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자연환경해설사가 제주현대미술관을 비롯한 마을에 위치한 주요 전시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카름스테이는 지난 2022년 카름마을의 체류 인구 약 32만명을 달성하며 목표 대비 400%를 돌파했고, 마을별 거점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의 성과를 거두면서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이곳은 브랜드 체계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카름 마을 가이드북 및 굿즈 제작, 현장 컨설팅, 체류형 프로그램 운영 및 지원 등을 통해 콘텐츠 매력화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저지예술인마을 지도.
또 카름스테이는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신규마을 발굴 및 컨설팅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펜데믹 후에도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고 재발견하는 웰니스 투어에 대한 현대인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콘텐츠로 그 역할이 지속될 전망이다. 제주 카름스테이에서 선보이는 콘텐츠도 쾌락, 일탈, 즐거움을 추구하는 자극적인 여행 요소보다는 머체왓 숲 단독 백패킹, 다랑쉬 웰니스 투어, 노르딕 워킹, 숲속 명상 등 현대인들이 자신을 돌아보며 재충전과 재발견의 시간으로 구성된 상품이 다수를 이룬다. 머무는 공간, 사람들과 함께하는 문화체험, 즐길 거리 모두 마을의 문화와 자연 자원을 토대로 몸과 마음의 치유를 지향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주의 자연 자원과 마을의 문화는 긴밀히 연결돼 있다. 앞서 소개한 신흥2리 동백마을처럼 카름스테이에 참여하는 각 마을들에는 누구보다 마을을 잘 알고 직접 콘텐츠 운영과 홍보 구심점 역할을 하는 ‘카름마스터’들이 자리하고 있다. 카름스테이를 통해 마을을 감싼 자연과 평생을 교감해온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지혜를 접하다 보면, 외지인도 자연스레 제주 사람이 된 기분을 느끼곤 한다.
저지예술인마을 내 뜰에서는 가을 이맘때면 예술인들과 마을주민들이 공연과 프리마켓을 열어 함께 즐긴다.
저지리 “주민들과 예술인들 조화”
제주 서부의 한림읍, 한경면, 대정읍, 안덕면 등 네 지역을 가리켜 서카름이라 부른다. 이중 한경면 저지리에는 유명 예술인들이 모여 마을을 형성한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있다. 예술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지만 제주현대미술관, 서담미술관,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등 주요 전시 시설도 함께 위치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1999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마을에는 50가구 정도가 있는데, 현재 미술, 서예, 조각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인들이 터를 잡고 창작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사람에 따라 해설도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려요. 옛날 500년 전에 이 마을에 이 씨라는 사람이 내려와 살았는데 마을에 물도 없고 사는 것도 척박하지만 마을 주변에 닥나무가 많아 한지를 만들어 밥벌이로 많이 썼다고 해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닥나무 ‘저’와 마루 ‘지’를 합쳐 ‘저지리’라고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서 해설을 담당하는 김영숙 자연환경해설사는 저지리 토박이이자 저지리 카름마스터다. 잠깐 외지에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지금은 레드향, 천혜향 농사를 지으며 마을해설 일을 병행하고 있다. 김영숙 해설사가 전하는 마을 스토리텔링은 어릴 적 마을에서 직접 만들어했던 놀이와 제주 자연의 계절별 모습들 등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풍성했고, 그의 명랑한 목소리에서는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묻어났다. 해마다 저지마을 주민들과 예술인들이 함께 프리마켓과 공연을 펼치는 축제를 열기도 한다.
고철희 머체왓숲길영농조합법인 대표가 한남마을과 카름스테이에서 주를 이루는 웰니스 건강 콘텐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저지리는 예술인마을 외에도 제주 천연 원시림 곶자왈, 저지오름,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방림원 등 자연자원이 풍부해 카름스테이를 목적지로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숨겨진 스팟을 소개하는 해설 트레킹을 체험할 수 있다.
또 저지농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에서는 무드 등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도자기 원데이클래스 등 다양한 선택지의 마을 콘텐츠와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공간도 제공하는 숙소 사업체들이 호스트가 돼 카름스테이 운영의 선순환을 견인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김영숙 자연환경 해설사가 마을을 소개하는 모습. 오른쪽은 마을 편의시설.
‘머체왓 숲길’로 발길 잡는 한남마을
카름스테이의 남쪽 마을들을 가리키는 알가름 중에는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마을이 있다. 한남마을에는 제주 내에서도 아름다운 숲으로 유명한 ‘머체왓 숲길’이 자리해 여행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머체왓’의 ‘머체’는 오름 내의 용암이 지하에서 굳어진 돌 무더기 형태를 뜻하고, ‘왓’은 제주말로 밭을 의미한다고 한다. 머체왓 숲길에는 서중천 계곡과 동백나무숲, 삼나무숲, 편백나무 숲, 제주참꽃 군락 등 다양하게 어우러진 자연의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육지 관광객뿐 아니라, 제주 도민들도 많이 찾는 곳으로 연간 30만 명정도가 꾸준히 방문한다.
머체왓 숲길은 느쟁이왓다리에서 방애혹까지 155분을 걸으며 치유하는 숲길 1코스 ‘머체왓 숲길’을 비롯해 느영느영나무에서 사슴목쉼터까지 160분을 걷는 제2코스인 ‘소롱콧길’, 녹음이 우거진 숲길과 용암의 흔적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제3코스인 서중천 탐방로로 나뉜다. 잘 갖춰진 힐링 트레킹 코스 덕에 머체왓 숲길은 2021년 제주웰니스 관광지에 선정되기도 했다.
머체왓 숲길 트레킹 코스는 자연속에서 쉼을 선사하며 방문자들의 발길을 사로 잡는다.
머체왓 숲길은 한남마을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숲길을 관리하며 카름스테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너른 숲길 주차장 옆에는 편백잎을 채취해 만든 천연 족욕제에 발을 담그고 힐링할 수 있는 편백족욕 체험장과 8가지 약재로 만들어 건강한 맛을 선보이는 약차와 귤 효소차 등 건강과 힐링에 최적화된 콘텐츠들이 집합돼 있다. 숲길 내에서는 1박 백패킹, 푸른 숲속에서 여유로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피크닉 체험도 가능하다.
특히, 한남마을 토박이로 머체왓 숲길의 구석구석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는 고철희 머체왓 숲길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숲길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직접 해설을 하고, 때로는 주민만 알고 있는 트레킹 코스를 소개하기도 한다.
머체왓 숲길 옆에 위치한 편백나무로 조성한 족욕 체험장은 방문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머체왓 숲길 사무실에서 만난 고철희 대표는 ”머체왓 숲길을 어떻게 잘 조성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일본에 세계 유산으로 등록된 순례길인 ‘고마노 고도’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었다“면서, ”일본의 고마노 고도 전문가가 직접 머체왓 숲길에 와서 효과적인 숲길 조성과 웰니스 프로그램들을 자문해 지금의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철희 대표는 머체왓 숲길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된 부분이 분명 있다며 마을의 문화와 지역경제도 살리고 숲길도 지키는 방안을 늘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래 예전에는 남원읍 일대가 목장 지대이다 보니 여기에 골프장이 들어설 뻔했대요. 근데 주민들이 반대해서 못하고 지금 숲길로 운영을 하며 유지하는 거죠. 저희는 최대한 자연환경을 그대로 활용해 사람이 최소한으로 다닐 수 있는 길만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요. 주민들은 다들 감귤 농사만 하기도 하고 다른 마을에 비해 잘 알려진 관광지가 별로 없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제주 도민들도 당일치기로 자주 찾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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