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 님만해민 풍경.
치앙마이(Chiang Mai)는 태국 북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방콕에 이어 태국의 제2 도시다.
태국 전체 인구는 약 6,700만명이며, 수도인 방콕이 820만명인데 비해, 치앙마이는 2019년 기준 12만7,240명에 불과하다. 또 역사적으로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 란나 왕국의 수도였으며, 오래된 문화재와 고풍스러운 옛 건축물 등 전통문화가 현대 문명과 어우러져 예술, 음식, 생활양식이 독창적인 모습이 눈에 띈다. 치앙마이는 해발 300미터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다른 동남아 지역에 비해 날씨가 쾌적하고 아침과 저녁에는 비교적 선선한 편이다. 특히, 11월부터 2월까지 건기에 해당돼,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극성수기다. 날씨를 비롯해 한국보다 저렴한 물가와 세계적인 미식 관광지로도 손에 꼽는 다채로운 음식들, 현지인들의 친절함과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 등으로 단기 여행객뿐만 아니라, 한 달 살기 이상의 장기 여행지로 유명하다.
코워킹 스페이스 ‘Yellow’ 입구. 건물 외부에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조경 마당이 눈에 띈다.
특히 치앙마이는 ‘디지털노마드(Digital Nomad)’들에게 각광받는 워케이션 성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는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을 합친 신조어로,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재택·원격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들에겐 인터넷 접속 환경이 중요하다. 치앙마이가 디지널노마드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유도 빠른 인터넷 속도를 갖춘 공유 오피스와 감각적인 카페들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넓고 쾌적한 업무 공간, 저렴한 이용 가격을 자랑하는 덕에 디지털노마드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 2022년 6월부터 12월까지 치앙마이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생활했던 신은지 씨는 “치앙마이의 디지털 노마드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한 달 계획으로 갔는데 너무 좋았다”며, “좀 더 살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에 6개월을 더 있었는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바이크만 타면 어디든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 큰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님만해민 마야몰 5층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CAMP’ 내에서는 가성비 있는 가격으로 카페 음료와 간식을 판매하는 카페테리아도 이용할 수 있다.
치앙마이 홍대거리, ‘님만해민’ 북적
지난달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직항으로 약 5시간 걸려 도착한 치앙마이 국제공항 주차장은 게이트마다 여행객들을 픽업하려는 차량들로 가득 찼다.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은 잘 보이지 않고 자가용과 스쿠터가 도로를 메웠다. 공항에서 차로 10~15분 이동하면 치앙마이의 번화가로 유명한 님만해민(Nimmanhaemin)에 다다른다. 님만해민 거리는 한국인들에게 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성수동으로 여길 만큼 젊은 감성의 맛집, 카페, 숙소, 갤러리, 상점 등이 밀집돼 있는 곳이다. 실제로 밤늦은 시간임에도 님만해민의 대형 쇼핑몰인 마야몰과 원님만 부근에는 펍에서 술과 음악을 즐기거나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젊은이들로 활기를 띠었다.
인프라를 운영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경제 인구는 치앙마이 현지인들이지만, 바이크를 타고 편안하게 거리 이곳저곳을 활주하며 생활하는 외국인들의 비중이 기대했던 것보다 많아 보였다. 태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어딜 가든 기본적인 영어 소통이 가능했고, 길거리 표지판도 영어로 돼 있는 것이 많아 다소 외국인들이 생활하기에도 큰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다.
‘CAMP’에는 외국인 디지털 노마드부터 현지 학생까지 다양한 이용객이 찾는다.
님만해민의 카페 ‘Yesterday’에서 일하는 직원 너이 씨는 “카페를 연지 10년 됐는데, 한 7년 전부터 외국인들이 오기 시작했고, 중국인 유학생들, 유럽인들, 은퇴한 외국인들 다양하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방콕보다 복잡하지 않고 살기 편한 분위기, 저렴한 물가와 날씨가 한 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님만해민은 밤과는 사뭇 다르게 아침과 낮시간에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전날 왁자지껄한 밤거리에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깨끗한 골목과 울창한 가로수, 조용하고 한적한 공기에 산책하기에도 좋았다. 다소 정신없는 대도시의 풍경과 소음이 없어서 혼자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라면 충분히 업무에 집중하고 몰입하기 괜찮은 환경이다.
