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가델모임이라는 가정사역을 통해 우리 가정의 문제점과 나의 잘못된 모습을 찾게 되었다.
우쭐한 마음에 가정과 사업을 등한시하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 다니던 내 모습이 창피하였고, 그 일로 인해 병에 걸린 아내에게 한없이 미안하기만 하였다. 이 병은 나로 인해 생긴 병이니 내가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만 변하고 잘하면 병은 자연히 나을 줄로 생각했다.
나는 그동안 활동하던 모든 모임을 탈퇴하고 맡은 직분을 사퇴했다. 그리고 아내의 병 치료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내는 나의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걸린 병은 쉽사리 낫지를 않았다.
나는 충심으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였다. 하나님! 죄는 내가 지었는데 왜 아내가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제발 아내의 병을 고쳐주세요” 나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내 잘못이라고 하나님께서 내 다리라도 분지르셨다면 나는 내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목발을 집고 다니면서도 예전의 행태를 계속해 나갔을 것이다. 아내에게 병을 주셨기에 내가 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소개를 받고 서울에 있는, TV에도 나오고 꽤 유명하다는 종합병원에 예약하려고 문의하니, 한 달 후에 예약이 잡혔다. 한 달을 기다려 의사와 상담을 했다. 면담시간은 단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TV에서 보던 친절한 의사는 아니었다. 그 곳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했지만, 구토와 소화불량으로 고통이 더 심해졌다.
별다른 위안을 받지 못한 아내는 다시 서울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그곳에서 처방을 받았다. 다행히도 그곳의 약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불면에 시달리던 것도 차츰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약은 복용하고 있지만, 그 병이 낫는데 10여년이나 걸렸다.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비록 아내가 많은 고통을 겪기는 하였지만, 아내와 나는 예전보다 더 정다워졌고 나는 더 가정적이 되었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32살에 먹고 살기 위해 목욕탕을 시작한 나와 내 아내는 환갑이 되었다.
엄마 손을 잡고 목욕탕을 따라왔던 어린아이가 이제는 노인이 된 어머님의 손을 잡고 변함이 없이 주말이 되면 럭키목욕탕을 찾아온다. 여탕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울며 떼쓰던 남자아이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아들의 손을 잡고 목욕을 와 옛 이야기를 하며 웃기도 한다.
나이가 지긋하신 고객들은 나를 사장이라 부르지 않는다. 의영이 아빠, 의영이 엄마다. 우리아들 3살 때 시작한 사업이다 보니 아들이 30살을 훌쩍 넘겼지만 의영이고, 나는 의영이 아빠다. 환갑이 됐지만 나는 그 호칭이 전혀 어색하거나 거북하지 않고 친근감이 있어 좋다. 나 역시도 그 분들에게 누구엄마 오셨어요? 한다. 모든 고객이 친구 같고 친척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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