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속초 동서고속화철도를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세 달여가 지났다. 30년 지역숙원사업이 확정되던 그 날의 벅찬 감동과 환희가 아직도 생생하다. 한 여름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한 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서 생업을 뒤로 하고 세종시를 오가며 ‘동서고속화철도 조기착공’을 외쳤던 지역주민들의 열정과 투혼도 잊을 수 없다. 동서고속화철도 건설 확정 후 속초 도심을 행진하며 앞세웠던 현수막 문구처럼 ‘속초시민 여러분이 역사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동서고속화철도가 건설되면 속초를 비롯한 설악권과 접경지역이 꿈의 열차 시대를 맞게 된다. 서울(용산역)에서 1시간 15분, 인천국제공항에서 1시간 50분가량 달리면 속초에 닿는다. 수도권의 거리간 단축되면 설악권은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지역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다. 국토균형발전을 촉진하고 장래 북한을 거쳐 유라시아로 나아가는 통로 역할도 기대된다. 속초지역은 벌써부터 아파트와 호텔 등의 개발붐이 일고, 해마다 감소하던 인구도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게 있다.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도민 모두가 다시 힘을 모으고 냉정해져야 한다. 정부는 기본 및 실시설계를 마친 뒤 2019년 공사에 들어가 2024년 동서고속화철도를 개통할 계획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춘천~화천~양구~인제~속초 93.9km 구간에 시속 250㎞급 고속화철도를 놓는데, 8년간 2조631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대로 진행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 어떤 변수가 가로 막아설지 모른다. 전국적으로 도로, 철도 국책사업이 예산문제로 공기를 훌쩍 넘긴 사례는 부지기수다. 총사업비 2조7483억원이 투입된 81.3㎞ 경춘선 복선전철은 1999년 12월 착공해 11년만인 2010년 12월 21일 완공했다. 애초 완공 시기는 2004년이었으나, 몇 차례 연기를 거듭한 결과다. 동서·동해고속도로 역시 개통이 지연됐고, 국도7호선 간성~현내구간은 총 길이 22.97km를 4차선으로 확·포장하는 데 13년이나 소요돼 올해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계획 공기보다 8년이나 늦어졌다.
동서고속화철도를 건설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이끌어 내는 데만 30년이나 걸렸다. 개통 시기를 앞당기지 못할망정, 지연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 속초와 노선 통과지역만이 아닌 강원도의 사활을 걸고 도내 국회의원과 지자체, 의회가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예산 확보와 사업 추진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가야 한다. 또한 주민들의 의견이 동서고속화철도사업에 반영되도록 주민 대표들과의 대화와 공조를 위한 통로도 열어놔야 한다.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의 확정 과정에서 확인하였듯이 주민들이 힘이 뒷받침될 때, 더욱 커다란 성과를 낼 수 있다. 강원도의 춘천속초철도추진단, 속초시의 속초서울철도추진단, 속초시의회의 동서고속철 특위와 보조를 맞춰, 속초지역주민들은 동서고속화철도 착공 때까지 비상대책위를 유지, 확대하면서 행정과 의회, 정치권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속초지역 주요사회단체장들로 구성된 속초시사회단체협의회는 얼마 전에 동서고속화철도 조기개통 및 협력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정부와 정치권, 강원도, 속초시에 동서고속철 조기완공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주문과 함께 역세권 및 지역개발사업의 공정하고 투명한 수립을 당부하였다. 아울러 역사와 차량기지 등 종착지 관련 시설은 반드시 속초지역에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동서고속화철도는 개통 자체를 위해서만 강원도에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통해 지역발전이 가속화되고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져야 하는 것이다. 철도 역세권 개발과 도시개발계획 수립에 역량을 쏟고, 빨대 효과 등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이듯이, 향후 불필요한 논란이나 혼란이 없도록 종착지는 속초시로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서울을 출발한 열차가 1시간 15분만에 춘천과 화천~양구~인제를 거쳐 속초역에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되는 그날까지 도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계속되길 바란다.
윤광훈
속초시번영회 회장
속초시사회단체협의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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