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에서 출발한 7만7천톤급 크루즈선‘드림호’가 제주항에 정박한 모습.
제주항·강정크루즈항 기반…관광명소·재래시장 쇼핑·먹거리 연계
크루즈 관광 안내소 운영…관광통역안내사들 크루즈 현장 실무교육
매년 전 세계 크루즈산업 관계자들 초청 ‘제주국제크루즈포럼’ 개최
지난 4월 30일, 처음 제주항을 찾았을 때 마침 대형 크루즈선에서 하선한 관광객들이 국제여객선 터미널에서 대거 빠져나왔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깃발을 흔들며 유창한 중국어로 담당 관광객들을 찾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양이었다. 한 가이드에게 오늘은 어디로 가는지 묻자 “용두암 코스, 수목원 코스 등 조마다 행선지가 다르다. 버스들이 너무 많아서 한쪽으로 몰릴 수 없어 나누어서 이동한다”고 말했다. 제주항에 오는 관광객들은 주로 용두암, 무지개 해안도로, 이호테우 등대해변, 도두봉 코스를 간다고 한다. 공통적으로 가는 곳이 있는지 물었더니 “호텔에 있는 면세점은 꼭 들르는 편이다. 손님들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 5월 1일부터 5일까지 중국의 노동절 연휴와 일본의 황금연휴 기간이 겹치면서 제주도 관광 명소들은 유독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제주를 찾은 대형 크루즈선은 연휴 전날 2,200여 명을 태운 드림호를 시작으로 1일 서귀포 강정크루즈항에는 5천명 이상의 승객을 태운 10만톤 급 대형 크루즈선 2척이 머물렀으며, 6일까지 국제 크루즈선 4척이 연이어 제주를 찾았다.
제주항에서 만난 국제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제주도 기항 크루즈 여행 상품이 나오면 1년 전부터 예약하는 사람들도 있어 늦어도 출항 한 달 전에는 모객이 마무리된다”며 제주 크루즈 관광의 성장세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평일에도 국·내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적극적인 해외 크루즈선 유치 활동
올해 7월 1일까지 확정된 국제크루즈선의 제주 입항 횟수는 제주항 156회, 서귀포항 147회로 총 303회이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인 6월 30일 기준 41회였던 것에 비하면 올해 제주 크루즈 단체관광객 유입은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다. 이전부터 아시아 크루즈 핵심 관광지로서 그 가능성을 주목받았던 제주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동북 · 동남아시아 해양 교차 지리적 이점
고대 ‘탐라’로 불렸던 제주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과 무역을 통해 해상왕국으로 명성을 떨쳤다. 오늘날은 한라산, 용두암, 성산일출봉 등 풍부한 자연 관광지와 돌담, 감귤, 해녀 등 독특한 문화적 요소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또한 한반도의 남쪽에 위치해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해양 교차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아시아 크루즈 기항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로 인해 2011년 69항차, 2012년 80항차, 2013년에는 185항차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2016년 한해에는 507항차를 기록하며 크루즈관광객 수만 12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2017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 제한 등 한한령을 내리면서 중국발 크루즈 관광객이 급감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 여파로 마비됐던 크루즈 산업은 지난해 3년 만에 뱃길이 열리면서 크루즈 51척이 제주에 입항했다. 많은 굴곡을 겪었던 제주 크루즈 관광이 올해 입항횟수 세 자리를 넘긴 것은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제주를 찾는 국제크루즈선들은 섬 북쪽지역에 위치한 제주항과 남쪽 서귀포시에 위치한 강정크루즈항 두 곳을 통해 입항한다. 2012년에 개장한 제주항은 14만톤급 크루즈선 1척과 8만5천톤급 이하 1척이 접안 가능하다. 제주항은 크루즈뿐 아니라 육지와 연결하는 여객선, 화물선 등이 왕래하며 원도심과 제주국제공항, 제주전통시장이 가깝게 위치해 있다. 크루즈 관광객들은 제주항과 가까운 동문시장, 한라수목원과 같은 관광 명소를 주로 방문한다.
