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아픔이자 동란인 6.25가 발발한 지 벌써 74년이 흘렀다. 이제 하나의 역사로 한 켠에 자리잡은 6.25 한국전쟁. 자신이 겪은 일은 아니었지만 아직도 그 당시 역사적 상흔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의 후손들이다.
지난 10월 11일부터 12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연천지역에서 6,25가 발발한 지 74년 만에 처음으로 동양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을 지켜 주셨던 6.25참전용사들의 후손들과 함께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온 ‘DMZ 안녕하십니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전쟁 참전국 기념사업회(신광철 회장님)와 우리 한국늘사랑회가 함께 28사단(박춘식 사단장님)과 82여단본부(김정열 여단장님)에 부탁드려 열게 되었다.
‘DMZ 안녕하십니까’ 프로그램에는 한국에서 유학 중인 프랑스·에티오피아·필리핀·콜롬비아·튀르키예 등 전투병 지원국을 비롯해 인도 등 의료·물자 지원국 후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말로만 듣던 분단 현장인 DMZ를 방문하자 “할아버지들이 흘린 피가 실감이 난다”며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첫날인 10월 11일 부대 환영행사는 사단 군악대의 환영 연주와 더불어 사령부 관계자들의 환영 속에 프랑스 무관과 네델란드 무관이 함께 한 가운데 사단장님께서 무적태풍 머플러를 우리 일행들 한 분 한 분 목에 직접 걸어 주셨다. 더불어 부대 환영영상 상영에 이어 군부대회관에서 사단장님께서 맛난 점심식사를 대접해주셨으며 자유수호 평화박물관과 최전방 태풍전망대를 견학했다.
오후 4시쯤 경기 연천 비무장지대(DMZ) 경계 육군 28사단 일반전초(GOP) 철책에 외국인 유학생 13명이 줄지어 섰다. 가시가 달린 철선이 돌돌 말려 있는 육중한 철조망을 이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언덕 사이 잡초만 무성한 흙길은 사람 한 명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비좁았다. 언덕 너머 북쪽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DMZ 도보답사 시 군복과 철모 방탄조끼까지 착용한 가운데 철조망 바로 옆 사이사이 작은 통로를 걸으면서 분단의 현장 마지막 끝자락까지 왔다는 생각에 숨죽이고 북쪽을 응시하면서 통일의 기도를 드렸다.
통일미래센터 견학과 체험 후 백반으로 저녁식사를 한 후 비욘드 유토피아라는 제목의 북한탈북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는 영화를 관람했다.
수십 년 동안 안방처럼 드나들었던 탈북자들의 중국에서의 일상을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은 아픔을 뒤로한 채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님께서 군 역사상 처음으로 하는 뜻깊은 행사라면서 하얀 육군모자와 총장 코인을 보내주셨으며, 박춘식 28사단장님께서 무적태풍이라고 새겨진 귀한 만년필을 주셨다. 또 부대운영비도 모자랄텐 데 김정열 82여단장님께서 간식거리며 여단코인 버스를 제공하고 영어통역자를 배치하는 등 아낌없이 지원해주셨다.
이튿날 병영체험인 전투식량으로 아침을 열고 제8회 세계 밀리터리룩 페스티벌 행사에 처음 후손들이 참석했다. 연로하신 참전용사님과 많은 관계자분께서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관심과 격려의 말씀도 주셨으며, 각종 군장비 견학, 977포병부대 자주포 탑승, 28사단 특공무술시험, 82여단 장기자랑팀 공연 관람, 군악대 연주와 태권도 시범단의 무술관람 등 많은 부스를 체험했다.
한국에 유학 중인 6.25참전용사 후손들이 ‘DMZ 안녕하십니까’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한국외대에서 국제학을 전공 중인 튀르키예계 독일인 일라이다 아심길씨는 “할아버지가 해주신 6·25 이야기를 동화처럼 듣고 자랐는데, 현장에 와 보니 생생한 역사였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총알이 방탄모에 맞고 튕겨 나간 아찔한 순간부터, 크리스마스 때 미군과 만나 치킨과 맥주를 먹던 이야기를 할아버지가 해주셨다”고 했다.
에티오피아인 규타 왁지라 지미추씨는 한국에서 수년 전 대학을 마치고 인천의 한 공장에 일자리를 잡아 정착했다. 그는 “우리 아버지가 참전해 싸웠던 한국은 제2의 모국”이라며 “직접 군부대를 방문해보니 한국군의 철통같은 방비 태세가 굳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국전쟁 참전국 기념사업회는 “최근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고 오물 풍선까지 투하하면서 국내 머무르는 외국인들의 불안은 물론, 한국에 가족을 보낸 전 세계 시민의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참전국 후손들에게 한국을 위해 희생한 조상들의 피가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맛난 삼겹살로 배를 채운 후 세심한 준비와 배려로 고생한 82여단 인사과장 김호수님과 이한나 씨 등 부대 관계자 분들을 뒤로한 채 연천에서 춘천에 도착해 다시 버스로 속초에 도착하니 밤늦은 시간이라 피곤했지만, 의미 있는 좋은 프로그램인 ‘DMZ 안녕하십니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하고 만족스러웠다. 함께해주신 한분 한분의 고마운 마음을 가슴속 한 켠에 새겨 놓고 그분들이 생각나면 하나씩 살며시 꺼내 보겠다.
김상기 한국늘사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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