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이 무죄를 선고한 재심 사건 피고인 중에는 1969년 5월 28일 거진항으로 귀환한 납북어부 9명이 포함돼 있다. 당시 경향신문사 기자가 촬영한 사진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아카이브에 공개된 납북귀환어부 모습.
납북귀환어부 14명이 50여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아 억울한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했다. 지난 9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제217호 형사법정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서 납북귀환어부사건 6건 14명이 무죄선고 판결을 받았다. 이날 무죄선고 판결에는 지난해 6월과 7월 강릉지청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납북귀환어부 9명도 포함돼 있다.
이날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피의자는 지난 1968년 11월 납북되었다가 다음해 5월 28일 거진항으로 귀환해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묵호항 대양호 선장 김○순씨 등이다. 그리고 1965년 11월 납북되었다가 귀환해 다음해 초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은 속초항 창성호 선원 3명도 58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 창성호 선원들은 귀환 후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풀려난 후에도 다시 기관에 끌려가 간첩으로 내몰려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날 재심 공판에서 검사는 14명 모두에게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각각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무죄구형을 했다. 피고인 측 변호사들도 “진실화해위 조사 내용에 따르면 과거 판결의 기초가 되는 수사가 위법하게 진행되어 증거능력이 없고, 피의자 진술 또한 임의성이 없어 공소사실을 입증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의자들은 영장도 없이 구금되어 북으로부터 간첩 지령을 받았다는 허위자백을 강요받고 고문을 당하였고, 가족 또한 국가 권력의 부당한 감시와 사회적 차별을 받았다”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월선 및 북한 지배지역으로 탈출 등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14명 납북귀환어부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납북귀환어부 14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하고 고인이 되었고, 유일한 생존자인 김○준씨도 암투병으로 출석하지 못했다. 피해 당사자는 단 한 명도 재심 무죄 판결을 지켜보지 못했다. 다만 재심을 신청한 유가족과 지원단체 실무자 등이 참석해 50여년 만의 재심 무죄판결을 함께 축하하고 기뻐했다.
강릉지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경까지 접수된 재심청구 사건 6건에 대해 이날 한꺼번에 몰아서 재심 공판을 열었다. 지난해 1월 창성호사건 3명의 가족이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결정을 받아서 재심을 청구한 사건은 1년 8개월이 지나서야 재심 공판이 열렸다. 이들 재심을 진행한 사건들은 이미 진실화해위원회가 불법구금과 고문·가혹행위 사실을 확인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을 재심을 권고한 진실결정 사건들이다. 특히 이날 재심 사건 중에는 1969년 5월 28일 거진항 귀환 납북귀환어부사건 중 검찰이 직권재심청구한 9명이 포함되어 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심 권고로 진행된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로 속초지원이나 경북 영덕지원 등은 지난해 재심을 개시해 모두 무죄선고를 했다. 동일한 시기에 접수된 재심 청구를 강릉지원만 1년 늦게 재판을 열어 ‘늦장 재심’이라는 빈축을 샀다.
이날 재심에서는 무죄구형을 한 검사도 무죄선고를 한 판사도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과거의 잘못된 기소와 판결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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