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만 시인이 지난달 두 권의 시집을 펴냈다.
<분단詩 바위詩>(글나무)와 <산수유는 하늘을 물들이고>(글나무)이다.
지난 2015년 <두타연 고양이>를 내고 9년 만에 발간한 시집이다. 1988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이로써 모두 5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놨다.
<분단詩 바위詩>는 1장 “분단의 땅에서 쓴 실향의 시”(분단詩)와 2장 “바다와 모래, 바위가 만든 이야기”(바위詩)로 나눠 묶었다.
분단의 땅 고성에서 태어나서 자란 시인은 “가슴에 한을 묻고 살아가는 실향민들이 고향을 지척에 두고 한 분 두 분 돌아가시는 것을 볼 때마다 큰 죄를 짓고 살아가는 듯 했다”며 “이 분단의 현실은 어찌해 볼 수는 없겠지만, 소리 없이 잠들어 가는 분들의 삶의 모습을 기록해 나가는 것”은 이 땅에서 문학을 하는 자신의 몫이라 생각했다.
“함경도 학성 학남 사람들의 공동묘지가/ 강원도 속초 장사동으로 떠내려왔다/ 그 언제런가/ 한 번 닫힌 땅 문은 까닭 없이/ 열리지 않은 빗장 지른 세월/ 어쩌다 생면부지의 이곳에 밀려와/ 퍼렇게 얼어 버린 손등 위에/ 속절없이/ 펑펑 눈물 같은 눈은 내리는데/ 왜 이리 안개만 가득한가(‘장지(葬地)에서’ 중).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날, 월남해 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아내와 어린 딸을 남겨두고 떠난 실향민이 묻힌, ‘실향민들의 공동묘지’에서 쓴 시다.
40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시인은 지금은 국가지질공원 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저마다의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풍화된 바위들이 뿜어내는 숨결과 만나는 행운을 누리며 바위마다 이름을 붙여 주고 자꾸 불러주면서 사물을 바라보는 친근한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바위를 본다/ 바위 속의 바위를 본다/ 바위가 품고 있는 속을 본다/ 사람을 본다/ 사람 속의 사람을 본다/ 사람이 품고 있는/ 마음을 본다”(‘바위’ 전문). 시집에 수바위, 치마바위, 손가락바위, 서낭바위, 오리바위, 복어바위, 복돼지바위, 부채바위 등 고성의 온갖 바위를 옮겨놓았다.
시집 <산수유는 하늘을 물들이고>를 펴내며 시인은 문학의 울타리인 ‘갈뫼’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지질해설사 일을 오래 하고 다음 시집은 뜸 들이지 않고 내겠다는 ‘즐거운 다짐’을 했다. 시집에는 ‘죽순의 노래’ ‘인공 고관절’ ‘싱겁다와 심심하다 사이’ ‘산수유는 하늘을 물들이고’ ‘대숲에서 보내는 편지’로 장을 나눠 모두 102편을 실었다.
김윤아 작가는 시집 해설에서 “‘산수유는 하늘을 물들이고’는 그냥 쓴 시”라며 “세상의 모든 ‘그냥’을 알아챈 이의 표정이고 노래이며 혼잣말이자 편지, 그리고 춤”이라고 평했다.
김춘만 시인은 시집으로 <어린 생명에게도 그늘을 던져야 한다>(1988)와 <산천어 눈빛 닮은 당신>(1995)도 있으며, 산문집 <고성과 나>를 공저했다. 속초문인협회장과 설악문우회장을 역임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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