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강릉법원은 영랑호 부교의 조속한 철거를 결정하였다. 이를 반대하며 신선익 시의원은 <설악신문> 기고에서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의회는 이를 따를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 체계와 사법부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발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법원이 왜 판결을 내리지 않고 조정을 권유했으며 철거라는 결정을 내렸는가이다.
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자 가장 보수적인 법원이 이제까지 환경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행위를 부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조정을 권유하면서 기존행정절차에 하자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즉 공유재산취득(부교 설치)을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사전의결을 받아야 하지만 속초시는 이를 누락하였다. 또한,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인 영랑호 유원지에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시설 변경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또한 거치지 않아 절차를 위반하였다.
따라서 판사는 판결문에 이와 같은 사항을 적시할 수밖에 없음을 소송 양 당사자에게 고지하였다.
공유재산취득의결 누락은 이미 강원도 감사에서 지적된 마당에 유원지 도시계획시설 변경절차까지 누락하여 재판판결문에 적시된다면 이는 해당 공무원의 문책으로 연결되고 지자체의 행정행위의 불법성을 만천하에 알리게 되는 것이다. 지자체가 법을 지키지 않고 절차도 준수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 법을 지킬 것을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에 양쪽 소송당사자는 법원의 판단(환경영향평가 후 철거 여부 결정)을 받아들였다. 사업 초기 시민의 반대에 봉착하자 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절차를 위반하며 부교 설치를 강행한 불법성이 부교 철거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신선익 시의회 의장은 불법성이 확인된 이후에도 이를 사후승인하면 하자가 치유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사후승인을 주도하여 전 시장의 불법성에 동조하였다. 이후 법원에서 1년 동안의 환경영향평가를 한 후에 철거 여부를 결정짓자고 하여 환경영향평가 예산을 의회에서 통과시켜 사업이 시행되었다.
조사 결과 부교로 인하여 수생태계가 2개로 쪼개져 물 흐름이 원활치 못하고 수질오염이 가속화되고 있으므로 부교를 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법원도 그 결과를 타당한 것으로 인정하여 철거 권고를 하였다. 신선익 시의원은 예산을 통과시킬 때 찬성하고도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이제는 수년 동안 환경영향평가를 해서 철거 여부를 결정짓자고 말을 바꾸고 있다.
시민의 예산의 소중함은 간곳없고 과거 자신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이제는 주민투표를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앞으로 서로 의견이 불일치할 때마다 주민투표를 할 것인가? 영랑호의 맑은 수질을 회복하기 위하여 이미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여된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만큼 훼손된 환경을 회복하는데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부교에 투여된 예산이 낭비된다고 비난하지만 묻고 싶다.
잘못된 절차로 강원도 감사에 지적되었을 때는 아직 부교를 짓기 전이었다.
그때 멈추었다면 부교 예산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때 사후승인을 주도한 신선익 시의원이 예산 낭비의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는가. 건강한 토론은 사실에 기반을 둘 때 가능하다.
부교에 설치된 데이터에 따르면 신선익 시의원이 주장하듯이 부교를 보러 100만 명의 관광객이 온 적이 없다.
2022년에는 79만 명, 2023년에는 65만 명이 왔다. 그런데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오는 시설을 없앤다고 주장한다.
그럼 부교가 없으면 65만 명은 영랑호에 안 오는가. 답은 모두가 알고 있다.
부교가 없어도 자연호수 영랑호의 매력으로 관광객은 꾸준히 올 거라는 것을. 그러면 부교철거가 관광객의 감소를 초래하지도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제라도 그동안 잘못에 대한 반성과 함께 더 이상의 예산 낭비가 없도록 시의회에서 철거예산 수립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시의원으로 해야 할 도리일 것이다.
또한 법원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삼권분립의 정신과 헌법을 준수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세일 것이다.
이경상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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