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화우 최유나 파트너 변호사.
남녀가 교제 중 쌍방 합의로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결혼식 전에 파혼한 경우 ‘혼인무효’가 가능할까. 2009년 서울가정법원이 이 같은 사안에 대해 혼인무효를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이전에는 이럴 경우 혼인무효를 인정받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 이혼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소송에서 ‘혼인신고’가 반드시 ‘혼인의사의 합치’는 아니라는 법리로 혼인무효 판결을 이끌어 내 쌍방에게 새출발할 기회를 제공한 변호사가 속초 출신의 최유나 변호사(42·사법연수원 37기)다. 최 변호사의 첫 혼인무효 사건은 새로운 판례가 됐고, 그 후 현재까지 10건의 혼인무효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중앙초교와 설악여중, 강릉여고를 거쳐 2006년 고려대학교를 수석 졸업한 최 변호사는 재학 중 사법고시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곧바로 법무법인 화우에 들어가 현재까지 17년간 몸담고 있다. 입사 10년 차인 2017년, 만 34세의 나이에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했다. 화우는 우리나라 대형로펌 중 2위권에 속하는 로펌으로 국내변호사 300여명, 외국변호사 40여명, 고문·회계사·세무사·변리사 100여 명 등 440여명의 전문인력이 있다.
최 변호사는 국정농단으로 정부가 기업에 요구한 수백억 출연금 반환 소송과 한의사의 초음파·뇌파계 사용 소송으로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40개 기업이 K스포츠재단(288억원)과 미르재단(486억원)에 총 774억원을 출연했고, 재단이 설립 목적과 달리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사익 추구를 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후 출연금을 돌려받기 위해 KT가 2019년 처음 K스포츠재단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냈고, 최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화우가 이를 대리해 승소했다. 최 변호사는 “KT사건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이끌어 낸 후 지난해 말까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20개 기업, 8개 그룹)을 대리해 출연금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진행해 전부 승소했다”며 “이를 통해 당초 케이스포츠에 288억원을 출연했던 기업들이 출연금을 반환받게 됐다”고 했다.
과거에는 한의사가 초음파나 뇌파계를 사용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았지만, 최 변호사는 화우에서 2014년부터 약 8년 동안 이 사건을 이끌면서 법리를 개발하고 서면을 작성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
최 변호사는 상속분야 전문가로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소송가액만 4조원대로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2012년 동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대리인단으로 참여해 서면작성을 주도하며 경력을 쌓았다. 최근에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을 대리해, 원고 측 청구금액 총 58억원 중 193만원만 인용되는 사실상 전부 승소에 가까운 결론을 이끌어냈다.
최 변호사는 현재 지역의 주요 관심사인 속초해수욕장 대관람차 철거와 관련한 소송을 속초시를 대리해 수행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의뢰인들은 자신의 인생 일부를 나에게 맡긴 것과 다름없으므로 항상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 있게 된 건 내 고향 속초 덕분이라 생각한다. 고향 분들을 위해 많은 봉사를 하고 싶다. 교육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물어보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해 주시면 된다”고 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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