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문화재단의 '아트케이션 명파'는 청년예술가들이 최묵단 명파마을에 머물며 지역의 자원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고 주민과 함께 지역을 변화시키는 사업이다.9월 27일에서 29일까지 명파마을 일원에서 개최되는 '아트케이션 페스타'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거대담론이나 거시적 접근은 평화를 정치적으로 소모하게 만들거나 주민의 삶과 무관한 이벤트로 만들어버린다. 주민의 삶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평화문화, 지역경제와 연결될 수 있는 평화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고성형 평화자원의 미래자산화와 시민 평화문화의 일상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평화문화의 일상화는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평화교육이 지역에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평화교육이 평화의 가치를 교양의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그친다면 실패할 수 있다. 평화교육은 문화예술교육의 방법론과 평화커뮤니티 예술의 주민주도성이 부각될 때 온전히 가능하다. 고성형 평화자원의 미래자산화는 평화관광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관점에서 고성형 평화문화를 상상할 수 있다.
고성형 평화문화예술교육과 평화커뮤니티
고성문화재단은 고성문화도시를 준비하면서 고성형 평화문화 프로젝트를 두 가지 방향으로 정한 바 있다. 첫째는 평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고성의 안보자원과 생태자원을 활용한 평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이다. 지난 기사를 통해 고성의 평화자원을 DMZ, 건봉사와 금강산, 생태자원, 인문자원으로 나눠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자원이 고성의 지정학적 위치와 근현대사에 의해 안보자원으로 인식되었다면 평화의 관점에서 평화자원으로 재맥락화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평화자원의 재맥락화는 평화가 개인의 가치로 내면화되기 위한 평화감수성의 증대라고 할 수 있으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문화예술활동과의 접목이다. 사회적 가치의 확산에 문화예술교육 방법론이 등장하는 이유는 단순한 지식의 향유에서 지식실천의 참여자로 전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화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하다.
고성형 평화문화예술교육은 세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우선 지역의 활동가, 예술가, 문화기획자가 고성형 평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워크숍의 운영이다. 기존의 평화자원을 재맥락화 하는 방향은 평화문화의 조성을 위한 내용과 연결되어야 한다. 인권, 세계시민, 문화다양성, 기후위기, 비폭력 등의 내용이 지역의 자원과 연결되어 평화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워크숍에서 개발된 콘텐츠는 고성 지역 평생교육이나 문화예술교육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지역 전체로 확장시킬 수 있다. 지역을 넘어 전국단위로도 가능하다. 전국단위 평화예술 교육 캠프를 고성에서 운영하고, 교안 공모전을 매년 실시하여 고성을 평화예술교육의 거점 지역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고성 평화 커뮤니티 아트이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주민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커뮤니티 아트는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연극, 음악, 미술 등 예술가들과 지역주민이 고성의 자원을 활용하는 커뮤니티 아트프로그램을 매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고성문화재단은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소멸위기 대응 문화적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지 명파는 최북단 마을로 분단의 상징처럼 읽히는 곳이다. 명파에는 현재 전국에서 모인 12명의 청년예술인이 명파주민과 마을에 스며들며 커뮤니티 아트를 진행하고 있다. 퍼포먼스와 시각, 설치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마을이 캔버스이자 무대이며 주민이 함께 협업을 하는 동료이자 오브제이다. 이들의 활동결과는 9월 27일부터 28일까지 ‘아트케이션 페스타’라는 행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명파가 상징하는 분단과 전쟁의 위협에 청년작가들의 거주는 그 자체로 평화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커뮤니티 아트는 평화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고성의 장소성을 바탕으로 예술가의 시선이 주민과 연결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가치이다. 지역의 문제가 인류 보편의 문제로 확대되면서 고성 고유의 문화풍경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지역장소 반영한 평화예술제 개최 필요
고성군의 비전은 ‘희망찬 미래 평화중심 고성’이다. 이런 고성에 평화를 앞세우는 축제가 없다. 축제에서 소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축제 개최장소이다. 축제를 통해 지역의 공간은 일상적 시민 삶의 공간에서 역사문화적 의미를 생성하는 장소가 된다. 축제 개최 공간은 축제 개최 전과 후로 나누어지게 되면서 새로운 가치가 부여된 장소성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성공적인 축제에서 장소성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성군의 평화가치를 보여주는 장소는 통일전망대부터 명파마을, 화진포 등 다양한 곳에 산재해있다. 이중 화진포가 가장 상징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화진포는 호수임에도 바다와 인접하여 민물과 바닷물이 경계없이 흐르며, 둘레는 16km에 이르러 우리나라 석호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남과 북 정상의 별장이 한곳에 있는 점도 특징이다. 이승만과 이기붕의 별장, 김일성 별장이라고 일컫는 화진포의 성이 있어 남과 북이 공존하는 상징공간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습지까지 조성하여 생태평화 측면에서도 중요한 장소가 되고 있다. 화진포에는 초도습지, 죽정습지, 금강습지, 화포습지 등 총 4개의 습지가 조성되어 있다. 습지마다 습지관찰데크, 생태습지관찰로, 갈대숲, 정화식물관찰장, 생태교육장 등이 있어 습지 둘레길을 걷는데 불편하지 않다. 넓은 백사장과 금강송, 걷기 좋은 둘레길은 화진포의 장소성을 평화축제로 구현하기 좋은 상징이다. 안영숙은 축제에서 역사반영의 과정을 다섯가지 틀로 설명한다. 첫째, 비가시적 역사적 사건이 존재해야 한다. 둘째, 역사적 사건의 상징물 설치로 의미가 부여된다. 셋째, 역사의 가시적인 이미지를 통한 상징화가 이뤄진다. 넷째, 상징화된 이미지로 역사의 의례화가 만들어지게 되며 다섯째, 지역의 특성과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역사의 재맥락화가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지역성과 지역정서를 투영한 역사의 이념화, 그리고 이념화된 역사의 교육화다.
화진포의 장소자원은 가시적 역사적 사건이 존재한다. 예술축제를 통해 평화자원의 상징물 설치로 가시적 의미와 평화상징화가 이뤄지고 축제를 통해 재맥락화가 이뤄질 경우 평화중심 고성의 차별화된 문화가 완성될 수 있다.
김인섭 전문기자
<참고자료>
<역사, 공간, 주체를 통해 본 지역축제 재맥락화 연구: 개천예술제를 대상으로>, 안영숙, 경상대학교 박사논문, 2020
<‘갯배’의 장소성을 활용한 평화문화 구축방안-갯배예술제를 중심으로>, 정은희, 강원대학교 석사논문, 2021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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