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찬반 논란 끝에 법원의 강제 조정으로 철거 수순을 밟게 된 영랑호 부교.
속초시 영랑호 부교(영랑호수윗길)가 철거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찬반 논란 끝에 법원의 강제 조정으로 철거 수순을 밟게 됐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지난 20일 영랑호 부교 철거 관련 주민 소송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통해 “영랑호의 수질 및 생태계 환경의 회복을 위해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으로 설치된 생태탐방로 중 부교를 철거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이행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지난 5일 주민소송단(원고)과 속초시장(피고)에게 조정안을 제시한 후 2주간 이의신청이 없어, 이날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법원의 조정 결정에 대해 속초시 관계자는 “행정 소송이라 이의제기와 관련해서도 법무부의 지휘를 받는데, 법무부에서 이의제기를 하라는 지시가 없어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정 결정문에서 철거를 신속히 이행하라고 되어 있지만 철거 예산 심의와 공유재산 관리 계획 등과 관련해 시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해서 철거 날짜를 특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11월 개방한 영랑호수윗길은 속초시가 북부권 활성화를 위해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26억원을 들여 조성한 총 길이 400m의 부교이다.
지역 환경단체는 2019년 사업계획 단계부터 영랑호 부교가 수질을 오염시키고 장기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며 326명으로 주민소송단을 꾸려 2021년 4월 속초시를 상대로 주민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재판부의 명령에 따라 1년간 진행한 환경영향조사 결과, 장기적으로 부교를 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나왔고, 지난 6월 속초시에서 환경영향평가 조사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속초시가 부교 철거 시기 등을 놓고 입장이 엇갈려 조정이 이뤄지지 못하자 재판부가 조정안을 직접 제시하게 됐다.
김성미 속초 · 고성 · 양양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영랑호 부교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로 삼았던 것이 횡적으로 설치된 다리 때문에 물 흐름이 안 좋다는 것이었는데 원만하게 철거가 이행되어서 영랑호 생태계가 회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장기적으로 영랑호 차도도 좀 더 뒤쪽으로 우회도로를 만들어서 시민들이 걷는 길로 만들고 오염물도 걸러주는 등 생태공원으로서 복원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랑호 부교가 철거 절차를 밟게 되자 철거에 반대해온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신윤선 영랑호 영리단길번영회장은 “1년의 환경영향평가 한 번으로 시민의 혈세인 26억을 들여 만든 영랑호 부교를 3년 만에 철거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개탄스럽다. 낙후된 북부권의 산책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활기를 띠었고, 상인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랑호 생태계에 대해 모니터링을 충분히 하며 몇 년 더 지켜보면서 세밀하게 문제점을 지켜보고 뜯어도 늦지 않다. 물밑의 흐름이 어떤지, 어떤 게 문제인지 충분히 따져 봤을 때 환경에 정말 문제가 있어 철거해야 한다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철거 예산 또한 만만치 않을 텐데 시의회에 찾아가 예산을 반영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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