2017년에 개항한 서귀포강정크루즈항은 제주해군기지가 있는 민군복합항이기도 하며, 22만톤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이 가능한 규모이다. 크루즈선이 서귀포항에 머무는 동안 관광객들은 외돌개, 정방폭포 등 자연경관 명소를 둘러보기도 하고, 시내 중심에서는 문화예술거리인 이중섭거리와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쇼핑과 다양한 먹거리를 즐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 등 유관기관에서는 2022년 해양수산부에서 ‘크루즈선 운항 정상화’를 발표한 후부터 적극적인 해외 크루즈선 유치 활동을 펼쳤다. 제주관광공사는 2022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포트 세일즈 행사에서 일본 크루즈 업계를 대상으로 제주의 유네스코 관광지, 전통시장 등 제주의 매력을 소개하면서 2023년 일본발 크루즈 32항차를 유치했다. 그 외에도 마이애미 씨트레이드 박람회 참가, 일본 요미우리 여행 크루즈 상품 웹 세미나 개최, 독일, 영국, 일본 최대 여행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팸투어, 코리아 크루즈 트래블 마트 참가 등 다각적인 마케팅을 추진했다.
또한 2013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매년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을 열어 전 세계 크루즈산업 관계기관 및 업체 관계자들이 함께 크루즈관광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협력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는다. 최근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개최했던 제11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은 ‘아시아 크루즈 산업의 지속 성장과 미래 비전’이라는 대주제로 진행되었다. 해양수산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은 매년 홍보부스, 네트워킹 이벤트, 기항지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제주지역이 크루즈관광 시장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주요 행사이기도 하다.
올해 중국의 크루즈 단체관광객 유입이 급증한 것도 중국과의 관광 교류 활성화 조짐에 발 빠른 대응이 한몫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의 방한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한다는 발표에 적극 대응해 무비자 지역인 제주를 우선으로 중국 방한 관광 재개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같은 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현지 여행업계, 항공사, 언론매체를 초청해 제주관광설명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처음 제주에 입항했던 중국 상하이발 ‘아도라 매직 시티’호는 중국에서 자체 건조한 24층 높이의 13만톤 급 대형 크루즈선으로, 올해 79회에 걸쳐 승객 약 20만 명을 태우고 강정크루즈항을 통해 제주를 찾는다.
중국 톈진을 출발해 제주에 도착하는 7만7천톤 급의 크루즈선 드림호 또한 7월 1일 기준 66회에 걸쳐 바닷길을 오간다.
크루즈 관광객들이 용두암 전망대에서 자연 경관을 관람하고 있다.
현상철 서귀포매일올레시장상가조합 상무이사가 올레시장의 중국어 안내지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지역민의 수용태세가 충분히 갖추어져야 하고 전통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용태세와 맞춤형 관광상품 개발 필요
갑작스런 해외 단체관광객 유입에 제주 시민단체와 지역민들은 물론 전문가들 또한 ‘수용태세’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상가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현상철 상무이사는 “기항지 현지인들의 수용태세가 갖춰지지 않고서 관광객을 맞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귀띔했다. 이어 “우리 시장 같은 경우도 일반 점포가 220개 정도, 노점까지 하면 311개나 된다. 이중 한 70개 점포가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할 줄 알아 자신들의 물건을 팔 수 있는 여건이 된다. 그런데 외국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 관광객을 받아들이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예를 들어 언급했다. 또한 강정크루즈항이 위치한 서귀포시에는 대형면세점 같은 큰 쇼핑몰이 없어 많은 여행객이 올레시장을 경유하게 되는데 특히 자유여행객들을 위한 쇼핑 인프라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R&D 지원 사업으로 올레시장에 디지털 활용 플랫폼 개발이 올해 중 마무리될 텐데, 안내·홍보 전광판, 키오스크 등이 새롭게 도입될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통시장에서도 스스로 편하게 찾아가며 쇼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된다”고 말했다.
드림호에서 하선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투어 버스로 향하고 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에서는 본격화된 크루즈 여객 수요에 대응해 크루즈 관광 안내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맞춤형 안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광통역안내사들을 대상으로 크루즈 현장 실무교육을 진행했으며, 크루즈터미널 기반시설 답사, 관광객들의 실제 여행 코스 현장 답사를 통해 안내사들이 제주 크루즈 관광의 흐름과 특성을 체험하도록 했다.
크루즈산업 전문가들은 제주 크루즈 관광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상생·협력을 통한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신 관광 트렌드를 반영한 고부가가치 관광상품 개발은 비단 제주뿐 아니라 속초항과 국내 크루즈항 모두의 과제일 것이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 이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신문 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