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영 양양속초산림조합장이 지난 24일 공판에 앞서 4꼭지만 수매된 1등급 양양송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국내 임산물 지리적표시제 1호인 ‘양양송이’가 올해 공판 초반 지속된 폭염으로 역대 최저 생산량을 보이며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는 가운데 기온이 내려가는 10월 초순 막바지 생산량 회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양송이 공판을 전담하는 양양속초산림조합에 따르면 지난 20일 올해 첫 공판에서 1㎏ 기준으로 1등품 111만원, 2등품 72만3,700원, 3등품 66만원, 4등품 45만원, 등외품 35만3,700원으로 입찰됐다. 첫날 공판가로는 지난해 110만원을 경신한 최고가를 기록했다.
특히, 양양송이 공판량도 첫날 1등품이 0.42㎏으로, 공판기준인 1kg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환산한 가격으로 결정했으며, 2등품 0.22㎏, 3등품 0.99㎏, 4등품 0.18㎏, 등외품 1.53㎏ 등 총 수매량은 3.34㎏이었다.
이어 둘째 날인 지난 21일에는 1등품이 아예 공판되지 못했으며, 22일에도 모든 등품에서 1kg 내외를 기록하는 등 양양송이 품귀 현상은 지속됐다.
이 같은 송이 품귀 현상은 양양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양보다 더 일찍 송이가 채취되는 인근 고성군과 인제군도 송이 생산량이 예년에 훨씬 미치지 못하면서 고성군산림조합도 지난 23일부터 공판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산림조합중앙회의 올해 송이공판량을 살펴보면, 지난 24일 현재 양양이 누적 30kg, 삼척 8.48kg, 강릉 7.02kg, 고성 0.84kg 등으로 저조한 생산량을 보이면서 봉화와 울진 등 전통적으로 송이 생산량이 많은 지역도 본격적인 공판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6일까지 양양송이의 총 공판량은 51kg에 불과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올해 송이 생산량이 부진한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송이의 씨앗으로 불리는 균환이 자실체로 포자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지역의 송이농가들은 현재 소량으로 채취되는 송이가 늦여름 송이여서 기온이 크게 내려가는 10월 초순까지는 관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양양송이 공판량이 초반부터 역대 최저량을 지속하자, 송이철로 대표되는 지역경제도 장기적인 침체에 빠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태우 양양임업 대표는 “30년을 양양송이 수매를 하고 있는데, 올해처럼 공판 초반에 생산량이 저조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며, “매년 평균 30억원에 달하는 송이공판가가 올해는 이대로 이어진다면 3억원에도 못미칠 것으로 보여 지역경제 침체가 심히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임산물 지리적 표시제 1호인 양양송이의 공판량이 최저세를 유지하자, 가을 송이의 전국 유통 물량이 모자란 틈을 악용, 최근 시세차익을 노린 중국산 송이가 대거 양양지역에 풀리고 있다는 소문도 자자해 유통질서 교란도 예상되는 실정이다.
양양지역 송이 상인들은 “본격적인 가을을 맞아 송이를 찾는 수요가 전국적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봉화와 울진 등 송이 생산량이 많은 지역에서도 송이가 나지 않아 가격대가 크게 오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산 송이가 시장이 풀릴 우려가 크기 때문에 관련 기관에서 감시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양양송이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오는 10월 3일부터 개최하는 2024양양송이연어축제도 여파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양양군 관계자는 “기온이 조금 더 내려가면 송이가 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맞아 주기만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양속초산림조합 전도영 조합장은 “올해 양양송이 생산량과 공판량을 예측하기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지만, 송이산지를 보유한 농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작년에 10송이가 나던 자리에 현재 2∼3송이만 나오고 있는 형편”이라며, “올해 추석이 예년보다 빠른 데다, 폭염에 고온까지 지속되면서 균환이 자실체로 포자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이 송이생산량 저조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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