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고성군 거진읍내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른 오후에 차를 몰고 읍내길을 가다보니 도로에 경찰들이 몰려있고, 적발된 차들이 길옆에 늘어서있었다. 대낮에 음주단속인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음주단속이라고 해도 경찰들이 그렇게나 많이 몰려있는 건 본 적이 없으니까. 흡사 탈영병이나 도주한 범인을 잡기 위해 불심검문을 벌이고 있는 분위기였다. 이곳 마을에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읍내길에 그렇게 많은 경찰들이 몰려있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어서 정말 의아하고 놀라웠다.
무엇 때문일까? 알고보니 대대적인 교통단속이었다. 그 많은 경찰들이 도로를 막다시피 하고 읍내길 운전자들을 단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암행순찰차까지 지키고 서있었다는 사실이다. 암행순찰차는 고속도로 같은 데서 과속차량 등을 단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시골 읍내길에 나타난 것이었다.
참, 뜨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곳 읍내길은 1차선뿐이고, 길옆에는 가게와 주차된 차들이 즐비해서 다들 서행해서 다니는 곳이다. 빠르다고 해봐야 고작 사람 뜀박질 속도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골길에서 그 많은 경찰과 암행순찰차까지 동원해 단속하다니.
그걸 부당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건 견문발검(見蚊拔劍)이요, 도끼 들고 나물 캐는 격이 아닌가. 안전과 사고예방을 위한 교통단속이라면 정말 사고위험이 많은 곳에서 그렇게 단속을 해야 옳을 것이다. 이렇게 슬슬 다니는 읍내길에서는 사실 계도 정도만 해도 될 텐데,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그날 많은 마을사람들이 교통법규위반 딱지를 끊고 범칙금을 물게 됐을 것이다. 아마 어떤 사람들은 늘 하던 대로 해와서 자신이 무슨 법규를 위반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서, 혹은 실적을 채우기 위해서 단속을 벌인다는 얘기는 종종 들었는데, 만일 그런 목적이라면 아주 명당자리를 잡았다고 칭찬해줘야겠다.
그렇지만 벌이가 뻔한 시골사람들 입장에서는 참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어떤 이에게는 그날 받아든 범칙금 딱지가 하루 일당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장이 아니다. 해수욕철도 끝나고 가뜩이나 요즘 동네 경기가 안좋아서 하루 몇 만원 벌이에 그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은 평일엔 아예 공치다시피 하는 날이 허다하다. 그런데 이런 곳에 경찰들이 벌떼처럼 몰려와서 작심한 듯이 범칙금 딱지 폭탄을 터뜨리린다면 누가 고운 시선으로 볼 수 있겠는가.
‘수탈’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관리의 입장에는 정당한 법집행이고 주어진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겠지만 그게 정도가 지나치면 백성들에게 원성을 사고, 우리는 그것을 수탈이라고 기록하지 않는가. 늘 다니던 길에서 뜬금없이 벌금딱지를 받아든 사람들의 얼굴은 정말 드라마에서 보던 수탈 당하는 백성의 표정이지 않았을까.
이날 집중단속을 보거나 들은 마을사람들은 모두 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조용한 마을에 무슨 점령군이 들이닥친 기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고성군민이 어디 잘못 보인 데가 있어서 분풀이 당하는 게 아니냐는 사람도 있다.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해도 과잉단속은 피하고, 실질적인 사고예방과 공감하는 교통문화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군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장진국 고성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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