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터톤스 속초’의 공유 오피스인 ‘노마드 오피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 직장인들의 업무방식이 새롭게 변화되면서 일(Work)과 휴가(Vacation)을 동시에 즐기는 워케이션(Workcation)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주요 자치단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활인구를 늘릴 수 있는 대안으로 워케이션에 주목하며 적극적인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속초시 또한 산과 바다, 호수 등 콤팩트한 자연환경을 지녀, 휴양형 워케이션 최적지로 각광받으면서 지난해부터 워케이션 성과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올해도 ‘웰니스’와 ‘워케이션’을 합친 속초형 워케이션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워케이션 이용자의 주축인 MZ세대를 비롯해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이번 기획 취재를 통해 속초 워케이션의 현주소를 짚고 전국 워케이션 선호도 1위인 제주도와 디지털 노마드의 수도라 불리는 태국 치앙마이의 워케이션 트렌드를 살펴보며 속초가 지속 가능한 워케이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속초시 과감한 투자로 선도
속초가 워케이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은 지난해 강원 워케이션 인식조사 및 한국관광공사 빅데이터 분석 결과, 워케이션 선호 지역 1위 및 워케이션 성장 가능성과 선호도 모두 높은 지역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지난 2021년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행한 빅데이터 기반 신규 관광트렌드 및 사업 발굴 보고서에 따르면 속초는 숙박, 장소, 접근성 등 주요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 인프라와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통한 자차 이용 등 수도권에서의 접근이 쉽고 산, 바다, 호수 등 풍부한 자연자원이 휴양형 워케이션의 인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 호텔 및 다양한 공유숙박을 이용해 장기간 머물며, 주변 자연환경을 활용한 감성레저를 즐기기 위해 속초를 찾는 워케이션 이용자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강원관광재단이 워케이션 상품을 개발해 16개 시군을 대상으로 판매한 결과, 속초시가 28%를 차지했으며, 서울경제진흥원과 협업한 기업형 워케이션도 조기에 예약 완료되면서 연인원 2만622명이 속초를 다녀갔다.
‘2024 속초 워케이션’ 홍보 포스터.
이에 따라 시는 올해도 1억4천만원을 투자해 워케이션 사업을 대폭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2,900만원을 반영한 것에 비하면 3배가 넘는 과감한 시도라는 평가다. 서울경제진흥원(SBA)에서도 서울 소재 중소기업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속초 워케이션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시는 앞서 5월부터 7월 26일까지 강원관광재단, 서울경제진흥원, 근로복지공단과 함께 ‘일도 휴가처럼, 일 맛집 속초 Well-cation’이라는 이름으로 ‘2024 속초 워케이션’을 운영했으며, 하반기에도 같은 콘셉트로 서울경제진흥원 지원 워케이션과 속초시 직영 워케이션으로 구분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하반기 사업이 시작된 지 약 한 달만인 현재까지 벌써 800여명이 속초 워케이션을 신청했다. 웰빙(Well-being)과 건강(fitness)의 합성어인 웰니스(Wellness)와 워케이션을 접목한 만큼, 워케이션 숙소 이용객들에게는 체험 콘텐츠 쿠폰(3만원)이 지원되며, 실내암벽장, 바다낚시, 서핑 등 9가지의 체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지자체가 직영으로 워케이션을 운영하는 것은 도내에서 속초시가 유일해 타 지자체에서도 이와 관련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속초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체험프로그램이 많고 가격도 저렴한 부분이 호응을 얻는 것 같다”며, “서울시설관리공단 등 타 기관에서도 5~6번 연이은 재방문률이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민간 차원의 워케이션이 활성화되는 것이 생활인구 및 관계인구를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편”이라며, “시에서 시도한 워케이션 사업들이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민간 주도의 워케이션 저변 확대를 유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악동 워케이션 참여 저조
MZ세대를 주요 대상으로 속초 워케이션을 활발하게 이끄는 기업으로는 ㈜트리밸을 꼽을 수 있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소호259 호스텔’를 운영하며 커뮤니티 카페, 스튜디오, 공유 오피스 공간(워크로드), 팝업스토어 공간 등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이곳은 워라밸을 실천할 수 있는 여행 상품과 사무기기 및 정보 지원와 네트워킹 프로그램까지 워케이션 트렌드를 좇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해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트리밸의 3박4일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속초에 정착한 지 2년 정도 됐다는 김남훈 씨는 “재택근무를 오래하면서 집에만 있는 게 답답했는데 워케이션을 해보니 분위기도 환기되고 일과 삶의 균형이 맞는 것을 경험하면서 속초를 떠나기 싫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카페나 공유 오피스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간간이 네트워킹도 하고 약간 동료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또 다른 지역에서 워케이션을 할 때는 놀거리나 볼거리를 내가 직접 알아봐야 했는데 여기서는 안내 책자와 맛집, 놀거리 등 정보를 공유하는 점들이 특히 좋았다”고 평가했다.
속초 워케이션이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반면, 설악동 숙박단지에서는 워케이션 신청이 저조해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속초 워케이션 참가자들의 대다수가 수도권 기업으로, 해양 관광을 선호하다 보니, 설악산을 찾는 워케이션 이용자들이 드물고, 접근성과 편의시설 이용 측면을 고려하면 대부분 이용객은 바닷가와 시내에 위치한 최신식 호텔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와 관련, 시는 애초 대형숙박시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설악동에는 ‘문화예술인 워케이션’으로 특화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기대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악동 숙박단지에서 맘모스 리조텔을 운영하는 이규성 씨는 “설악동에서 9개 숙박업체가 함께 하고 있는데, 한 달에 2~3건 정도 들어올까 말까 한다”면서 “워케이션보다는 일반 산악인들이 예약하는 편으로, 후기를 보면 열에 아홉은 유령도시라는 말을 적는데 폐건물들이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끼쳐 피해를 많이 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씨는 “설악동 B지구의 옛 홍삼체험관이 설악동 재건사업 일환으로 복합문화공간 리모델링 중인 가운데 워케이션 이용객들을 위한 공유오피스 유치와 최근 스카이워크 설치로 관광객이 늘어난 부분이 이곳의 워케이션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만 하다”고 덧붙였다.
속초시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설악동에도 워케이션 이용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문화예술인에서 일반 기업과 개인사업자까지 확대하고 참가비를 대폭 내려 조치를 취했지만, 바다 휴양지를 선호하는 반응”이라며 “설악동 워케이션의 차별화된 콘텐츠와 실질적인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