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결국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아내려면 누구든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직업상담사 자격증의 인기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
(사)한국직업상담협회가 창설된 지 올해로 24년째.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이자 ‘김병숙 잡클리닉’을 18년 동안 이끌어온 김병숙 대표는 우리나라에 직업상담과 더불어 직업학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선구자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한국직업상담협회가 20주년을 맞이하고 나서 많은 고민 끝에 1년 전 영랑호 인근에 속초지사를 차렸다.
“속초를 보니 정말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먹고 멍하니 쉬고 가는 것도 좋지만 이들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진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속초에 지사를 내게 되었죠.”
지난 2일 찾은 김병숙 잡클리닉 속초지사는 영랑호의 맑은 공기와 어우러져 아늑한 정원과 편안하면서도 모던한 가정집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김병숙 대표가 내어준 따뜻한 꽃차와 함께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엿보고 속초에서 그리는 꿈을 자세히 들어보았다.
직업상담 선구자 역할 자처
“IMF 이전부터 우리나라에 직업상담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그 당시에는 국가에서 잘 안 들었더랬어요. IMF 터지니까 정부에서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개발해 달라 요청했고, 그때부터 직업상담사가 유망한 직업으로 떠올랐어요. 방송을 통해 직업상담에 대해 알리기도 하고, 두 달간 EBS에서 강의를 했죠.”
김병숙 대표는 2000년도 직업상담사 2급 자격 시험이 도입될 당시 자격증 서적 5권을 직접 집필한 장본인이다. 그 당시 직업상담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누구나 김 대표가 저술한 800페이지에 달하는 관련 서적 5권을 필수로 공부해야 했다. 24년이 지난 오늘날 인문사회계열 자격증 중 최다 응시율을 기록하며 하나의 산업화가 된 것에 김 대표의 입장에서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뿐 아니라 그는 경기대학교에 직업학 석·박사 과정을 설치해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생애 일곱 번은 진로 분기점 맞아
“아주 오래전 여성부에서 저에게 직업상담을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5년을 하면서 우리나라 사람은 생애 7번의 진로 분기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사람은 그 분기점에 ‘나는 누구일까?’ 자기를 돌아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직업상담사의 역할이 필요해요.”
김병숙 대표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진로탐색에 대해 비교 설명했다. 외국의 경우 초등학교 때 무언가를 마스터하게 되면 다음 단계의 또 한 가지를 마스터하며 순차적으로 진로를 탐색해 나가지만, 우리나라는 자유롭게 놀다가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대학교 진학 원서를 쓸 때 고민한다는 것이다. 또 이력서 쓸 때, 직장생활 1~3년차, 4~50대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는 모습을 눈여겨봤다. 그다음 60대, 80대까지 대략 7번의 분기점에 서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한다고 하지만 40대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40대에 다다르면 지금 직장을 나와야 되는지, 끝까지 버텨야 하는지 이게 어려운 거죠. 끝까지 버티면 모든 모멸감을 다 받아야 하고, 그때 나오면 아는 거라고는 지금까지 해온 일밖에 없으니 판단하기가 어려워요. 그럴 때에는 40대에 나와야 한다고 말해요. 그래야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요.”
김병숙 대표가 경기도에서 특강을 다닐 당시 눈에 띄었던 점은 앞자리에 앉는 나이대가 6~70대에서 점점 40대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실업에서 오는 불안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자살의 위험이 한꺼번에 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직업상담사의 역할과 전 생애의 진로설계가 중요함을 수없이 체감한다.
김병숙 대표는 개인이 가장 적합한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직업카드심리검사’를 직접 개발했다. 보통의 사지선다형 검사도구와 다르게 검사를 받는 사람은 150장의 직업이 적힌 카드를 보며 ‘좋아함’, ‘싫어함’, ‘모르겠음’으로 분류하며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김 대표가 개발한 직업카드 심리검사는 국내 최대 1,300개의 직업군에 근거한 만큼 생소하지만 자신과 맞는 다양한 직업의 종류를 접할 수 있다.
관광객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
김병숙 대표는 속초에 휴식을 취하러 방문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찾고 직업 스트레스를 풀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휴식과 더불어 근본적으로 직업과 진로고민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풀고 더 나은 방향의 지혜를 얻어갈 수 있다면 일석이조인 셈이다.
“잡클리닉 속초지사를 찾는 사람들 중에 오히려 직업적으로 성공한 분들이 오시기도 해요. 그분들을 상담하다보면 직업뿐 아니라 마음에서 잘못된 문제로 일터에서 발생하는 트러블까지도 공감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한편, 이곳에서는 자녀와 함께 하는 직업심리검사 및 상담, 커플진로궁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문의는 010-5810-3827.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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