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재발견, 새이령을 다녀왔다. 지난 7월 13일 속초에서 미시령을 넘어 용대리 선바위를 지나 박달나무쉼터 창암계곡에서 시작했다. 인제천리길10선 가운데 7-2 마장터가는길(테마)에 해당한다. 소간령, 마장터를 지나 새이령 정상에 이른다. 옛길을 따라 아주 천천히 걸으면 왕복 5시간이 소요되는 트래킹 코스이다.
마장터까지는 평탄한 오르막과 작은개울이 반복되는 숲길이다. 이른 아침에는 한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등산객이 많았다. 오지 오솔길체험 입소문 때문이다. 가면서 마장터 외딴집을 들렀고, 오면서 마장터지기 움막집에 들렀다. 일제강점기까지 마장터에는 주막과 마을이 여럿 있었단다. 마장(馬場)터는 짐꾼들이 나귀와 말을 거래했다는 뜻이다.
새이령은 예부터 백두대간을 넘는 유순한 길이었다. 소파령(새이령)에 관한 기록은 김시습의 매월당집(梅月堂集) 유관동록(遊關東錄,1460년)에 수파령(水波嶺), 신증동국여지승람 간성군 산천조(1539년)에 “소파령(所坡嶺)군의 서쪽 59리에 있는데, 석파령(石破嶺)이라고도 한다”라 적고 있다. 택당 이식이 펴낸 수성지(水城志,1633년)에는 “소파령(所坡嶺) 고을 서남쪽 60리에 있다. 석파령(石坡嶺)이라고도 하며 가장 험한 길이다. 죽도(竹島)와 토성(土城) 두 고을 사람들이 영서(嶺西) 지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 외에 여러 문헌에도 유사 기록이 있다.
그러나 지방도(1872년) 인제현지도(麟蹄縣地圖)에는 ‘간령(間嶺)’으로 나온다. 미시령과 진부령 사이에 있다 하여 ‘간령’이라 부른 것이다. 인제군읍지(1899)에는 “간령은 관문으로 북쪽 80리 거리쯤 땅에 접해 있으며 간성과의 경계에 있다.”라고 적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대간령(大間嶺)과 소간령(小間嶺)으로 구분하였고, 오늘날 대간령을 큰새이령, 소간령을 작은 새이령, 그리고 음운변화로 샛령이라 부르는 것이다.
지금도 ‘새이령’을 검색하면 ‘대간령’이 나온다. 국토지리정보원의 ‘한국지명유래집 중부편 지명’에 대간령을 “강원도 고성군의 신선봉(神仙峰)과 마산(馬山) 사이에 위치한 고개이다. 샛령 혹은 새이령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진부령(陳富嶺)과 미시령(彌矢嶺)의 사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으로 짐작된다. 샛령. 새이령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간령이 되었고 큰 샛령(새이령)과 작은 샛령(새이령)으로 구분하여 대간령·소간령이 되었다. 『조선지지자료』에는 간성군(杆城郡) 토성면(土城面) 원대리(院垈里)에 위치한 고개지명으로 간령이라 기록되어 있으며 한글지명은 ‘ 인영’이다. 조선시대의 지리지에서는 소파령 혹은 석파령이라 기록되어 있다.”(이하생략). 이번 답사에 오랫동안 새이령(소파령)을 연구한 고성군 김광섭 향토사학자와 함께 했는데 “고문헌과 고지도에 과거 토성·죽왕 주민들이 영서로 가는 지름길로 도원리~마산봉~인제로 이어지는 ‘석파령’을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현재 ‘간령’과 ‘새이령’은 인제 쪽에서 붙인 것이고, 본래 석파령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유로 고성군은 2012년 지명위원회를 열고 명칭이 지명과 달라 혼란을 주거나 일제강점기에 왜곡되게 지어진 거진저수지를 송강저수지로, 학사평저수지를 원암저수지로, 새이령·대간령은 소파령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었다. 이후 2015년 8월 11일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전남과 강원도 등 4개 도가 신청한 지명정비안 85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는데 이때 대간령과 소파령 대신 새이령으로 확정되었다.
새이령 정상에는 안내 표지판이 있다. 이전에 있던 것은 동부지방산림청이 방부목 안내판에 “대간령(새이령, 샛령)”이라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대간령(Daegallyeong 大間嶺)’으로 표기된 다른 재질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것도 고성군, 인제군, 산림청, 동부지방산림청 공동명의로 되어 있었다. 백두대간보호지역 국가지정번호 ‘라아 8027 2863’이다. 지명 확정에 거꾸로 역행한 안내판이다. 시급히 ‘새이령’ 안내 표지판으로 교체하길 바란다.
최절재, 경동대 온사람교양교육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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