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우리 반은 다함께 영랑호로 놀러갔다. 수업을 안하고 영랑호를 가니 그 시간이 가장 즐거웠던 거 같다. 특히 영랑호는 거의 2년 만에 방문하는 거여서 더욱 설렜다. 도보로 15분 걸어 영랑호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 쓰레기봉투를 받아 줍는 임무를 받았다. 뭐 수업도 안하는데 이 정도는 가뿐하게 할 수 있었다.
이 쓰레기봉투를 가득 채우리라는 다짐을 하고 길을 나섰다. 내 생각과 다르게 의외로 길에는 쓰레기가 별로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은 순간 쓰레기 더미를 발견했다. 가장 쓰레기가 많은 곳은 전기자전거 바구니였는데, 사람들이 그냥 바닥에 버리기 그래서 바구니에 버린 속셈이 느껴져서 기분이 안 좋았다. 비어있던 쓰레기봉투가 채워지는걸 보고 성취감을 얻었지만 쓰레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영랑호가 더럽다는 뜻인데. 좀 묘했다.
거의 반 바퀴를 걸어 드디어 중간 체크포인트인 부교에 도착했다. 부교가 그리 말이 많던데. 지금 까지는 관심도 없고, 어떤 지도 몰랐는데 역시 사람은 직접 경험해봐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거 같다.
내가 알던 영랑호는 새파란 물을 가지고 있고, 종종 오리들도 보였었는데, 지금의 영랑호는 정반대였다. 물이 탁하다. 파란색 연한파란색도 아닌 회색,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리 같은 동물들도 없고. 미션 중에 동물들과 함께 사진 찍기가 있었는데 동물들이 없어 겨우 저 멀리 날아가는 갈매기와 사진을 찍었다. 이상하다 내가 알던 영랑호는 이 모습이 아니었는데 부교 하나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가보다. 분명 편하긴 하다.
하지만 편함의 감정보다는 이상하다는 감정이 더 컸다. 친구들은 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거 같다고 했다. 왜 사람들이 부교문제에 갑론을박하는지 알겠다. 최근 부교철거에 관한 재판에서 철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는데 하루빨리 철거하는 게 영랑호에게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지금까지 무관심속에서 살아왔던 나는 자연의 소중함과 심각성을 작게라도 깨닫게 되었다.
지금 당장의 돈 문제보단 자연 파괴의 결과가 더 중요하다. 한번 망가지기 시작하면 끝없이 망가질게 뻔하다. 부교를 지나고, 실망감을 얻은 채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날따라 영랑호의 푸른빛이 그리웠다.
최예린 학생 속초해랑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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