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등학교 최영택 교사와 전교 회장 함은성 학생, 2학년 전교 부회장 권혁동 학생, 1학년 전교 부회장 심정민 학생.(오른쪽 아래부터 반시계 방향)
“교복이 편하니까, 일상복처럼 자유롭게 입고 다닐 수 있어 좋아요.”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 2020년부터 도내 시·군과 협력해 중·고교 신입생들에게 교복비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 학교 전반에서는 ‘교복이 불편하다’, ‘전통을 고수하는 고교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등 학생들로부터 불만이 꾸준히 일었고, 실제로 교복을 입지 않는 학생들이 늘어 학생 본분에 맞는 통제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도 교육청은 올 7월 ‘편한 교복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이를 적용하는 학교는 여전히 소수고 의견도 분분하다. 이에 속초지역 학교 중 지난해부터 ‘편한 교복’을 도입해 학생들 스스로 올바른 교복 착용 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속초고를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코로나 시기에 아이들이 학교에 나왔다, 안 나왔다 하면서 갈등도 많았어요. 제가 2021년에 학생 안전부장을 하면서 보니까, 전교생 7백여 명 중 사복이 백 명에서 많게는 이백 명 되는 거예요. 50명은 야구 모자를 쓰고, 슬리퍼를 신고 오는 학생도 백 명이 넘다 보니 학생자치회를 중심으로 엄격하게 교문 지도를 했죠.”
한참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 교문 지도를 담당했던 최영택 교사는 학생들이 갈수록 교복을 착용하지 않는 모습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엄격하게 지도하면 할수록 뒤에서는 아이들의 야유가 새 나왔고, 바로 잡아주기 위해 했던 지도가 인권 탄압이라는 비난으로 돌아오면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다.
최 교사는 ‘아이들이 왜 교복을 입지 않는가’를 유심히 지켜보았고, 어른들이 보기에도 객관적으로 불편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에 활동량이 많은 남자아이들인 만큼, 여름 하복부터 반 팔과 반바지로 구성된 생활복으로 바꾸었고, 겨울에 동복으로 입는 녹색 상의도 재질이 질기고 보온이 잘 안 되는 것을 알고는 과감히 학생들이 선호하는 후드티셔츠 형태로 된 상의로 교체했다.
“후드티셔츠로 바꾸고 나서 2년째 접어들었는데, 확실히 달라진 건 착용률이 95%가 넘어요. 하지만 편하게만 해서는 안 되고 꼭 지도가 따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눈에 띄는 점은 최영택 교사 혼자 교문 지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자치회가 자발적으로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편한 교복 착용을 지도하고, 규율을 위반한 학생은 3회 이상 걸리면 학생 자치법정에 회부되는 등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정한 규율에 적극 동참한다는 것이다.
“교복은 권리이자 의무”
속초고 전교 회장 함은성 학생은 “동급생들의 입장에서 교복을 안 입는 이유를 들어보면, 불편함도 있겠지만 솔직히 디자인에 관한 문제가 좀 크다고 봐요. 꾸미고 싶은 나이고 개성을 드러내고 싶을 나이인데 디자인이 똑같거나 일부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의 교복을 입다 보니까 불만이 있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생자치회는 학생들의 반감을 낮추고 자율적인 교복 착용 의식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의견을 모아 등교 시간 교문 옆에서 ‘교복 잘 입는 속고인이 되자’라는 피켓을 들고 인식 전환 캠페인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대신 매주 수요일은 ‘자율복의 날’로 정해져 있어 자신이 원하는 사복을 편하게 입고 올 수 있다. 모의고사나 시험 기간에도 자율복을 입고 한결 편하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학생들 입장에서 탄력적으로 시행하면서 강제로 통제하거나 단속한다는 인식도 많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학생 입장에서 ‘교복 착용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묻자 전교 부회장 권혁동 학생은 “교복은 학교의 사명감이나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매개체 같은 느낌이죠. 입어야 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불편함 때문에 항상 망설였는데 이제 편한 교복으로 바뀌었고 학교 규율로 벌점이 적용되는 만큼 저도, 친구들도 더 잘 입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속초고 1학년 전교 부회장 심정민 학생도 처음에는 교복을 입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제가 중학생 때부터 교복 지원금 30만원을 주셨거든요. 근데 또래 친구들이 이제 교복을 사주는데도 불구하고 입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 거예요. 여기서 경제적 차이가 심한 모습도 보았어요. 어떤 친구는 사치를 부리며 비싼 옷을 입기도 하고요. 학생이라면 교복 착용이 굉장히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한 교복을 입으면 돈이 많든, 없든 간에 누구나 같은 속고인으로서 권리를 누리는 거잖아요.”
최영택 교사는 속초고등학교에 2년 동안 교복 착용 문화가 다시 정착되기까지는 편한 교복 도입과 학생자치법정의 자발적 지도가 바탕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복은 학생들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고등학교는 대학교만을 가기 위한 준비 기간이 아니라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예비기관의 성격이 있어요. 국가로부터 교복을 지원받을 권리가 있고, 권리를 얻었다면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해요. 질서가 바탕이 되었을 때 자율적 태도가 함양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느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