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세상에 떠도는 소식’을 우리는 소문(所聞)이라고 한다.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만큼 ‘떡은 건너갈수록 작아지고, 말은 건너갈수록 커진다’라는 속담처럼 부풀려지기 일쑤다. 그래서 떠들썩한 소문이나 큰 기대에 비하여 실속이 없거나 소문이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우리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라고 한다. 그런데 묘하게 사람들의 귀를 잡아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어 빠른 속도로 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라고 말한다.
밤코 작가의 ‘근데 그 얘기 들었어?’는 이 소문이 갖고 있는 힘을 익살스런 우화로 풀어낸 콜라주 그림책이다. 마을에 이사 온 새 이웃이 두더지에게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눈이 어두운 두더지는 지나가던 무당벌레에게 이웃의 모습을 부풀려 이야기한다. 네모가 세모가 되고, 뿔이 가시가 되며 말이 전해질수록 이사 온 새 이웃은 어느새 마을 사람을 잡아먹으러 온 괴물로 둔갑한다. 하지만 이삿짐 정리를 하러 마을에 들어선 이웃의 진짜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한다. ‘나는 괴물이 아니라 개미라고요’
이 책은 많은 말들이 모여 더 큰 말을 만들고, 결국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버리는 과장과 거짓 때문에 우리는 매우 난처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를 곤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메시지를 남긴다. 즉 ‘소문’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줄이고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서려면 보고, 듣고, 느끼는 대로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출판사 리뷰를 살펴보자
“‘말’에 대한 속담이 유난히 많은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소문이 확대되고, 퍼져나가는 폭이 매우 큽니다. 그만큼 말이 갖는 힘이 커서 긍정적인 효과를 널리 퍼뜨릴 수도 있고, 반대로 진실을 왜곡하여 억울한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요. 이 책에서는 말에 대한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교훈을 동물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합니다. ‘새 이웃’으로 대표되는 ‘사실’ 혹은 ‘진실’은 최초의 발견자가 자신의 눈에 비친 모습대로만 편집하여 다른 이들에게 전파함으로써 변질되기 시작하지요. 이렇게 몇 차례의 편집 과정에서 너무나 많이 변해버린 진실은 결국 자신의 본모습에 대해 성난 목소리로 호소합니다. 새 이웃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대목이지요.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말’이 전달자의 의도대로 가공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그것이 생판 모르는 제3자의 일이든, 아주 가까이 있는 내 가족이나 친구의 일이든 잘못 떠도는 말로 인해 오해를 받고, 상처를 입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제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어요.”
필자가 사는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강원도내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 말 또는 소문의 힘이 다른 지역에 비해 파급효과가 더 빠르고 강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 새, 필자가 가장 많이 들은 ‘근데 그 얘기 들었어?’의 주제는 늘 지역의 이슈가 되는 것들이다. 속초의 랜드마크가 된 속초 아이와 영랑호 부교에 관한 소문(?), 지방자치 선거 때 들려오는 각종 루머(?), 최근에는 시의회 의장선거와 관련된 가짜 뉴스들이 그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소문의 무서운 점은 지역 사람들을 두 쪽으로 갈라놓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내 옆의 누군가를 믿을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역의 리더들은 이 ‘소문’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군자행(君子行)에서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고 했다.
헛소문이나 가짜 뉴스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일은 소문(?)날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직도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랴?’라는 속담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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