태국 치앙마이 코워킹 스페이스 ‘Yellow’에서 디지털 노마드 고객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이용자들 대부분은 회원으로 등록해 정기적으로 이용한다.
글로벌 워케이션 시스템 ‘인기만점’
님만해민에는 자전거로 5~10분 거리 이내에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들이 몰려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는 여러 회사의 팀원이나 프리랜서, 개인 사업자가 한 공간에 모여 업무를 하는 공간 즉 공유 사무실을 뜻한다. 노트북으로 작업하기 편리하도록 콘센트가 달려 있는 테이블이 넓게 비치돼 있고 빠른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 카페가 함께 운영돼 회원 등록을 하면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디지털 노마드이용자들은 치앙마이의 코워킹 스페이스 주변이 나무와 같은 자연 조경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업무에 집중이 안 될 때면 잠시 나와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코워킹 스페이스 중 한 곳인 ‘Yellow’의 경우 영상 제작 스튜디오, 화상 회의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 수면 공간, 샤워 시설까지 이곳 저곳을 다니는 디지털 노마드가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편의 시설을 한데 마련해 놓았다. 세계 곳곳에서 온 이용자들은 코워킹 스페이스가 ‘제2의 집’ 같다며 워케이션이 끝나고 자국에 돌아가서도 치앙마이에 다시 오겠다고 하는 재방문 의사도 크게 높았다.
님만해민 거리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Life Space’ 정면 모습(사진 출처 ‘Life Space’ 홈페이지)
님만해민 거리의 넓은 통유리창에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코워킹스페이스 ‘Life Space’는 시즌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하루 20~40명 정도가 방문하며 외국인 방문객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현지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프리랜서와 학생을 주 고객으로 두고 있어 이들에게 필요한 멀티탭, 모니터, 램프와 같은 필수 장비를 제공한다.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고객니즈를 조사했고, 대부분의 디지털 노마드 고객이 혼자 일하며 조용한 분위기에서 집중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는 카페를 운영하는데 많은 고객이 코워킹 패스에 무료 음료가 포함되어 있어 가성비가 좋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님만해민의 중심가 마야몰 5층에 위치한 ‘CAMP’에도 디지털 노마드와 현지 학생들로 가득 차 다들 조용히 업무와 공부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쇼핑센터에 있는 만큼 마사지샵이나 유명한 식당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직접 만난 ‘CAMP’ 매니저는 “보통 유럽인들이 50%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인들이 많이 찾는다. 유럽에서 온 디지털 노마드 고객분들이 코워킹 스페이스를 활용해 업무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원래 치앙마이 대학생들을 위해 10년 전에 카페를 열었는데 학교마다 도서관이 생겨서 이용하는 사람이 줄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외국에서 온 디지털 노마드의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금씩 변화시켜 나갔다”고 했다. 운영하면서 보니 다양한 국적과 회사에서 온 모르는 사람들끼리 같은 공간에서 일하다가 협업 파트너가 되거나 같이 사업을 구상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고 덧붙였다.
‘Life Space’는 탁 트인 공간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콘센트 테이블과 빠른 인터넷 Wi-fi를 제공한다.(사진 출처 ‘Life Space’ 홈페이지)
실제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해외를 무대로 한 사업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하는 고민과 창조적 대안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운영이 온·오프라인으로 활발한 것도 선호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도 네트워킹과 소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적극 제공하고, 디지털 노마드끼리 취미를 나눌 수 있는 이벤트를 종종 개최하기도 한다. SNS를 통해 치앙마이 장기 거주 생활 정보를 주고받고 태국 문화와 언어, 음식 등을 공부하는 모임도 갖는 분위기에 젊은 치앙마이가 디지털 노마드 사이에서 인기가 꾸준히 치솟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신은지 씨는 치앙마이에서의 생활을 회상하며 “관광객과 디지털 노마드의 생활 반경은 확연히 다르다. 관광객들을 위한 상품을 치앙마이에 거주하는 이들이 잘 하지는 않는다”면서 “서로 일하는 게 비슷한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데 서로 주고 받는 영향이 큰 편이다. 함께 무에타이 체육관을 다니기도 하고 절이 있는 산으로 트레킹도 함께 자주 다니고 세계의 디지털 노마드들과 친하게 지냈던 시간들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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