이 살아온 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익숙함을 내려놓고 도외시 하거나 혹은 하찮게 여겼던 마음을 받아들이며 겸손한 사유와 통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글은 한껏 진지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유쾌했던 ‘속초여행작가’의 이강복 회장, 고유미 전 사무국장, 홍순복 작가, 박명숙 작가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국 최초 두 번째 글 모음집 출간
“전국의 지역 여행작가 양성교육이 모두 31기가 있는데, 같은 기수 동문끼리 독립적으로 두 번째 문집을 낸 건 저희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속초문화관광재단과 (사)한국여행작가협회에서 주최한 2023년 여행작가학교 속초캠퍼스 1기 회원인 22명은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수료와 동시에 여행수기 책자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후에도 이강복 회장과 고유미 작가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올해 한 번 더 글 모음집을 내는 데 모두 동의했다. 자체적으로 글과 사진 교육을 진행하고 분기마다 속초 곳곳을 함께 다녔다. 내부적으로 편집위원 7명이 참여하고 도정부터 발주, 전체 기획에 이르기까지 직접 하다 보니, 하나의 출판사가 된 기분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저는 여행작가 교육을 수료한 이후에도 속초의 구석구석 잊혀져가는 낡고 후미진 골목들을 기록하고 계속 SNS에 남기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차가 없거든요. 걸으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찾아내 찍어 올리는 거죠.”
책에는 현재의 속초를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담긴 만큼 반려견, 어머니, 영랑호 등 공통으로 다뤄진 소재가 눈에 띄기도 한다.
이강복 속초여행작가 회장은 속초가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좋지만 추억에 녹아 있는 속초의 순수한 모습과 감성을 세월이 가면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관광객들에게도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아바이마을에서의 추억들을 이제는 느끼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희 어머니는 함경북도 북청 출신인데 유명한 횟집 사장님이셨어요. 어머니가 했던 음식들, 식당 주변의 판잣집이 있던 풍경들, 갯배 타고 건너올 때 풍겨왔던 생선구이 냄새 등 떠오르는 어린 시절 기억을 함께 남기고 싶었어요.”
이번 책이 세상에 나오는 데 큰 공을 세웠다며 모든 작가들이 엄지를 치켜든 고유미 전 사무국장은 서울에서 속초로 온 이주민이다. 워낙 바다를 좋아해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생기기 전부터 주말마다 7~8시간을 걸려 좋아하는 바다를 보러 속초를 오갔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과 사는 건 좀 다른 것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초반에 왔을 때는 소위 TV에 나오던 텃세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해요. 여전히 바다가 너무 좋아요. 예전에는 콘도에 있으면서 바다만 보고 갔었는데 살아보니 속초가 이렇게 작은 도시인 줄 몰랐어요. 중앙시장이 이렇게 가까운지 몰랐죠. 차만 타면 30분 안에 속초를 돌 수 있다는 걸 여기 살면서 알았어요.”
‘속초를 쓰다’ 표지.
‘나는 작가다!’ 자부심도 생겨
지난해보다 질적으로 성장한 책자를 준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설한 심화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처음 받았던 여행작가교육에서는 강사들이 대체로 교육생들을 북돋아주고 격려하는 분위기 속에 가르쳤다면, 이전과 사뭇 다른 날카로운 피드백이 돌아오면 진정한 작가로 거듭나겠다는 마음으로 실습에 적용하려고 애썼다.
“현장 실습을 하면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수필을 썼는데 직접 한 명 한 명의 글을 보시고 다 체크하며 바로 잡아주셨어요. 띄어쓰기나 줄 간격, 행 바꾸기 이런 것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려주시고 어떤 식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도 길잡이를 제시하셨죠. 사진도 어떤 방향과 각도가 가장 좋은지, 또 주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여행작가들은 교육 과정 내내 강사들의 꾸준한 격려와 피드백이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다며, 글쓰기가 이제는 겁이 나기보다 일단 표현해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나는 작가다!’라는 자부심도 생겼다. 또 작가들끼리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이야기를 써보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 의견을 나누며, 소재거리도 쉽게 찾고 추억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다. 이들은 ‘속초를 쓰다’를 출간한 계기를 빌어 다음 기회에도 사진, 짧은 영상, 블로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속초의 숨은 모습들을 새롭게 발굴하며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속초여행작가들끼리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만났어요. 책을 낸다는 공동의 목표가 뚜렷했고, 1년 동안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나누며 힘이 되는 이야기도 많이 나눴죠. 여행은 우리에게 제2의 인생이자 편안함, 새로운 발견 등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게 모두의 바람입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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