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김포평화문화관. 김포의 평화문화자원과 통일미래의 전망을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배우는 평화문화 체험공간이다.
지난 9회에 걸쳐 고성의 평화자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평화문화를 상상하였다. 고성의 평화자원은 평화작가, 평화유산, 평화관광, 평화예술, 평화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평화인물은 고 이성선 시인이다. 이성선 시인은 대표적인 서정시인이지만 지역에서는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탄생의 산파역할을 한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북의 아버지와의 만남을 그리워하는 몇몇 시편은 접경지 고성의 운명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산의 아픔이나 환경실천은 고성형 평화문화의 대표 인물로 선양할 수 있다. 고성에서는 지난 2021년 이성선 시인 20주년을 맞아 이성선 시인 기념사업회(회장 이선국)가 출범하고 지난해 처음 이성선 시인 추모 시낭독회를 개최하였다. 올해는 이성선 시인 캘리그라피 공모전을 개최하여 이성선 시인의 정신을 지역에 뿌리내리고 전국에 확장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고성문화재단은 내년부터 이성선 시인 논문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기념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인제의 박인환 문학제처럼 평화와 생태의 가치를 표방하는 이성선 문학축제를 개최할 수도 있다. 동루골 이성선 시인 생가에 조성한 ‘이성선 시의 길’을 탐방하고, 올해처럼 이성선 시인의 시를 필사하는 캘리그라피 공모전과 전시, 이성선 시의 주제를 활용한 공연, 이성선 시의 세계를 대중화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결부된다면 고성형 평화문화의 한 축을 이룰 수 있다.
평화, 문화차원 접근 전략 필요
지난 2023년 고성군에서는 6.25 전쟁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뉜 고성을 통합하기 위해 <남·북 고성 통합추진운동본부>(이하 추진운동본부)가 탄생했다. 추진운동본부는 남북한 평화기조가 사라진 현실에서 고성통합이라도 이룰 수 있는 민간차원의 운동을 추진하기 위해 발족했다고 밝혔다. 물론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다. 하지만 통일운동이 정치에 악용되었던 지난 현실을 볼 때 민간차원의 통일상상은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날 박선애 추진운동본부 위원의 발표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한민족인 남북한 간 전쟁을 절대 반대하며 평화와 통일만을 간절히 원한다”였다. 남북대결과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정세에서 민간차원의 통일 염원과 평화의 의지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추진운동본부의 이후 행보는 아직 미약한 듯 보인다. 지난해 5월 30일 통일전망대에서 출정식을 갖고 올해 초 총회를 가진 이후 실천적인 활동이나 사업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의 내부동력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인력양성 및 활동계획, 사업 및 프로그램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추진운동본부와 함께 문화재단 같은 중간조직의 연합이 필요한 이유이다. 현재 고성문화재단의 미션은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 기반 활성화와 지역문화의 발굴 및 활용, 축제를 통한 관광활성화이다. 여기에 평화를 문화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전략이 마련된다면 고성형 평화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경기도 김포문화재단의 사례가 그렇다. 김포문화재단은 애기봉평화생태공원과 김포평화문화관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한반도 유일 남북 공동이용수역에 위치하여 평화와 화합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이자 단절된 역사와 문화를 잇기 위한 한강하구의 평화의지 공간이다. 이곳은 평화, 생태, 미래를 주제로 한 평화생태전시관과 북한을 최단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조강전망대로 구성되어 있다. 재단은 이 공간에 문화와 예술의 향을 더하면서 평화문화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달 28일에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문화예술 행사를 펼쳤다. 평화교육관에서 클래식 성악을 선보이고, 영상관에서는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인 ‘연대의 시선들’이 상영되었다. 이 작품은 팔레스타인에서 시작된 전쟁과 폭력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포평화문화관은 김포의 평화문화자원과 통일미래의 전망을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배우는 평화문화 체험공간이다. 옛날 한양으로 향하는 조운선이 머물렀던 한강 물류의 중심지 김포의 과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평화를 나른다’는 의미로 컨테이너 건물로 건립되었다. 1층과 2층에 걸쳐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영상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AR영상과 게임, 문학작품 등 다양한 평화문화 콘텐츠를 즐겨볼 수 있다. 재단이 관리하는 두 곳 모두 아름다운 환경을 바탕으로 평화와 문화, 예술과 자연이 한 곳에 어우러진 곳이라는 특징이 있다.
아트케이션 페스타에서 선보인 극단 루트의 <명파환상곡>은 폐창고에서 접경지 주민의 이야기를 지역 극단이 만들어 큰 화제를 일으켰다. 주민보다 더 많은 관람객이 몰리면서 연극을 보기 위해 줄을 서고 관람하지 못해 돌아가는 관객들도 있었다.
명파리와 화진포, 평화문화공간으로
접경지 고성군의 평화공간은 통일전망대이다. 하지만 고성군이 직접 운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관광지로 휘발되고 평화문화를 고성의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거점이 되기에 약한 것이 사실이다. 김포문화재단처럼 기존의 시민 문화공간을 장소성 활용의 평화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평화매개자를 양성하여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명파마을과 화진포이다. 명파마을은 대한민국 최북단 마을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최근에는 청년예술가들이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실험한 공간이기도 하다. 내년부터는 명파초등학교가 폐교된다. 장소성, 마을주민의 의지, 유휴공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예술과 평화의 상징공간이 되어 전국의 예술인들이 평화를 상상하는 대표적인 예술마을로 조성한다면 어떨까. 지역에서는 남북고성통합운동본부의 민간 활동가들이 활동하고 전국의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상상으로 만드는 평화예술마을은 명파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화진포도 매력적인 곳이다. 생태공간이자 남북한 정상이 사랑한 공간, 크리스마스 씰로 유명한 셔우드의 이야기가 함께 있는 곳이어서 평화문화의 상징으로 충분하다. 고성평화문화관의 건립도 가능할 정도로 부지가 넓다. 이곳에서 고성의 평화자원이 지역사적 맥락에서 전시되고 평화문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연결될 수 있다. 고성군은 지금부터 대한민국 평화문화 중심도시의 비전을 정립하고 평화인물부터 평화유산을 정리한 후 평화예술로 활성화하여 평화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평생교육으로서 평화교육이 일상화된다면 남북정세와 정치적 악용을 넘어선 평화문화의 거점이 될 수 있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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