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규 작가의 설악산 지의류 사진 작품.
50년 동안 설악산을 찍어온 사진작가 성동규(76)씨가 ‘지의류는 생명이다’라는 제목으로 설악산 생태 사진전을 개최한다.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 동안 속초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사진전에는 성동규 작가가 설악산 일대에서 찍은 지의류(地衣類, Lichen) 사진 작품 25점이 전시된다.
‘땅의 옷’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의류’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격되지만, 그 생태적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의류가 지구 생명의 원천임이 밝혀지면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동규 작가는 설악산 일대에서 서식하고 있는 지의류 촬영사진 중에서도 종류와 서식 환경에 따라 마치 자연이 스스로 그림을 그려놓은 듯 각기 다른 색채감과 형상을 보여주는 25점의 지의류 사진을 선별해서 전시한다. 이번 사진전은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적 가치를 높게 인정받는 지의류 생명체에 대한 본격적인 예술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성동규 작가의 설악산 지의류 사진 작품.
지의류는 산이나 바닷가 바위 표면이나 나무껍질에 버짐처럼 얼룩덜룩 붙어사는 생명체로 균류와 조류가 한 몸을 이루고 공생하는 아름다운 생태적 특성이 있다. 특히 지의류는 바위나 나무를 부식시켜 다른 식물이 살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지구 행성에 꼭 필요한 존재로 알려져 있다.
성동규 작가는 “산행 중에 색채와 문양이 특이해 무심히 매크로렌즈로 들여다보니 작은 점들의 집합체가 점묘화나 추상 미술작품처럼 보였다”며, “다양한 문양과 태고적 색채를 띠고 있는 지의류를 보니, ‘세상의 모든 것은 다 변화의 과정을 밟게 된다’는 뜻의 불교용어인 ‘성주괴공(成住壞空)’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성 작가는 “삼라만상 우주는 아주 작은 점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나 자신도 보잘 것 없는 우주의 작은 입자에 불과하다”며, “지의류는 곧 우주이고 생명이며, 나 자신과 별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성동규 작가는 1948년 대전에서 태어나 설악산에 매료되어 1973년 속초 설악동으로 이주했다. 설악산 깊은 골짜기를 찾아다니며, 사계절 아름다운 설악의 풍경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왔다. 1990년대부터는 자연풍경만이 아니라 설악의 희귀식물을 찾아내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다. 2022년까지 국립공원 연구원에서 발행한 설악산, 지리산, 오대산 생태보감 촬영을 담당했으며, 국립수목원 주관으로 ‘설악산 대청봉지역 고산식물 기후변화 생태 모니터링’을 13년 동안 진행했다.
이번 전시회는 2024년 속초문화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속초시와 (재)속초문화관광재단의 후원으로 개최된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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