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깊어/ 수액의 향이 기억났을까/ 마른 옹이 관절들 추스르고 걸어간다// 깊은 뿌리 내리고/ 초록 가지들 바람에 흔들리던 고향/ 물푸레나무 숲으로 가자/ 어릴 적 어머니 마을로 가자// 무엇이 되었든 모두는/ 어린 나에게/ 가끔 그렇게 다녀오는 것이다// 시간 많은 시간이 기대앉은/ 직선과 직각을 타고/ 그래도 봄 한때/ 속 핏줄 환하게 물오르는 나무의자”(‘숲으로 가는 나무의자’ 전문)
시집 <숲으로 가는 나무의자> 표지.
김향숙 시인이 <따뜻한 간격>(2016)에 이어 두 번째 시집 <숲으로 가는 나무의자>(상상인)를 펴냈다.
시인은 시집 시인의 말에서 “시는 나뭇가지 사이를 옮겨가며 물었다. 살아 있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질문과 해답 사이에서 나의 시는 자주 더듬거리지만 흙집 생명이 소진하는 동안 세상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노래하며 영원한 영혼의 별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시집에는 1부에서 4부까지 나눠 모두 80편의 시가 실렸다. 조각시로 잘 알려진 이하 경동대학교 교수는 시집 해설에서 “김 시인의 작품이 조각시 읽기만큼이나 간결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표현이 많아 감상하는 내내 즐거웠다”고 했다.
“가끔 저도 멀리서/ 슬픈 안색으로 내려다보는// 너무 멀리 던져버린/ 부메랑”(‘그믐달’ 전문)
시집에는 산과 나무, 숲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시들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이를 두고 이하 교수는 “보편적인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김향숙 시인도 지니고 있다”며 “시인의 시에서 자연은 조심스러운 성찰, 따뜻한 인간성, 진리에 순응하는 겸손을 지니게 한다”고 평했다.
“나무 나이테는/ 바람의 속도를 꿈꾸지 않고/ 이 세상 모든 강물로 수심을 채워도/ 바다는 산을 오를 생각이 없다”(‘암묵적 약속’ 중)
지난 2003년 <시현실>로 등단한 시인은 설악문우회 ‘갈뫼’와 고성문학 동인으로 현재 강원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속초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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