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3주 토요일 아침 10시. 그림책을 공부하러 도서관에 간다. 20년간 이어져 온 모임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공부보다 그림책 이야기로 시작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로 수다 떠는 시간이 더 길다. 그림책 이야기보다 그 수다가 너무 길다고 못마땅해하는 회원이 가끔 있다. 그러면 필자는 ‘그림책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요,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 그림책’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이번 달 활동도서 15권 중 필자의 눈에 띈 책은 ‘돌멩이 가족’이라는 그림책이다.
프랑스의 그림책 작가인 올리비에 탈레크의 작품이다. 줄거리를 살펴보자.
세 명의 돌멩이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꼭대기에서 살고 있습니다. 상쾌한 바람, 향기로운 풀내음, 멀리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세 돌멩이는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폭풍이 불어와 돌멩이 가족은 바람에 날려 산 중턱에 있는 새 둥지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둥지의 주인인 갈까마귀에게 쫓겨 다시 아래로 떨어집니다. 그렇게 세 돌멩이 가족은 앞 못 보는 두더지에게 쫓겨나고, 건방진 토끼 때문에 개울의 징검다리가 됩니다.
시냇물에서 강물로, 강물에서 다시 바닷속 가장 낮은 곳에 자리 잡게 됩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쫓겨나, 전에 누리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돌멩이 가족은 가장 낮은 곳에서도 행복을 찾습니다. 상쾌한 바람 대신 푹신한 모래가 있고, 향기로운 풀냄새 대신 춤추는 물풀이 있고, 들판의 양 대신 떼지어 다니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작가는 세 돌멩이를 통해 잃은 것을 아쉬워하거나, 잃게 한 것에 분노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얻은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가족’의 의미가 새롭게 정립되는 것 같다.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를 사전에서는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아들, 딸, 손자, 손녀 등으로 구성된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지며 대개 한집에서 생활한다.’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성장과 새로운 생활 양상의 결과로 ‘가족’의 의미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사전에 등재된 ‘가족’의 세 번째 뜻풀이는 ‘같은 조직체에 속하여 있거나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지금 우리의 사회구조에 비추어 볼 때, 전통적인 ‘가족’의 세 번째 풀이가 훨씬 피부에 와 닿는다.
즉 요즘 우리는 피붙이로 연결된 ‘가족’과 조직으로 연결된 ‘가족’, 두 개의 ‘가족’을 가지고 있다.
‘돌멩이 가족’ 그림책은 오늘날 팍팍하고 고단한 현실 속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우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가장 높은 곳 산꼭대기에서 가장 낮은 바닷속으로 떨어져도 돌멩이 가족은 분노하지 않는다.
그들은 낮은 곳으로 가게 만든 번개, 까마귀, 두더지, 토끼를 원망하지 않는다.
불가항력적으로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원망만 하는 일은 그들을 더욱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높은 곳에서 누리던 바람과 풀 내음과 산 아래 풍경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서도 눈높이를 낮추고, 마음을 돌리면 누려야 할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눈높이를 낮추고, 마음을 돌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지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 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보느냐의 문제이다.
김종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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