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패럿 속초점’을 운영하는 이시은 점주·방철민 매니저 부부.
“손가락을 발 앞에 살짝 밀면서 갖다 대면 올라앉아요.”
처음 보는 사람의 손길이 낯선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몸집이 부르르 떨었다. 윤기가 흐르는 머리 위 깃털을 슬며시 쓰다듬으니 점차 진동이 덜해졌다. 다시 익숙한 손길에 넘겨지자마자 어깨 위를 통통 걸어 다녔다.
속초시 조양동에 위치한 ‘리프패럿’ 속초점에서는 이처럼 앙증맞고 화려한 빛깔의 앵무새 수십 마리를 만날 수 있다. 매장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이 방문해 앵무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앵무새를 처음 키우면서 이렇게 새와 감정을 교감할 줄 몰랐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보고 싶었어’, ‘사랑해’ 등 사람처럼 말로 표현하니 어느새 앵무새의 매력에 스며드는 거죠. 그럴 때 저희는 ‘앵며든다’고 말해요.”
지난 11일 강원 지역의 유일한 앵무새 카페 ‘리프패럿’ 속초점을 찾아 부부인 이시은 점주(41)와 방철민 매니저(43)를 만나 함께 ‘앵며들었던’ 이야기를 공유한다.
최근 앵무새 키우는 이들 늘어
‘리프패럿’ 속초점에 들어서면 소형종부터 특대형종까지 다양한 크기의 앵무새들이 반긴다. 수채화 물감이 번진 듯 영롱한 빛깔을 자랑하는 앵무새부터 샛노랑, 회색, 순백 등 다양한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란앵무, 왕관앵무, 회색앵무 등 11~12가지 종의 70~80여 마리가 한 공간에 있지만 자신이 앉아 있는 횟대의 좁은 반경 내에서 사뿐사뿐 움직인다.
“앵무새는 이렇게 잘 날지 않고 얌전하게 앉아 있는 편이에요. 배식도, 목욕도 스스로 하는데 저렇게 혼자서 그루밍하고 털을 고르다 보니 냄새도 안 나고 깨끗해요.”
이시은 점주는 반려동물의 양육 과정에서 드는 비용과 시간이 부담스러운 분들이 특히 앵무새를 반려조로 선호한다고 말했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예방접종이 필요 없고 미용비, 병원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사료, 영양제 등도 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3분의 1 가격이다. 산책이 필수는 아니지만 앵무새들도 자연 채광을 쬐는 것이 좋다며 함께 외출할 때는 큰 소리에 놀라 날아갈 수 있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멀리 못 날아가게끔 발목에 링을 걸고 나간다고 한다.
최근 앵무새를 키우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수명이 길다는 것이다. 기본 수명이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 이상까지 사는 종도 있어 사람과 깊은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다. 또 지능이 높아 주인을 알아보고 말도 따라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특별한 느낌이 들게 된다고 한다.
이시은 · 방철민 부부가 작년 10월 ‘리프패럿’ 속초점을 열게 된 것도 앵무새 두 마리를 키우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파하고 싶어서였다. 앵무새와 함께 하는 행복을 업으로 삼을 순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전국에 ‘리프패럿’ 매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강원특별자치도에는 한 곳도 없다는 사실에 부부가 앞장서 속초점을 오픈했다.
방철민 매니저는 리프패럿 속초점을 운영하면서 생각보다 속초, 고성, 양양에 앵무새를 키우는 분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카페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아이들과 집에서 3~4마리 키우는 분도 계시고, 아마존이나 회색앵무같이 대형종을 키우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하지만 지역에는 앵무새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어요. 병원을 가려고 해도 서울, 구리로 가야 하는데 저희라도 앵무새들의 건강을 보살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자 상비약을 구비해 놓거나, 영업시간 외 밤늦은 시간에도 임시로 보호해주면서 지역의 앵무새 키우는 분들을 알게 되었죠.”
그렇게 입소문을 타면서 리프패럿 속초점을 방문해 앵무새를 분양받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1년도 안 돼 속초에서만 벌써 150마리를 분양했다고 한다. 분양한 후에도 오픈채팅방을 통해 서로 궁금한 것과 양육 노하우,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다. 각자 키우는 앵무새를 데리고 함께 만나는 정기모임도 갖고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도 비슷하겠지만 앵무새라는 개체 하나로 부모님, 자녀, 친인척들이 하나가 되더라고요. 같은 이야깃거리로 마음과 생각이 통하니 부모와 자녀 사이의 거리가 줄어드는 모습을 많이 보아요.”
어린이집이나 장애인 단체 등에서도 종종 체험 문의가 들어온다. 더 많은 시민이 마음 편하고 즐겁게 앵무새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눴으면 하는 마음에 최대한 할인을 적용하려고 한다. 앵무새를 처음 본 아이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 실제로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 가장 많이 분양을 받는다. 다양한 새의 건강관리, 행동교정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반려조 관리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리프패럿 속초점’을 방문한 어린이집 원아들이 앵무새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받는 모습.
앵무새 다양한 매력, 새로운 지역 콘텐츠로
이시은 · 방철민 부부는 속초를 방문하는 관광객과 생활인구에게도 앵무새가 하나의 지역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앵무새 동호회의 규모가 점차 커져 속초해수욕장, 엑스포장에서 앵무새들과 함께 모임을 갖다 보면 자연스레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인다. 앵무새 동호인들과 ‘우리 동호회가 사람, 자연, 동물이 어우러진 커뮤니티로서 속초의 자랑거리이자 즐길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공유할 때면 부부는 늘 현재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이 생기고 새로운 가치를 더할 힘을 얻는다.
“서울, 경기권에서는 앵무새 키우는 문화가 활성화돼 있어서 앵무새 비행장처럼 큰 규모로 만들어진 곳도 많아요. 이곳에서 앵무새 키우시는 분들도 교육 목적으로 일부러 멀리 가기도 하고요. 속초에서 ‘리프패럿’을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은 앵무새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인프라도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불과 10개월 만에 분양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는 거예요. 규모가 커지는 시점에 자연과 사람, 동물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그때까지 더 많은 분이 앵무새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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